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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의 사랑과 질투
키류 미사오 지음, 오정자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비난을 할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어쩐지 그닥 비난할 마음이 없다.
거슬리는 근친상간이나 동성애란 코드를 무시하고 있는 나의 이성.
일렉트라 콤플렉스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익순한 단어이다.
나와 주변인의 대화 중엔, 남의 집 아들에 대하여 " 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니래요?" 하는 말도 등장하였다.
책을 펼쳐보면서 제일 먼저 본 곳은 "오이디푸스" 부분이었다.
잘못을 저질르는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파하는 너무도 절절한 그 심정.
내가 이렇게 아픈데, 어머니 이오카스테는 어떤 마음으로 내 품에 안기는 걸까? 고민하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오이디푸스가 아내 "이오카스테"가 친어머니임을 알게 되고도 그녀를 찾고,
갈등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어쩜,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하는, 현대의 누군가도 이런 심정일 것이다.
사랑에 대해 잘 짚어낸 표현들,
주인공들의 관계가 그렇게 비일상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의 사랑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볼 때, "그리스 신화 속의 사랑과 질투" 중 오이디푸스 부분이 가장 멋진 것 같다.
자살한 이오카스테는,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 사랑의 정점에서 끝을 보고 싶기에 자살한다는 편지를 "아들"이자 "사랑하는 남편"에게 남긴다.
오이디푸스도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그녀의 황금 브로치의 핀으로 두 눈을 찌른다.
두 딸의 부축을 받아 영원히 방랑하는 ...운명.
세상 모든 사람이 욕하고, 오물을 끼얹어도 웃음이 피어오르는 노인의 얼굴.
(... 내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어지는 거다.)
참 가혹한 운명이다. 아들을 잃어, 아들이 살아있다면 이만한 나이이겠지, 하며 연하의 남편에게 자애로움을 지녔던 이오카스테. 남편이 된 아들을 아들인 줄도 모르고 사랑하면서, 어머니처럼 자상하게 사랑하고, 한 여인으로서 뜨겁게 사랑 받은 이오카스테.
운명의 장난이랄까? 신이 만든 비극이랄까?
신탁에 따라 - 피해 보려했지만, 정말 그 신탁대로 비극의 길을 걷는 주인공들.
신화 "오이디푸스"가 운명 앞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면,
키류 마사오는 거기에 더해서 그들의 사랑을 그려보았다.
현재에는 전해지지 않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괴로운 마음, 그들의 사랑의 농도.
아, 이럴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일렉트라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남동생을 망가트렸으며,
아무리 복수심이라지만, 친어머니를 살해한다.
그래서 참 껄끄럽고 공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쌍둥이처럼 서로를 원하고, 서로 맞아들어간다는 표현,
너무도 괴로운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만 찾게 된다는 표현,
공감할 수 있었다.
불우한 가정 환경- 병적인 아버지 때문에, 정말 아버지 때문에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믿어지는
나르시스의 죽음에 대한 추구,
한 소녀를 만나 사랑하지만, 여느 연인처럼 하나가 될 수 없는 운명,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던 남편이, 아내가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자
실을 사랑했노라며 그 애인을 죽여버린 후 살인을 즐기게 된 아프로디테 이야기.
절대 찾아올 것 같지 않던 진실한 사랑이 거칠고 황폐해진 자신에게 찾아왔지만,
그 진실한 사랑, 참된 사랑이기에 눈앞에서 스러지는 비극.
이 책을 읽으며, 음 이게 애들이 얘기 하던, 동성애 소설이구나 싶었다.
패륜이니 구역질 나는 동성애니, 가학-피학이니 하는 단어는 떼어두고 보면
읽을만한 사랑 이야기였다.
이 책을 추천 할 수 있겠냐고?
책 추천은 사람 봐가면서 해야한다. ^^
스스로 이런 책을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 되는 사람은 읽어도 무리 없지만,
자신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 된다면 읽지 않는 게 좋다.
저자 키류마사오가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잔혹 동화"를 지었다는데,
내용도 비슷하고(?)
아마 어쩜 그 이야기를 읽었기에 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어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잔혹동화는 책으로 읽은 게 아니라, 웹에서 발견해서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