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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1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에 대한 느낌은, 건조하다.
요즘의 실용서들이 그러하듯, 이 책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건조하다. 아니 실용서보다 더 건조하다. 사건의 나열, 말의 나열만 있을 뿐, 감정이 없고 깊은 내면도, 생에 대한 관찰도 없다.
책을 덮으려했지만 끝까지 읽기로 한다.
여주인공 이름이 사만타이다. 가이라는 남자 직원이 나오는데 그의 여친 이름은 샬롯트이다. ㅋㅎ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와 샬롯이 생각나는 이름이다. 작가의 의도인지.
6분마다 한 일을 적고 급료를 받는 변호사 사만타. 난 그녀에게 공감할 것이 하나도 없고, 그녀가 실수를 하고 비척비척 기차를 타고 떠나고 가정부로 오해 받고 면접을 볼 때까지 재미도 하나 없다.
이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책은 감성을 띄고 부드러워지고 다정하다.
즉 사만타가 정원사 나다니엘과 그의 어머니 아이리스를 만나 요리를 배우면서 부터,
삶에 눈을 뜨면서 부터 소설의 내용 전개에 온기가 서린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p. 187 "그렇게 힘들었다면 잘 빠져나왔소"
-나다니엘이 사만타를 처음 만나 그녀의 사연을 살짝 듣고 한 말이다.
사만타의 결정, 그것이 실은 도망이었을지라도, 자신의 전부를 걸었던 일, 유일하게 자신 앞에 놓여 있던 일에서 벗어나 그 동안 못본척 외면하던 자신의 괴로움에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나다니엘은 저런 말을 해준다.
사람들, 누군가가 직장을 관뒀을 때 그의 괴로움에 귀를 기울이고 잘한 결정이라고 다독여준 적 있는가?
p.261 "오븐에서 닭고기가 담긴 큼지막한 철판을 꺼내던 나는 잠시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닭고기 냄새를 만끽한다. 내 평생 이보다 더 가정적이고 푸근한 냄새는 못 맡아봤다. 닭고기는 황금빛을 띠고 있다. 파삭파삭 잘 구워진 껍질에는 내가 갈아서 뿌린 후추가루가 점점이 박혀 있고, 육즙은 아직도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다."
-사만타가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요리를 음미하는 모습의 묘사이다. 사만타가 음미하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생에 대해서도 느끼기 시작하고 생에 대한 무한히 열린 가슴을 가지리란 걸 알 수 있다.
문득 국내 남자 작가들이 쓴 음식 관련 서적을 생각한다. 훗. 아마 그들은 요리를 할 줄 모르리라. 그래서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요리법이나 나열하고, 맛이 어떻고 평가하리.
중간중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큰 글씨 처리한 것이 거슬리고, 내용이 건조하고 재미 없음에도 초판 5쇄나 한 것이 의심스럽지만 (내가 읽은 책은 초판 5쇄이다) 후반부, 사만타가 변하면서 내용도 변하고 있다.
2권이 기대 되는데... (2권은 이제 읽을 참이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 시간에 일에 치여 쫓겨 사는 사람들에게 느리게 살 것을, 삶을 만끽할 것을 권하는 책인데, 결국은 이상향 일뿐. 책속에서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뿐.
물론 대기업 다니다가 시골에 집짓고 농사 짓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간혹이다.
마음 속에 시골과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해도, 현실을 사는 우리가 밥 벌이 하고 살려면,
이 책의 내용은 가질 수 없기에 바라게 되는 것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일 뿐이다.
소소하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변화가 일어나면 세상도 조금씩 변하기는 하겠지.
참, 책 속의 사만타가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는 커녕, 파트너 변호사도 못되었기에 변화가 더욱 쉬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의 잘나가는 변호사 어머니도 오빠도 변하지 않은채 있는 것은...
스물 아홉의 변화. 변화를 꿈꾸는 세상의 모든 젊음에게 응원과 찬사를... 앞날에 밝음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