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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제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듣는 것만으로도 어벤져스급인
세계 석학 7인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는 표지의 가운데 부분이다.
(생각해보니 띠지 뒤가 더욱 영롱하게 7명의 이름이 나와있는데! 아쉽;)
일단, 이 기획은 '코로나19'를 겪어내고 있는 세계 인류가,
경계의 턱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의 감염과 질병의 창궐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작위적 구별을 거치지 않고 공평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처음으로 민족과 나라, 성별과 계층,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서서
국경폐쇄나 지역봉쇄, 글로벌/로컬기업, 모든 형태의 산업, 병원, 정치체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포스트 코로나'를 어떤 태도로 맞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아니, 우아하게 '고민'이라고만 하기에는
이것은 인류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세계의 석학 7명의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인간은 그저 생명을 유지하는 것,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생명체이다.
문명을 이루고 기술발전을 통해 조금씩 진보하는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사태를 맞아 그동안 소수에게만 부여되는 '진보와 발전의 열매'에 가려진
고질적인 차별, 혐오, 자연파괴, 물질만능주의, 인간성 상실, 불안에 이르는
몰락의 징조를 제대로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코로나19라고
7명의 석학들은 입을 모은다.
제러미 리프킨은 새로운 기술이 경제, 환경,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탐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며 <엔트로피>, <3차 산업혁명>,<한계 비용 제로 사회>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고 있고 유럽 연합의 자문으로 활동한 미래학자이다.
이미 2014년에 기후변화로 지구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며
인간의 문명은 빈번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제러미 리프킨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환경, 농업, 생물 다양성에 대해 연구한 학자는
반다나 시바이다.
과학자이자 농부이며 거대기업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맞서 대중의 권리를 지키려고
풀뿌리운동을 해온 지도자, 농업 정책가이며 '에코 페미니즘'을 태동시킨 사상가인
반다나 시바는 엘리트나 자본시장 위주의 경제가 아닌, 생태중심의 '지구 민주주의'
그리고 다수의 실질적인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경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며, 재택근무, 접촉최소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절박함을 이용하는 노동시장의 땀과 눈물,
그리고 그것과 떨어진 자리에서 숫자를 두들기며 자본시장으로 돈을 버는
경제엘리트들의 모습이 비교되면서
이런 불평등과 불합리, 결코 넘을 수 없는 부의 경계로 인해 삶의 질이 달라지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는 자리와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차별과 혐오가 단단히 자리잡게 되고,
그것이 공동체 사회의 정신적, 정서적 몰락을 이미, 가져왔다는 경고는
지금처럼 모두가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 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인지하게 된다.


자신의 라이벌이 실패하고 몰락하는 것을 보고 웃던 지구의 사람들이
오월동주처럼, 그들도 '지구'라는 한 배에 타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변화의 파도에 맞서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하루하루 눈 앞의 일들에 매몰되어,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본 적이 없던
혹은 바라볼 이유가 없을 정도로, 남이야 어쨌든 만족한 삶을 살고 있었던
우리 모두에게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고 모른 척 해왔던
불의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마지막 시점이 지금이라는
단호한 선언과 행동을 촉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가 오싹할 정도로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