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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권민창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 특이하다.
제목만 보면 요즘 쏟아져 나오는 힐링에세이라는 인상이다.
작가 소개는 그런 인상에 굳히기를 들어간다.
"행복은 출근길 달달한 바닐라라테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요" 라니.
출근길에 달달한 바닐라라테를 사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그리고 도저히 행복과 출근길이 동일선상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물론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맙게....여기고는 있다.
생존을 위함과 행복은 조금 다른 것이란 말이다.)
아,, 이 분. SNS 갬성이 넘치는 에세이를 쓰시는 분인가... 싶었다.
+ 특이한 목차.
하고 싶은 말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혹은 디자인적인 요소 때문인지
주로 세로줄 세우기로 늘어서 있는 목차가 이 책에는 가로로 엮여 있다.
카피 구절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도 있고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한 제목도 있었으며,
무슨 얘기가 다뤄질 지 짐작이 갔던
(그런데 막상 그 페이지를 읽으면 반전매력이 보이는) 제목도 있었다.

저자는 10년의 회사생활을 그만 두고, 작가가 되었다.
무조건 낭만을 외치기에는 생존의 바다에 던져진 혹은 스스로 뛰어든 상황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책 중간중간에 나온다.
그래서인지 나의 사정이라곤 아랑곳하지 않고 제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쓱쓱- 제 갈길을 가고 있는 세상이라는 궤도에서 살짝 삐끗- 한 사람들의 정서를
그리고 그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들을,
그 시간을 견뎌낸 사람이 그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실제로 들으면 '나는 말이지-'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글자로 읽으니 그렇지 않다는 점이 정말 신기하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답이 무엇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남들에게 맞춰주며 갈등을 피하다보니
결국 남에게는 다정하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얘기도 하고, 몇 번씩이나 기회도 주는데
자기 자신에게는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자책하며, 더-더- 잘 하기를 요구하고
남들도 똑같이 힘든데 징징거리지 말라고 차갑게 꾸짖는 내면의 자아와 목소리에
"그러지 마!" 라고 말해주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경험들을 중첩시키며
모두가 조금씩 외롭기도, 괴롭기도, 즐겁기도, 신나기도 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임을,
그래서 나의 속상함이 남탓도 내탓도 아닌,
그저 상황이 좀 안 좋았음을 깨닫게 하는
일상공감에세이였다.
왜 잠들기 전 꺼내먹는 얘쁜 말 처방전. 이라고 띠지에 써 있는지 알 것 같다.
오늘의 일과 마음을 다독이며 푹 자고 일어나
내일은 또 새로운 마음으로 내 삶을 만들어가길 응원받는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