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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 불안 속에서 더 나은 순간을 찾으려 애쓴 시간들
손현녕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5월
평점 :

손현녕 작가의 새 책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을 읽었다.
처음 책을 인터넷으로 봤을 땐, 분홍색이 책 자체의 표지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솜사탕같은 하늘 속에서 반짝거리는 대관람차를 타고 있는 분홍색 표지를 벗기면
흰색 책 겉표지에 흑백의 조그마한 사진이 왼편에 자리잡고 있다.
우산을 쓰고 어딘가를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사진.
그리고 그 사람과 나를 구별하는 것 같은 철제 울타리.
멀리서 지켜본 다른 사람의 모습은 분홍 겉표지마냥 예쁘고 샤방샤방해보일지라도
그 사람의 속내는 비오는 날 우산을 받쳐들고 바쁘게 걷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역시, 감성적인 책을 손에 쥐니 함께 터지는 감성 ^^)
Prologue
내가 바란
무작정의 행복,
순간의 나와
당신이 모여
영원의 시간을 이루는 것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에피소드를 품고 날 살짝 불안하게 할 만큼 돌아돌아
고된 방랑 끝에 살짝 구겨진 채로 내 손에 도착한 이 책을 펴고
이 프롤로그를 읽을 때, 괜시리 울컥했다.
이토록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작가가 쓴 "무작정"이란 단어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따지거나, 멀리 재거나 기다리지 않고,
말그대로 그냥 무작정으로 갖고 싶은 행복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목차조차 시적이다.
1. 순간의 나
2. 그리고 각성
3. 영원의 당신
4. 그리고 위로
5. 영원의 나와 순간의 당신
짧지만 몇번씩 곱씹게 되는 문구도 있고
"맞아, 나도 이랬던 적 있어." 하며 미소를 짓거나 불현듯 추억에 빠지게 하는 주문같은 문구도 있었다.
그냥 흘러가는 일상과 매일의 순간들에 늘 동동 잠긴 듯 떠있는 행복의 조각들을
작가가 예민한 감수성으로 건져내서 물기를 잘 닦아 대접해주는 느낌이다.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비밀이야기를 오히려 마음껏 꺼내어
위로해주고 응원받을 수 있는 랜선친구를 사귄 것 같다. ^^
인상적이었던 문구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몇가지를 적어보자면.
요즘 나의 일과는 시간을 심어 열매를 기다리는 것이다.
- 인생길 p.32
무심코 본 달력이 오늘을 가리켰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각자의 인생에서 존재하지 말아야 했던 하루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늘 그렇듯 영원한 건 단 하나도 없다. 슬픔도 행복도 그 모든 관계도, 제 각각 유통기한만 다를 뿐이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도 참 덧없다. 순간의 찰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10월 p.35
입 밖으로는 무수한 긍정의 언어를 내뱉고 있지만 희한하게도 글을 쓰는 것은 두려워 몇 번을 망설인다. 글로 표현할 때 만큼은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문장 안에서는
도무지 감정을 속일 수 없다. 세치 혀가 왜 무서운지 깨닫고 있는 새벽이다.
-마음이 심란할 때 p.127
겉만 봐서는 속을 모른다.
깊은 대화를 나누어도 진정 그 속은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모호함이 주는 긴장감이 늘 따른다.
어느날 모호함이 사라진다면 우리 서로 마주보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할지도 모른다.
-거리감 p.151
꼭 끌어안고 내가 네 편이라고 몇 번이고 얘기해줄게.
-사랑하는 너에게 p.252
작가란 이런 존재일까.
뭐라 딱히 형상화할 수 없는 생각과 감성을
또각또각 새겨서 손으로 더듬어 보는 사람들에게조차
"아... 이 느낌. 나도 느껴본 적 있어!" 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거듭된 불합격, 공황장애, 어려운 인간관계에서 겪은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벼려낸
작가가 쓴 책날개에 쓴 문구로 끝을 맺어야겠다.
"글의 가닥과 가닥이 매듭을 맺어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밧줄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 밧줄의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
나도,
나의 일상의 가닥가닥으로 매듭을 맺어,
행복으로 인도하는 순간이라는 밧줄이 손에서 미끌어지지 않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