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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예습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8년 8월
평점 :

99세의 철학자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도 한국의 철학자가.
1920년 평안도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살다 해방을 맞이하고,
곧 6.25 전쟁을 겪어야 했던 젊은이.
절대빈곤, 독재 정권, 민주화운동, 경제적 성장 등
지난 100년 동안 숨이 가쁠 정도로 엄청난 변화와 굴곡이
함정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대한민국에서 99세를 살아온 노학자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내려야 한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삶과 희망만큼의 행복이 있겠지만
김형석 교수의 행복의 조건은 흔하고, 그래서 남다르다.
감사하는 마음, 소유와 욕심,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
예측불가인 삶에 대한 유연성, 기쁨을 찾는 적극성, 다름을 인정하는 넉넉함.
을 자신의 삶의 여러 에피소드를 들어 이야기 해준다.
99세까지 책을 내는 정정함과 명징함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삶의 고비마다, 자신의 내면을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며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구별해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왔기에
소탈하고 때론 역시 할아버지 같은 올드함을 보여주는 자연인의 모습에서
자기계발서에 종종 등장하곤 하는 친근하지만 지혜의 말을 아끼지 않는
동네의 노인, 학교의 노교수, 철학자, 지식인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살아온 시대가 달라 생각과 가치관(세계관)의 차이가 있어,
무조건 모든 이야기에 긍정하고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지만 ^^;
그래도, 크게 다를 것 없는 삶의 궤적의 차원에서 사유하고
세상을 보는 좀 더 따스한 시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2018년 7월, 유난히 더운 여름에, 철학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행복'의 비법은
의외로 (혹은 예상대로) 평범하다.
행복은 어디 있었는가.
행복은 주어지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들의 생활과 삶 속에 있었다.
고통과 시련이 있을 때는 희망과 함께 했다.
좌절과 절망에 처했을 때는 믿음을 안겨 주었다.
나는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행복이 함께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사랑의 척도가 그대로 행복의 기준이 되곤 했다.
그래서 행복을 염원하는 사람에게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을 나누십시오" 라는 인사를 드리면서
붓을 놓겠다.
p.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