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6 - 완결
마리 오자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눈물 많은 한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내게 추천했을 때, 나는 청승맞은 이야기는 질색이라며 읽지 않았더랬다. 고아에다 졸지에 미혼모까지 되는 소녀와 그녀가 낳은 딸이 엮어가는 이야기라니, 왠지 꾸리꾸리한 분위기가 팍팍 풍기지 않는가.

그러나, 얼마전 너무나 다종다양하게 만화를 섭렵한 결과 마침내 읽을 거리가 바닥을 보였고, 그 때문에 우연히 이 책에 손을 뻗게 되었다. 결과? 허허허...나 자신의 섣부른 판단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대충 그린 듯 보이던 가는 선의 그림체는 볼수록 섬세하고 깨끗했으며, 미혼모 수우와 그 딸 노조미가 생활하는 모습은 재미있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노조미의 아이답고도 천역덕스러운 행동들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수우에게는 끝없이 감탄할 뿐으로, 나라면 과연 저 상황에서 저만큼 당당할까 싶게 언제나 멋진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매력은 뭐니해도 수우와 노조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라고는 절대로 할 수 없다. 수우와 노조미를 남겨두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키라, 생전 모습은 얼마 안 나오지만 죽은 이후 '추억'의 형태로 계속 등장하는 그는 알수록 멋지다. 냉소적인 청년에서 굳건한 남자로 변신하는 아키라ㅡ 그가 예전 가정교사였던 토요가미씨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완전히 팬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아키라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토요가미씨 또한 엘리트에 능력있고 심성 따뜻한 남자로 도저히 아키라와 둘 중 누가 나은지 판가름할 수가 없다. 이 두 남정네 외에 수우와 노조미에게 가족같은 친구가 되어주는 모리내외, 시즈할머니, 노조미의 친조부와 친조모 등 예쁜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이 사람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들어도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음악 속에 잠겨 나는 너무나 행복해지고 만다. 한창 감성 풍부할 고교 시절에 왜 친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 책을 읽지 않았던가! 지금와서 후회해도 늦은 일이지만 정말 통탄스럽다. 아무튼, 사회생활의 각박함에 찌들어있던 내게 이 책은 정신의 휴식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