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향기 1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199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등학교 때 한참 애들 사이에서 떠돌았던 책이, 바로 남자의 향기다. 책을 안 읽던 내 짝마저도 심취해서 읽기에 나는 제목이 무척이나 맘에 안 들었음에도 한 번 읽어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린 결론, '고전 신파'. 이 한마디보다 더 잘 이 책을 설명할 수 있을까. 예쁘고 착하고 순종적인 그리고 온갖 남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여자와 강하고 잘생기고 의리있고 멋지지만 그래서 손해를 보게되는 한 남자. 은혜와 혁수. 이 두 사람의 어릴 때부터 싹 튼 사랑이 나중에 끼어든 부잣집 남자에 의해 어떻게 이간질되느냐-는 이야기랄까. 아니, 여기까지는 편의상 나누어 볼 때 1부고, 그 뒤는 은혜와 그 부잣집 남자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자기 분야-일면 조직-의 일을 하다가 여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또다시 그녀를 위해 나서다가 대신 사형당하는 게 2부다. 어떤가? 전형적인 주인공 설정에, 삼각관계에, 거기다 조직이라는 뒷세계 가미와 모래시계류의 사형. 이것에 참신하다 이런 감동적이고 눈물이 흐르는 책은 읽은 적이 없다-라는 평가를 나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애들이 주위에 있었는데 그 때 나는 정말 기가 막혔더랬다. 뭐 어쨌든 대중들에게 잘 먹혀들어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동시대의 작품인 <아버지>니, 근래 상종가를 달린 <국화꽃 향기>가 그랬듯이. 하지만 나로서는 이런 소위 잘나가는 베스트셀러가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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