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1
곤도 요시후미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대개 애니메이션으로 스크린을 통해 봤지만, 이 작품 <귀를 기울이면>만은 애니메이션 북으로 먼저 접했다. 그리고 나서 애니메이션으로 봤는데, 애니메이션북으로 볼 때는 감상하지 못했던 음악과 주인공 소녀의 노래를 실제로 들으니 무척 좋았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북에서는 내 취향에 맞게 장면장면을 재단해서 -보는 시간과 그에 따른 비중조절- 보았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는 오직 감독의 뜻대로 끌려가야했기에 그 점에선 애니메이션 북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골동품점같은 경우,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들어차있어서 책으로 볼 때는 하나하나 무척 자세히 보며 즐거워했는데 동영상으로는 휙휙 지나쳐가버리니 말이다.

고양이를 따라 골동품점에 발을 들인 소녀가, 그 곳에서 바이올린 만들기를 배우는 소년과 친해진다.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소년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의 만남, 알고보니 도서관에서 도서카드에 항상 소녀보다 먼저 이름이 적혀있던 소년은 소녀를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 것. 도서관과 학교, 골동품점을 오가며 점차 진행되는 소년과 소녀의 너무너무 보기좋은 러브스토리.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담백한 '좋아해'의 감정. 감독의 노령의 나이를 생각할 때 정말 감탄스러운 사춘기의 풋풋한 감정묘사다.

꿈과 장래의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풋사랑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푸른 하늘같은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면'이 아닐까? 골동품점에서 할아버지들과 소년은 악기를 연주하고, 소녀는 노래를 부르는 작은 음악회는 소리가 없는 책임에도 소리를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소녀의 '컨트리 로드'를 부르는 약간 머뭇대다가 나중엔 신이 나서 불러제끼는 맑은 노래소리가 말이다. 나중에 실제로 애니메이션으로 봤을 때, 정말 책을 보며 내가 상상하던 만큼이나 듣기 좋았더랬다. 귀를 기울이면은, 애니메이션만큼이나 생생한 장면장면이 녹아든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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