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의 원리
미셸리오 지음, 이재룡 임승원 옮김 / 책세상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불확정성의 원리>는 얼핏 무슨 과학서적이나 되는 듯한 딱딱한 제목으로 사람들의 손이 쉬이 가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실상 이것은 소설이며 그것도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다. 나는 이 중편집을 본 것을 내 독서인생(?)의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실족이나 틀라퀼로, 그리고 표제인 불확정성의 원리 등 중편들이 실린 중편집, <불확정성의 원리>. 이 책만큼 독특한 것이 또 있을까. 아,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있군.^^; 나는 현대 작가 중 사변적이면서도 놀랄만큼 흥미로운 글을 쓰는 작가로 독일에선 쥐스킨트를, 프랑스에선 미셸 리오를 꼽는다.

각 중편집들은 다른 소재, 다른 내용이지만 놀랄만큼 동일한 무엇이 흐르고 있어서 [미셸 리오]라는 상표(?)를 드러낸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어찌나 박학다식한지, 상대방의 어렵고 문어체인 말들을 잘도 알아듣고 맞받아쳐주는 일도 문제없다. -ㅅ-; 게다가 심리를 나타내는 묘사 하나하나가 얼핏 대강 훑어서는 이해가 안 되고 두 세번은 읽어야 제대로 파악되는 것이 반복의 묘미가 살아숨쉰달까. ^^; 아무튼 다 읽고 나니 수학 문제집 한 권을 풀었을 때처럼 뿌듯하고 머리가 개운했다.(-ㅁ-; 우하하--)

에이, 이게 뭐야- 라고 집어던질지도 모른다. 소위 가벼운 판타지에 익숙한 다수 젊은층에겐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정신 집중해서 자세 잡고 읽어보면, 자신이 보물을 손에 쥐고 앉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족]이 특히 감명깊었는데,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에서 제목인 실족이 의미하는 바가 극명히 드러나며 머리가 화살에 꿰뚫리는 느낌이었다. 꼭 장미의 이름에서 끝 부분 문장(...장미의 이름만이 남는다)을 읽었을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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