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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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영화 잡지를 정기 구독하기 시작했고,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여 보지도 않은 영화를 인생 영화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작가의 고백이 함께하는 글이었다. 한때 프랑스 영화에 빠졌던 그는 친구들을 꼬셔 함께 보러간 프랑스 거장의 "걸작" 영화관에서 바로 잠에 빠져버리면서 자신이 영화를 보기만 하면 잠이 들고, '태름아버지의 밤'이라 하여 불법 유통 영상 자막의 영웅인 태름아버지를 나름 기념하기 위한 영화제도 가져보고, 파리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퍼포먼스를 본다고 친구와 찾아갔다 잠만 자고 왔던 작가.. 그에게 영화는 무엇이었을까? 뭔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는 많은데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말장난 같은 문구들이 중간중간 눈에 띄는 에세이였다. 영화와 시에 대한 이야기? 뭔가 전문적인 내용이면서도 매니아적인 그의 생각과 정보들이 함께 하는 글이었다. 이제 극장이 아닌 핸드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시대이지만, 자유를 원하지 않는 모순적인 자신의 모습. 시 역시 좋아할수록 자유롭지 않고 고통스럽고 병약스러워지는 나. 이 모든 것을 벗어나 영화와 시를 좋아하는 것이... 즐기고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과제라는 작가의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 많은 지식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보다 의견이 더 많은 세상이기에...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기에 알 수가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을지도.. 작가의 이야기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였지만, 너무 심오한 흐름은 저 깊숙히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했기에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노력했으나 알기 어려웠다. 쉽지 않은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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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말들의 흐름 2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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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팬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영화들. "중경삼림", "동사서독", "아비정전", "화양연화" 등등. 왕가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촬영에 들어가기로 유명하다. 계속되는 시나리오의 수정으로 출연한 배우들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는 그의 영화는 촬영기간보다 더 긴 편집기간을 거쳐서 탄생하였다. 필름 하나하나를 잘라 붙여야했던 편집 방식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때그때 느낌에 따라 변하는 내용과 촬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놓고 이러한 방식으로 이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글이었기에 주로 읽어왔던 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인 것은 확실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영화와 담배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해놓았다가 주루룩 연결해놓은 듯한 느낌! 바로 그 느낌처럼 단락단락이 숫자가 매겨진 작은 조각들로 되어있었다. 각각의 조각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그 조각들 사이의 관계와 조각들의 전체적인 배치가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이야기.. 새로운 조각들을 쓰면 그때까지 쓴 조각들을 새롭게 배치하여 완성되었다고 한다. 늘어놓고 다듬고 빼고 더하고..

 

이 내용을 읽으면서 지난 몇달동안 작성한 서평들이 생각났다. 좋은 책들을 읽고 나만의 생각을 적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과연 책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여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놓았었을까? 처음과 끝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졌을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보고 다듬고 빼고 더하면서 작성했던 서평들이었지만 부족함이 많아보인다. 좁은 시선으로 바라본 짧은 경험과 성찰을 어설프게 나열해놓은 건 아니었을지 반성하게 된다. 나를 위한 기록이자 생각의 정리로 쓴 글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렵기도 하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함을 알기에..

 

저자도 이야기한다. 남에 글에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는 견디지 못한다고.. 예전에 지옥은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광화문의 겨울 새벽같은 모습”일거라고 썼다는데, 다시 생각하니 지옥은 “그 광화문에 가득한 그 사람들이 저자 자신이 쓴 글을 염불처럼 외우고 있는 모습”일거란다. 생각해보니 정말 무서운 지옥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영화도 한동안 보지않는 저자의 이 책은 다행히도 염불처럼 외우지는 못할 듯 하다. 잡학다식한 그의 이야기가 관련없는 듯 하면서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재미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픽션인 영화와 언제나 다음 담배를 부른다는 담배에 대한 이야기. 낯선 전개였지만 어렵지않게 그의 수다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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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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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이 넘는 명품 첼로의 도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쓰게 아키라 회장의 피아노 파괴에 이어.. 쓰게 아키라를 공격하겠다는 익명의 글까지!! 사건은 연속해서 벌어지고 그 중심에는 학내 연주회를 위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있었다. 아니, 그 중에서 콘서트마스터인 기도 아키라와 첼리스트이면서 쓰게 아키라 회장의 손녀딸 쓰게 하쓰네가 있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간 불신의 골도 깊어지고 사건으로 인해 연주회는 취소 위기에 놓인다. 그리고, 콘서트마스터 아키라는 범인으로 몰리는데.. 이 순간 구원자로 등장한 미사키 선생의 놀라운 능력으로 오케스트라는 힘을 얻으며 성공적인 연주회를 끝마친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건의 범인?! 모든 진실은 음악 탐정 미사키 요스케로 인해 밝혀지는데!!

 

음악에 미친 사람들의 열정과 숨겨진 아픔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끝없는 연습으로 단련하며 꿈을 쫓는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미사키 요스케가 밝혀낸 사건의 결말도 놀라웠지만, 그들의 연주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 더 놀라웠다.

 

모든 이들이 지치고 두려운 집중호우로 대피해있는 상황에서 울려퍼진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무려 16 페이지에 걸쳐 묘사된 아키라의 바이올린과 미사키 선생의 피아노 협주는 말 그대로 하나의 연주였다. 글로 쓰여졌으나, 바로 앞에서 그들이 연주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그들의 연주가 들리는 듯! 내가 바로 그들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알레그로 모데라토. 4분의4박자. 론도형식. 상향하다 하향. 포르티시모. 피아니시모.칸초네타 안단테 아타카. 이런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했지만 그것들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미사키 선생의 피아노와 하나되는 아키라의 열정과 몰입에 함께 할 뿐이었다. 놀라운 느낌이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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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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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열다섯살 고즈키 하루카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땅값 상승으로 벼락부자가 되신 할아버지, 그리고 변변한 직장이 없는 겐조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그들 사이에 인도네시아에서 갑작스런 쓰나미에 목숨을 잃은 레이코 고모의 딸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루시아가 들어온다. 그들은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들이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화재로 루시아와 할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하고 하루카만이 엄청난 화상을 입은 채로 살아남는다. 스스로 살아남은 것이 아닌 다른 이들에 의해 살아남겨졌기에 힘겨운 삶을 지켜내야했던 그녀에게 피아노는 마지막 희망이자 삶의 목표가 된다. 다행히 천재적인 음악선생 미사키 요스케를 만나 그녀는 신체적 약점과 심리적 나약함을 극복하고 자신이 바라던 무대에 서게 된다.

 

분명히 추리소설이었고 탐정소설이라 알고 있었는데, 뚜렷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지도 무시무시한 범인이 나타나지도 천재 탐정의 놀라운 추리도 없었다. 연속되는 사고와 하루카를 노리는 사건들, 그리고 거액의 유산이라는 충분한 살인동기는 그저 하루카의 인생역전 이야기의 배경이었다.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시작인 안녕 드뷔시는 탐정 소설이라기 보다는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고 아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모든 비밀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반전! 그리고 진실!

 

모든 것을 알게되고 이해한 미사키 요스케의 이 한마디가 사건을 해결해버린다. 주변의 기대와 착각..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녀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기대와 착각을 한 사람? 그 선택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인 사람?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은 없다. 언젠가 밝혀질 진실 때문에 마음 쓰지말고 당당하게 진짜로 원하는 내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루카의 마지막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아름다운 드뷔시의 선율처럼 밝게 빛날 그녀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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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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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쫄깃한 놈도 있고 보들한 놈도 있다. 원이의 어머니 새댁의 계란볶음밥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차피 그 놈이 그 놈 같은 모두 같은 볶음밥이듯, 삼벌레고개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살았지만 다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바위 세덩어리가 솟아 있는 삼악산이었지만, 남쪽 면을 복개해 도로를 만들고 그 도로 양쪽으로 집들이 차곡차곡 들어선 삼악동. 거대한 벌레같은 모습이라 삼벌레고개로 불리는 동네였다.

 

버젓한 주택들이 늘어선 아랫동네와 빠듯한 삶에 일세를 사는 윗동네 사이에 있는 중간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 중에서도 우물집의 집주인 순분과 그 집에 세들어 사는 새댁.. 아니 그들의 둘째들, 일곱살배기 은철과 원이 바라보는 삼벌레 동네의 이야기였다. 영원히 여섯 살 차이를 좁힐 수 없는 언니나 형에게 짓눌려 살아야 하고 거꾸로 그들을 짓누를 수 없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가진 그들은 동네 사람들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스파이가 된다. 귀밝이술을 귀발귀술이라 알아듣고, 언니의 영어책에 쓰여진 한글 발음을 보고는 a girl을 "어거"라고 외우는 어설픈 스파이들이었다. 그들만큼이나 어설펐던 현실 세계로 인하여 그들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지고, 그 슬픔에 운다.

 

반공주의가 난무했던 그 시절의 우리네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세대였지만, 작가의 세밀한 표현에 우물집 한구석에 세놓아 살았던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고달픈 삶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고자 했던 어른들과 그 가운데서 천진난만함을 간직하던 아이들이 어우러진 삼벌레고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느낌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했을까? 뭔가 먹먹한 느낌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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