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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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쫄깃한 놈도 있고 보들한 놈도 있다. 원이의 어머니 새댁의 계란볶음밥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차피 그 놈이 그 놈 같은 모두 같은 볶음밥이듯, 삼벌레고개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살았지만 다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바위 세덩어리가 솟아 있는 삼악산이었지만, 남쪽 면을 복개해 도로를 만들고 그 도로 양쪽으로 집들이 차곡차곡 들어선 삼악동. 거대한 벌레같은 모습이라 삼벌레고개로 불리는 동네였다.

 

버젓한 주택들이 늘어선 아랫동네와 빠듯한 삶에 일세를 사는 윗동네 사이에 있는 중간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 중에서도 우물집의 집주인 순분과 그 집에 세들어 사는 새댁.. 아니 그들의 둘째들, 일곱살배기 은철과 원이 바라보는 삼벌레 동네의 이야기였다. 영원히 여섯 살 차이를 좁힐 수 없는 언니나 형에게 짓눌려 살아야 하고 거꾸로 그들을 짓누를 수 없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가진 그들은 동네 사람들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스파이가 된다. 귀밝이술을 귀발귀술이라 알아듣고, 언니의 영어책에 쓰여진 한글 발음을 보고는 a girl을 "어거"라고 외우는 어설픈 스파이들이었다. 그들만큼이나 어설펐던 현실 세계로 인하여 그들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지고, 그 슬픔에 운다.

 

반공주의가 난무했던 그 시절의 우리네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세대였지만, 작가의 세밀한 표현에 우물집 한구석에 세놓아 살았던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고달픈 삶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고자 했던 어른들과 그 가운데서 천진난만함을 간직하던 아이들이 어우러진 삼벌레고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느낌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했을까? 뭔가 먹먹한 느낌의 글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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