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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스와프 렘 - 미래학 학회 외 14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7/pimg_7276952562950499.jpg)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소설가인 스타니스와프 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공상과학 소설과 에세이를 썼던 폴란드 작가라고 합니다. 오래된 분이기도 하지만 폴란드 작가라는 점에서 저에게는 무척 낯선 작가입니다만.. 무려 41개 언어로 번역되고 2,700만부 이상 판매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라고 하네요! 제가 읽지 않아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가 되는군요!! 이런....!!!
스타니스와프 렘은 주로 과학 소설과 과학/문화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는데요. 미래의 기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신의 존재와 본질, 초월성, 외계인과의 의사소통까지!! 이번 세계문학단편선에 실린 15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러한 스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답니다. 단순한 SF 작가가 아닌, 철학자나 미래학자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더라구요. 무려 100년전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먼 미래에 있음직한 이야기들이랍니다. 놀라워요~!!
이과 계열의 농담이라고 해야하나요?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이야기! 머리를 쥐어싸매고 읽어야지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한 지적 탐구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꽤 있었답니다. <미래학회>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터뜨린 화학탄으로 인한 환각 속에서 로켓가방을 달고 하늘을 날고, 수술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 뇌가 옮겨가기도 하고, 시궁창 쥐들과 카드놀이도 한답니다. 깨어난 현실이 또다른 환각 속이었고, 또다시 깨어났지만 또 환각! 마지막 장면에 진짜 현실로 돌아오지만, 사실 환각일지 모르는거죠.
또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잘 드러나고 있답니다. <세탁기의 비극>에서는 놀라운 세탁기의 진화로 발생되는 사건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누더기 법이 생기고 있네요. 항상 그렇듯이 법은 항상 뒤늦게 문제를 봉합하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새롭게 삐져나오는 사건들... 법의 한계점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야할까요? <열세번째 여행>에서는 개인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든 이가 평등하지만,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부속품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가장 큰 징벌은 개인성을 주는 것이라는 이야기.. 참 아이러니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가장 재미나게 읽은 소설이네요.
짧은 단편들이라 충분한 배경설명이나 서론이 없이 시작되었기에 내용을 파악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약간 있었네요. 게다가 무척 심도깊고 너무 풍부한 상상력으로 낯선 소재들의 이야기였기에 더욱 그랬답니다. 하지만, 렘의 스타일을 알게되는 순간 그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네요.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이야기!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SF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복잡한 기계같은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철학 소설이었네요. 그의 대표작이라는 <솔라리스>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과연 장편에서는 어떤 스타일로 어떤 내용을 보여주고 있을런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