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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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7일에 걸쳐 세상을 창조하시고, 자신과 닮은 인간을 만들어 에덴동산에서 지내게 하셨죠. 하지만, 뱀의 꼬임에 넘어간 이브와 아담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에덴에서 추방되죠. 여자는 배를 아파하며 아이를 낳는 출산의 고통을, 남자는 먹고살기 위해 힘들게 일해야 하는 노동의 형벌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죽음이라는 운명까지.. 맞습니다. 출산과 노동, 그리고 죽음은 인간이 받은 벌이었답니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 다르게 보이네요. 선악과를 먹은 것은 뱀의 꼬임이었다고 하지만 사실 뱀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밖에 없었거든요. 인간의 호기심이 문제였군요! 하지만 이 특성은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잖아요. 이제 인간은 호기심 때문에 얻은 자신의 형벌에 도전하기 시작합니다. 출산의 고통! 노동의 고됨! 삶의 죽음!

 


이 책에 담긴 두 편의 짧은 SF 소설도 바로 이런 도전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임산부 로봇이 날아드립니다’에서는 출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놀라운 기술이 나옵니다. 아마 캡슐 자궁이 먼저였던 거 같은데, 유례없는 학교폭력으로 인간의 임신 과정을 본떠서 프로그램된 출산 로봇이 태교를 하거든요.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은 조금 더 위대해지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터져버린 문제들!

두 번째 소설 ‘소년과 소년’도 마찬가지였네요.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에 도전하는 미래의 이야기였는데요. 나는 죽었지만 누군가의 뇌를 이식받아 영원히 죽지 않는 나? 그렇다면 나는 나일까? 결국 내 안에 갇혀버린 나! 불완전한 인간의 도전이기에 완벽할 수 없음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던 거 같아요.

사실 이미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공상과학 소재들이었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들이라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약간 무서운 미래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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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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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필독서였던 안네의 일기. 사실 세계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치를 피해 비밀 아지트에 숨은 유태인 가족 이야기. 이렇게만 기억하는 책이었지만, 이번에 다시 만나보니 단순히 역사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공포와 궁핍이라는 전쟁의 진짜 모습, 몸도 마음도 불안한 사춘기 소녀의 감정들.. 그림이 있는 그래픽 노블이라서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을 만났답니다.

 

 


예쁘장한 미모로 남학생들의 온갖 관심을 받는 13살 여학생의 비밀 일기장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까요? 짝사랑하는 남자아이 이야기가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고백받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요? 뭐든지 차분하고 완벽한 언니와 비교하는 가족들에 대한 불만? 사춘기 소녀의 공상과 고민들일지도 모르겠네요.

전 세계 수백만 사람들에게 공개된 한 소녀의 일기장이 있었는데요. 그녀의 일기장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 가득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함께 들어있었네요. 아프고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들이..


 

 

 

1942년 13번째 생일을 맞이한 안네에게 비밀 친구가 하나 생겼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털어놓을 비밀 친구, 바로 작은 일기장 키티였는데요. 하지만, 키티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평범하지만은 않았네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였지만, 2차 세계대전을 앞둔 독일이었고 그녀는 나치가 억압하는 유태인이었거든요.


모두가 아시다시피 비밀 아지트에 숨은 안네와 그녀의 가족들. 누군가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한순간에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숨 막히는 공포와 불안!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내야만 했던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는데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하고 어려웠던 시간 속에서 견디어내야만 했던 그녀! 감수성 예민하고 몸도 마음도 심란한 사춘기 시절도 보내야만 했던 그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감히 상상하지 못하겠네요.?


 

 

탁월한 역사가 앨빈 로젠펠트는 <홀로코스트의 종말>에서 ”아돌프 히틀러 본인을 제외하고 당대의 누구보다 나치 시대를 잘 알리는 사람은 안네 프랑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p.154




역사 속의 사건도 아니었고, 숫자로 남겨진 기록도 아니었지만.. 안네의 일기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담겨있네요. 인간이 경험한 진솔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답니다. 그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죠.

살짝 아쉬웠던 건 그래픽 노블에서 모든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네요.? 그래도 안네의 생각과 감정을 다양한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또 다른 느낌과 공감이었던 거 같아요. 이번 기회에 원작으로 다시 만나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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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인간
테드 휴즈 지음, 크리스 몰드 그림, 조호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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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깜깜한 늦은 저녁,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기분! 길가 높다란 나무 위에서 불빛 두 개가 갑자기 번쩍! 도로 한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무쇠 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냐고요? 아니요. 시골 농부가 무쇠 인간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랍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에 거부감을 느끼잖아요. 그리고 그 이질적인 것이 뭔지 정확히 모를 때 공포를 느끼죠. 바로 지금 저 농부처럼 말이죠. 거대한 무쇠 인간?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의 등장인데요. 과연 그는 인간의 친구일까요? 인류의 파괴자일까요?


 


무쇠 인간의 출현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였답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존재.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공포의 대상! 인간은 금속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무쇠 인간을 없애려고 합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나에게 위험할 거 같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머나먼 우주에서 지구로 점점 다가오는 별 하나 이야기도 담겨있는데요. 달 크기가 될 정도로 가까워진 별에서는 무쇠 인간보다 더 커다란 우주박쥐천사용이 날라옵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 이대로 인류는 멸망하는 걸까요? 지구는 사라지는 건가요?



 

 

알고 보니 1968년에 발표되어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고 하네요. 미국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로 만들어질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동화라고 하는데요. 읽으면서 이렇게 오래전 작품인지 전혀 몰랐네요. 아마 멋진 일러스트가 더해진 새로운 모습이라 그런가 봐요. 전혀 옛날이야기 같지 않았거든요. 아니, 요즘 창작동화나 어린이 도서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났던 거 같아요.

인간과 무쇠 인간의 만남에서 긴장감이 넘쳤고, 새로운 빌런 외계 괴물 용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긴장감이 넘쳤거든요. 소년의 재치로 무쇠 인간을 함정에 빠지게 할 때 안도감을 느꼈고, 무쇠 인간의 재치로 외계 괴물 용을 이기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거든요. 왜 인기 어린이책인지 알겠더라고요. 어른이나 아이나 재미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오랜만에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모두 만족하는 책을 만났네요. 아동 문학이었지만 너무 유치하지 않았고, 멋진 일러스트는 어린이만을 위한 그림이 아니었거든요. 후다닥 다 읽었으니 이제 저희 집 아이에게 넘겨야겠네요. 사실은 벌써 가져가서 그림부터 후다닥 보고 있긴 하지만요.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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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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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거 같아요. 어떤 단어를 어떤 어휘를 어떤 문장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양하잖아요. 얼마 전에 읽은 김훈 작가는 거칠고 중후한 남성의 필체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시리즈 중에서 '산책'이라는 작품에서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느껴졌어요. 모두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산책이라는 제목 때문일 수도 있을 수도 있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니었는데요. 아쉽게도 내용은 전혀 그렇지가 않네요.

 

 

서울 변두리 신도시. 신도시답게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데요. 아니 서울 변두리였기에 가능한 편의 시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넓게 빠진 구조로 실제 평형보다 넓은 집은 환한 햇살이 들어오고, 잘 꾸며진 산책로와 다양한 테마의 단지 안의 공원들에서 친환경을 생활화하고, 물을 뿜어내는 분수와 아이들이 넘쳐나는 놀이터는 삶의 여유가 느껴지네요. 하지만, 서울 변두리! 집값은 서울의 반의반? 그리고 입주민들의 갑질까지..

서울 강남. 최고 집값을 자랑하는 그곳은 영끌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좁은 집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조회하는 낙에 살아야만 한답니다. 그래도 1억씩 팍팍 올라주니 내 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긴 하겠네요.

과연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요? 각자의 삶은 각자의 방식이 있다고 하니 함부로 비난하진 못하겠네요. 하지만, 윤경과 여경 자매의 삶은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듯해요. 우리는 어떨까요? 집은 사는 (live)가 아니라 사는 (buy)라는 농담처럼, 물질에 치이고 삶에 치이고 사람에게 치이면서 살고 있지 않나요? 김이은 작가의 '산책'은 희망을 주는 결말은 아니었어요. 질문만 남기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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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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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부표는 내가 아는 그 부표가 맞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던 책이었는데요.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그것? 사실 정확히 어떤 용도인지, 왜 거기에 있는 건지, 어떻게 그 자리에 있는 건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생소한 물건이었는데요. 아니,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굉장히 낯선 단어였어요.

 

 


이야기는 2년마다 바다 한가운데 무거운 추와 두꺼운 쇠사슬로 고정되어 떠있는 부표를 수거하고 새로운 것으로 설치하는 주인공의 작업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네요.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작업이 진행되는지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겹치면서 나오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일확천금을 노리며 큰소리만 치던 아버지. 빌런도 아니면서 항상 패배하던 아버지. 훌쩍 떠났다가 훌쩍 돌아와 그동안 번 돈을 보여주기만 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어이없이 뺑소니로 돌아가시고 삼우제를 앞둔 날이었거든요.

그동안 수고한 낡은 부표는 중요 부품을 새로운 부표에게 넘기고 재활용하기 위해 갑판 위에 놓여있었고, 이리저리 삶에 치인 늙은 아버지는 예비군 훈련 때 작성한 장기기증 서약을 실천한 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나무 아래 잠드셨네요. 부표와 아버지.. 너무도 다른 둘이 이렇게 연결되는 이야기였는데요. 마지막 문장을 읽고서야 숨을 쉴 수가 있었네요. 너무 몰입해서 읽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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