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멈춤, 교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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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하고 싶어요!”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한 문장. 아마도 회사와 일상 속에서 받는 은근한 스트레스 때문이리라. 눈치 보지 않고,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을 생각하고 원하게 되었다. 가성비나, 얼마나 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한국과 한 발짝 멀어지게 할 수 있는 여행이 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일까?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당연한 이치였던 거 같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마지막 걸음. 책장을 덮는다.”

책의 제목처럼 정말 한 장 한 장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갈하게 찍힌 사진과 저자가 다녀온 곳을 소개하는 글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의 글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들이지만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지극히 평범함이었다. 거기다 사람을 느긋하게하는 게 아니라 느리게해준다. 꼭 거북이가 된 기분이다. 기분 좋은 느림이랄까? 거기에 일본 도쿄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도 느끼게 해준다.

책의 큰 카테고리는 딱 세 가지,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지구상에서 흔한 카페, , 베이커리 등이 소개되어 있다. 내가 좋았던 건, 거북이처럼 느끼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해 주었다는 점이다. 거북이처럼 한 장 한 장 넘겨도 누가 뭐라 하지 않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구경하고, 읽어내며 몸과 마음을 거북이처럼 만들 수 있었다. 즐거운 책이었다. 이번에 계획 중인 여행에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메이트에게 보여주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고르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메이트와 함께 하는 여행으로 지금의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평화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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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문장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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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다 이 사람의 이름이 언급된 적이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지만 그의 글을 읽은 건 처음이었다. 사실 , 이런 사람이 있구나. 이런 글을 썼구나.’ 하는 정도에 만족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그의 책과 연이 닿게 되었고, 즐거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아무런 정보없이 제목만 보았을 때, 이 때가 제일 설랬다. 사실 백지상태로 읽어야 범인을 추리해 가며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악마의 문장이란 건 가문의 문장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였다. <흑집사>라는 만화에서처럼 왕족을 위해 일하는 가문인 줄 알았다. 30년대의 일본도 서양처럼 백작의 작위를 차용해 사용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위를 받았고, 왕을 위해 추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라 짐작했었다. 그렇게 책장을 넘겼다. 처음 부분을 읽을 때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생각하였다. 독살당한 사람이 책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치광이의 연쇄살인으로 방향을 잡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나 중간을 넘어가면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읽으면서 느낀 건 사실 잔혹하다고 느꼈다. 아마도 디테일하게 표현해 놓은 책의 내용 때문이리라. 아침에 읽으면서 가고 있었는데, 천막 안을 너무 디테일하게 표현해 한창 눈살을 찌푸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게다가 책이 옛날 책이다보니 읽으면서도 무슨 말이지?’ 하며 몇 번씩 문장을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30년대 책이다 보니 현재의 상황에 맞게 수정이 많이 들어갔을 것 같다. 게다가 번역하는 사람도 고어나 사어, 그 당시의 문화를 알지 못해 힘들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 있는 책을 재미있게 잘 읽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해를 잘 하고 있는가하는 마음도 들었다. 말도 어색하고, 읽으면서도 못 따라 가는 거 같으면 한 템포 쉬어가며 읽었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래된 책을 읽어본다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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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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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은 읽고 공부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막연히 어떤 과정으로 책이 만들어지는지 짐작만 했었다. 나 또한 책으로 먹고 살게 되었음에도, 정작 내 일거리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이상, 그 이후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어 볼 시간도, 이후에 대해 물어볼만한 사람도 없었다.

우선 이 책은 일본의 출판 시장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출판 환경과는 다른 모습일 거란 건 감안하고 보았다. 다르다면 다르겠지만, 신념이나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출판업계에게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 같았다. 큰 틀은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과정과 동일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람의 손이 거치지 않으면 물건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이 많았다. 전성기를 넘어, 기계의 시대까지 거쳐온 사람들이었다. 종이를 발명한 사람, 제본을 배우기 위해 독일로 간 사람, 교열 중 한자 단 한 개를 찾기 위해 백과사전을 몽땅 읽은 사람, 예쁘게 책에 옷을 입히기 위한 사람까지. 저마다 자신의 마인드를 장착했지만 목표는 하나, 알차고 아름다운, 자식을 예쁘게 만들고 싶은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책으로 벌어 먹으며, 같은 파트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최고였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에는 하나하나 꽤나 어려워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국어를 못 했나?’ 하며 적성에 안 맞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일하면서 짜증이 많이 늘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고 나니 아침에 보며 출근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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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파일 가계부 - 슈퍼 그뤠잇 짠돌이 부자 되기
이치노세 가쓰미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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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새해에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재테크 책을 읽는 것이다. 재테크를 진행하면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적금을 붓는 것, 교통비나 휴대폰비 등의 관리는 자동이체를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잘 안 되는 것이 변동비용, 즉 생활하며 쓰는 돈의 관리이다.

올해의 재테크 목표는 변동비용 아끼기로 잡을 정도로 변동비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0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펑크가 나게 된다. ‘체크카드로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본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하루의 금액을 가지고 사용하라. 현금으로.’, ‘현금이 증감이 확실해 내가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지론이다. 게다가 돈을 나누어 놓는 공간이 특이했다. ‘클리어파일이라는 물건에 대해 그리 생각치 않았었는데 그녀는 클리어파일로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하는 생활비달력과 맥이 같은 것이리라.

그러나 생활비달력과 다른 점이라면 도구를 구입하기 위해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한 동전까지 보관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하였다. ‘정말 관리가 가능할까?’ 그래서 내 방식대로 바꾸어 생각했고, 종이에 정리해 보았다. ‘돈을 어디에서 줄일 수 있을까그리고 얼마를 생활비로 삼아야 할까였다.

첫 번째 물음에는 사람이 사는 데 가장 많이 들어가는 건 역시 식대였다. 웬만한 일이 없으면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때문에 야근을 하거나, 회사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이상 식대가 나가질 않는다. 하루 용돈이 많이 아껴질 거 같다. 가장 난감한 건, 주말에 약속이 있는 경우였다. 1주일 동안 지내고 남은 돈으로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약속이 자주 있는 게 아니기에 이 돈 역시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물음에는 야근이 없는 달에 야근식대라는 명목으로 따로 돈을 떼어두는 방법을 생각했다. 소비가 적은 달에 아껴두는 걸로 해결해볼까 한다.

잘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실패할지는 올해를 살아봐야 알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를 하면서, 다시 정비하며, 이 책에 나온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는데 의의를 둘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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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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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공간에서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저 강도만 다를 뿐 사람이 살다보니 늘 일어난다. 아마 이 사건도 시시하게 넘길 수 있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격한 몸부림이 아니었다면.

그저 알바로 봐주던 개가 그리웠고 미안했다. 안 되는 줄은 알지만 추억으로 리드줄을 가져왔다. 미안함과 그리움을 안고 가져온 리드줄은 살인의 도구로 둔갑하였다. ‘누명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말려들었다. 그저 그리운 마음에 기웃거린 게 죄라면 죄일 터. 그런데 이미 세상 가장 죽일 놈, 인간의 탈을 쓰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놈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무죄라는 세상 가장 어려운 타이틀을 얻기 위해 한 여성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시켜 줄 여신’. 친구와 함께 무죄를 향한 미로에 발을 뗐다.

내가 이 책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할까. 우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차분히 나를 도와줄 친구가 있을까.’ ‘경찰은 설득이 가능한 집단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여신을 찾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찾기 위한 경찰의 몸부림, 얼마나 정교히 마을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가도 염두해두어야 할 변수였다.

또한 읽다보면 시간 차가 존재한다. 긴박하게, 타이트하게 쫓긴다기 보다는 같은 시간, 다른 쓰임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경찰과 추정자, 서로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시간을 보냈는지가 이 책의 중점이라 생각했다. 먼저 출발한 사람과 이후 알고 출발한 사람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시간차를 인정하며 두 집단의 행동이 섞여 있다. 먼저 간 사람들을 찾기 위한 집념만은 대단하였다. 시간 차 덕분인지 추리소설이지만 느긋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주인공과 경찰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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