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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2 - 얽혀진 혼동의 권세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1월
평점 :
상1편도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여전히 걸어가고 있고,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의 권 수는 대장정의 입구까지다. 나는 이제 산 길을 올라 입구까지 닿았다. 코로나 덕분에 재미있는 책을 발견해 한 편으로 코로나에게 고마운 마음도 아주 살짝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가 좋다는 건 아니다. 알게 해준 건 코로나가 아니었음 드라마도 보지 못했고, 결국 책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것뿐이다. 코로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뚜벅이인 나로써 대중교통 안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다. 출근시간 중에 회사에 일찍 들어가기 싫을 때, 혹은 생각보다 시간이 남을 때 나는 카페로 향한다. 그러나 코로나는 나의 이 소박한 즐거움을 앗아간 존재가 아니던가!
코로나 단계가 격상됨을 잊고 ‘카페에서 차 한 잔 할까?’ 하면서 기분 좋게 들어갔다가 앉을 수 없음에 당황하고, 패스트푸드점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기겁을 하게 된다. 이 책도 나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생각 외로 카페라는 공간은 집중하기 좋기 때문이다.
카페의 즐거움은 잃었지만 책은 더 재밌었다. 상2편을 읽을 때 재밌다고 느꼈던 캐릭터는 더욱 재밌어졌다. 그것은 북제의 황제와 그의 아들인 2황자였다. 속을 알기 어려운 게 중국 캐릭터들의 특징인지 몰라도 이들은 더욱 알 수가 없었다. 황제는 자기 자식과 동생인 장공주를 카드로 아껴 놓는 사람이다. 권력을 가진 자라면 응당 가능한 행동이리라. 그러나 판시엔, 머리는 좋지만 자유분방함과 돌려말할 지 모르는 그를 끌어들인다. 그가 어떤 말이 되어줄지 모르는데 황제는 그를 아끼는 모양새를 취한다. 과연 그는 황제의 말 노릇을 잘 해줄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아들인 2황자는 과연 왕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왕위를 받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오고 있는 그에게, 사이코패스의 기분도 나는 그에게 과연 경국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느 때는 어수룩한 거 같다가도 어느 때는 냉철하게. 상황에 따른 그의 성격을 구경하는 재미도 은근한 볼거리였다.
상 편의 뒤표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이 말을 볼 때마다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때도 있었고,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때에도, 뉴스를 볼 때에도 생각이 났다. 판시엔처럼 목숨이 위협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살아가면서, 나는 잘 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