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곳 저곳에서 그날을 기억하는 활동을,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이런 책들을 꾸준히 찾아 읽으며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공감하고 분노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 모든 의지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견인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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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집보다 더 구렸다..
중2 감성으로 점칠된거 같음 (이라고 쓰면 청소년 비하이려나ㅠ)

난 이런 류의 비린내 나는 유치함이 싫다ㅠ ..
여기 나오는 여성 인물은 죄다 한국 남성 작가들이 묘사하는 여성의 전형이다 ㅋㅋ
정액을 몇 리터 씩 마시다 도망친 여자, 막대사탕을
물고 섹스하는 여자(형동생 모두와ㅋㅋ), 나체 퍼포먼스를 하는 매혹적인 여자~~~~~~~~~

성적인 이미지를 미학으로 쓸수는 있지만 왜 늘 문학속 여자들의 성적 이미지는 뭔가 엄청 퇴폐적이고 음습하고 상처받고 자살하고 이래야하는지..? 그래야 ‘예술적’이라고 생각하는건가
ㅇㅅㅇ..
하여튼 자살/섹스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여자캐릭터의 향연이라 불쾌했고
사실 그런 가치판단 이전에 그냥 재미가 없었음....
시니컬하고 쿨해야만 소설이 되는게 아닌데

김영하 단편집 읽을때 유일하게 건져올렸던 장점인 특유의 말맛도 없구.. (ㆀ˘・з・˘)
그래도 난 김영하 좋아하니까... 다음엔 산문집을 읽을래...... ㅠ

+)
이 작품도 개정 전 표지가 오조 오억배 낫다
문학동네 디자인 왜때문에 점점 쇠퇴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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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4
진이정
 
일어나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 우유 공양을 했다
수자타도 없이, 나는 스스로에게 공양했다
아버지, 별빛이 먹고 싶어요
동경에 살지 않는 게 다행이야
몸에 음식이 들어가면 왜 마음이 방자해질까
붉은 깃발 아래의 일상적인 식욕이여
나의 동심은 신작 만화영화를 견디지 못한다
밤새 비가 내리고, 나는 거품도 없는 오줌을 누기에 바빴다
너의 전자파가 밤새 내 세포분열을 도왔어
관세음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실 때
나는 딴 생각을 했다, 딴 생각이 나다
미국의 별 아래 우리는 산다라는 생각
나는 가난해, 나는 푸르러, 나는 쓰러져,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밤새 밥통의 밥이 말라 있었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것은 없다
졸작을 남기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오늘도 교향곡 하나를 작곡했다
먹기 위해 한 생만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
나, 위대한 적도 있었다
겸손할 필요가 없었던 시절, 나는 취해 있었지
초막에서 궁궐로, 나는 급행을 탔던 거야
어찌 하여, 너는 하여가를 부르느냐
나의 단시는 너무 길어, 음유시인의 사회에서 배척받고 있단다
오는 길이 적막강산이었습니다
휘파람새와 동행했지요
오래 전 내가 죽인 개구리 뒷다리들,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나를 위로해 다오, 커피 한 잔의 식곤이여,
우주를 통째로 소화시키려다 이 무슨 꼴?
아는 여자들은 짜증이 난다
진짜 칼로 너와 싸우고 싶어
진짜 연애, 진짜 아이, 진짜 인생에서 나는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구호 식품에 의존해 있으므로, 시인이다
일본에서도 시인은 거지란다
내겐 적정량의 범죄가 필요해
그리곤 반성은 필요치 않으리라
나는 게으름 중독에 걸려 있어, 나는 나태사할지도 몰라
나는 미련이 없다, 그래서 살아 남았다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아아 멀고 먼 인생의 비단길이여
깊고 깊은 미묘한 진리여,
숨 넘어가기 직전, 그대의 이름을 꼭 한번 부르리
아버지의 사십구 재, 바라춤이 아름다웠다
블루스의 달인이던 당신은 만족했으리라
나도 죽거들랑, 누군가 춤추어 다오
마누라가 나타나기까지, 나는 목욕하지 않으리
원효대사는 바로 내 해골바가지로 물을 드셨던 거다
고구려 병사가 나의 국적을 물었다
전 허망한 나라에서 왔습니다요,
다행히 말이 통했다
나도 허망한 나라에서 살고 있어
착한 고구려 병사는 나를 봐주었다
어디에나 인간은 있다
나도 울었다 그리고 국내성을 향해 절했다
나라가 망하니, 나의 절만 남는구나
분황사에서 불공을 마저 드리리라

―진이정,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4」,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1994), 세계사 

갖고싶다 진이정 시집.. 미친듯이 갖고 싶어..ㅜ
대체 왜 재판을 안찍는거지 진이정 정도 되는 시인을..

진이정은 기형도와 자주 비견된다
기형도는 얼마전 아예 새로운 껍질을 쓰고 전집이 새로 나와 불티나게 팔렸는데
심지어 오규원을 제치고 광명에 문학관까지 생겼는데 
진이정은 시집 조차 구하기가 어렵다

교수님은 기형도는 '감상적'이라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시라고 말씀하셨다 ㅎ..
사실 난 가끔 교수님이 이런 말씀하시면 조금 문학엘리트주의(?)적인 면모가 보여서 살짝 꺼려진다
물론 이성복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은 기형도가 이성복 보다 먼저 문학관을 갖게 된것은
그 둘의 생사에 따른(이성복은 아직 살아있으니까ㅋㅋ) 요절 이미지의 후광이 분명 작용한 것일테니 
교수님의 불만도 일견 합리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대중에게 사랑받는 시=쉬운시,서정시 이런식으로 생각하시는거 같아서 대중의 한사람으로서 좀 불만이,,ㅎ ((((((((((((기형도 좋아하는 나)))))))))))))

아무튼,
진이정은 요절한 요설시인(라임..)
근데 계속 읽다보면 요설이라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이미지가 깊게 들어온다. 
난해함으로 치면 오히려 김이듬이나 서대경이 한수 위 같음..ㅜ
의식의흐름 수준으로 내뱉는 문장들이 모여서 시가 된 것 같은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적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 

그의 시는 늘 우주까지 확장된다 
자신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의 스케일이겠지
세계 속에서 나는, 이 우주에 한 점도 찍지 못하는 나는 무엇인가 
물음을 던지는 영원히 젊은 시인..

제발 재판 찍어주새요...ㅠ
하루빨리 한국문학계에서 진이정이 재조명을 받았으면 좋겠다..
기형도 만큼은 힘들지라도 '진이정시론' 이 등장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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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반성 - 민음의 시 6 민음의 시 6
김영승 지음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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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는” 시집
현대시에 재미붙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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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지음 / 난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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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걸음 스무 걸음, 그리고 여름

박상순

너를 꼭 데리고 갈게.
나도 꼭 데리고 가줘.

내 몸속에서 자란 조개들을 꺼내
조개들의 입을 열고,
그 조개들이 한 입씩 베어 물고 있었던
내 몸속의 조각들로 구름을 만들고, 구릉을 만들고

단단한 조개껍데기들 위로 달리고 달려
고운 길을 만들고,
다시 또 구르고 굴러
더 곱게 반짝이는 모래를 만들고,

내 몸속에서 얼어붙은 얼음을 녹여
바다를 만들고, 이름을 짓고
수평선을 만들고, 여름을 만들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강아지도, 너를 위해 한 마리는 만들고

돛단배도, 고래도, 열대어도 다 만들어놓겠지만
움직이지 않는, 파도치지 않는
숨쉬지도, 헤엄치지도, 흐르지도 않는
나의 돛단배, 나의 파도, 나의 고래, 나의 물고기, 나의 구름

그래도 너를 꼭 데리고 갈게
나도 꼭 데리고 가줘.
그냥 열 걸음, 스무 걸음, 네 뒤에 있을게.

-

예순을 향해 달려가는 할배 시인이(물론 요즘은 예순이면 청춘이라지만 어쨌든) 썼다고 믿겨지지 않는 이 유치함..
하지만 이 유치함 맘에 들어;; 널 델꼬 갈테니 나도 꼭 데리고 가달라하는 이 낭만적 유치함..

박상순은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모든 감정을 그림을 그리듯 묘사한다.
절대 슬프다고 외롭다고 고독하다고 쓰지 않는데
이미지가 상상되면서 독자로하여금 그 너머의 감정을 읽게 만든다

사실 내가 읽어왔던 현대시들 중 난해함이 탑을 달리는 시인이다 ㅠ(서대경과 김이듬이 그 뒤를 잇는다..)
이런 시들의 공통점은 대상을 통해서만 자기 감정을 말한다는거다. 그래서 그 감정의 전이가 독자인 내게 다가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걸림.. 왜냐면 난 대상을 통해 감정을 이해하지 않는 일반인이니까..^^....

예를 들면 이런식,

그 칼
박상순
손잡이가 검은 그 칼, 내가 사왔지.
지하 이층, 내려가던 길.
손잡이가 검은 칼, 매끈한 그 칼, 예리한 그 칼.

지상으로 올라왔지. 그 칼을 들고.
손잡이가 검은 그 칼. 내가 사왔지.
손잡이가 검은 칼, 매끈한 그 칼, 오늘밤, 그 칼.

빛나는 그 칼, 새하얀 그 칼,
손잡이가 검은 칼.
울부짖는 기둥 같은 칼.

-
시종일관 칼얘기만 하는데 음습함이, 화자의 극단으로 치달은 감정이 보이는거 같다.
금방이라도 뭔일 낼 거 같은 느낌이..

아무튼
객관적으로 사물을 묘사하면서 그 뒤에 숨은 감정을 독자가 증폭시키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시인이다
하지만 현대시를 좋아하지 않는, 즐겨 접하지 않는 사람에겐 절대 비추하는 시인,,,, 나도 수업이 아니었으면 아마 평생 안읽었겠지..

+
이 시집에서 제일 좋았던 시는 <나는 네게> !! 이 시는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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