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진짜 낄낄대면서 재밌게 잘 읽었음. 유쾌한 일요일을 만들어준 책. 솔직히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자들의 우정 사랑 커리어 드라마를 재미없어 할 자신 있는 젊은 한녀는 없을 거라고 봐.. . 단 한 번도 미국에 발을 디뎌본 적이 없음에도 브룩클린 맨해튼 롱아일랜드 퀸즈 브롱크스가 그리워 미치겠는 내 정신이 바로 뉴욕의 식민지라고 봐야겠지.
여러모로 페이지터너로 기능하는 장치들이 많아 흡인력이 좋은 책. 드디어 2000년대도 ‘저옛날’로서 묘사의 대상이 되는 구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더 많은 2000년대 세태소설을 원한다… 그러나 왠지 아쉽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치기를 그리워하기에는 내가 아직 너무 젊은가 봄.
5번 시도했는데 매번 20% 정도 읽다가 떨어져 나감 나 진짜 궁금함이거 왜 다들 재밌다고 하는 거임ㅠ ㅠ
박완서가 다작을 했다는 것이 좋다.. 습관처럼 주기적으로 박완서 책을 찾게 되는데 아직 읽을 것이 한발데기 남았다는 게 안도를 준다. <저문 날의 삽화> 연작으로 시작되는 소설집이고 표제작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지만, 내게는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이 최고작이다. 꺼져가는 남편의 목숨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화자의 모습이 하나도 간절하지 않은데(왜냐면 박완서 화자는 언제나 메타자아가 너무 성실히 발동하는 탓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쌓아온 사랑을 느끼게 하고 담담한 어조가 가슴을 저미다가 마지막에 가서 ‘틈바구니‘라는 화두로 주제를 확장시킨다. 가장 작은 가정 드라마로 시작해서 사회 전반/인간사로 메세지를 확장시키는 게 요술같은 솜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