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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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소녀가 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별다를 게 없이 시작되었다.  다만 눈이 내렸고,  

휴교령이 떨어졌다. 소녀와 그녀의 동생, 그리고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는  

뜻밖의 휴일이었다. 가족 모두가 임시휴일을 맞이했는데, 혼자서 단란한 휴일에  

빠질 수 없다며 엄마는 직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느긋하게 아침을 만들어 먹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식탁 위로는 작은 웃음이 번져나갔다. 그러다 문득  

절친한 지인의 아기를 보러가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눈은 이미 그쳤고,  

쌓였던 눈은 어느덧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안 될 건 없었다.  

가족들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라디오로 무엇을 들을 것인지를 두고

의견조율을 했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다음 순간 사고가 났고,  

그 이후 소녀의 영혼은 홀로 서서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몸이 헬기로 옮겨지고,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모든 순간을  

옆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자신이 이대로 떠나버릴 것인지, 아니면 계속 살아나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면서 소녀는 여러가지 것들을 떠올린다. 가족, 남자친구, 절친과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너무나도 쿨하고 다정한 부모와 사랑스럽고 귀여운 남동생이 더 이상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되면서 그녀는 이 생을 계속 살아나갈 것인지  

더욱 망설이게 된다. 그 망설임 중에 그녀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앞으로의 삶을 계속 살아나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떠나버릴 것인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하지만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이후에  

분명 슬픈 현실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면 쉽게 선택할 수 없지 않을까.  

많이 고민할 것이고, 괴로워할 것이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이 소설속의 소녀가 담담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 슬퍼보이는 것 같다.

오열하고, 벽을 칠수도 없지만 그 소녀가 들려주는 행복한 추억의 장면에는 서글픔이  

더해지기만 한다.

성장소설에 포함될 것이다. 비현실적인 부분을 페이지 속에서 수월찮게 발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흐름이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었다면  

매우 무미건조해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민과 망설임의 순간이  

잘 그려진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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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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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을 하면서 적어내려간 일기같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서 이런 저런 깨달음이 있었다라는 감상들이

오목조목 모여있는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한참 읽다보면 십년이 넘게 쓴 일기에서 몇 일 분의 에피소드를 끄집어내온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글을 읽으며 이때는 시골생활의 초반이겠구나, 이때는 꽤 시간이 지난 후이겠구나를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시골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이웃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고, 기르던 개도 자주 나온다.

시골집에 놀러오는 동물들과 풍경들도 제법 비중이 높은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러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범주에 속하는 에피소드들이 자주 등장한다고 해야하나.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에서 어떤 깨달음을 찾는다던지, 새로운 발견을 한다는  

내용을 좋아한다면 무리없이 읽혀지는 책일 것이다.  

하지만 일기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한 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은 편이라  

약간은 기운없이 읽어갔던 것 같다. 이 책이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트집을 잡고 싶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기대가 약간 컸던 모양이다.  

요즘은 책을 고를 때면 책 표지와 제목 그리고 간략한 줄거리에 의지하게 된다.  

서점에 가게 되면 몇 페이지라도 들춰보게 되지만, 그마저 하지 않게 된 지금으로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스스로의 직감에 의지해서 책을 고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책도 제목과 표지가 꽤 마음에 들었었다. 좋은 첫인상이었다.

’사는게 참 행복하다’라고 할 수 있는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시골 생활에 대한 호기심도 약간은 생겼었다. 하지만 다른 그 어떤 이유보다  

’사는게 참 행복하다’에 공감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이 제목은 그냥 작가가  

그저 자신이 행복하다는 뜻이었구나 싶었다. 책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고자  

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일상이 나열되어 있는 페이지 속에서  

행복감을 찾을만큼 뛰어난 관찰자가 아니라서 유감스러웠다.  

그래서인지 몹시 무덤덤하게 이 책을 읽었고, 감상도 희미하기만 하다.  

그저 나랑 잘 맞지 않는 책이었다는 걸로 마무리짓기도 했다.  

책 제목과 표지는 참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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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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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로 알려져있는 사사키 조의 소설이다. 142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센도 타카기로,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휴직 상태의 경찰이다.  

일을 쉬고 있기는 하지만 지인들에게서 이런저런 청탁을 받고 있다.  

휴직 중이기 때문에 형사로서 사건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형사가 아닌 건 아니므로 탐정 역할을 할 수도 없지만  

그는 휴직 중의 형사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나간다.  

형사 생활을 하며 쌓아온 인맥과 경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최선은 어떤 사건에는  

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보를 얻고,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잡아내기도 하고,  

과거의 사건과 맞닥들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그를 똑바로 서있을 수 조차 없을만큼 뒤흔들어 놓았던 상처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그 과정을 침착하고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더딘 변화를 그에 딱 맞는 속도로 쫓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 책에는 6개의 단편이 실려있고, 그것은 이 소설 속에 6개의 사건이 존재한다는 거다.  

그 사건의 배경은 홋카이도. 고즈넉하면서 약간은 쓸쓸한 공간적 배경이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속의 사건을 더욱 울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몇 걸음 물러선 거리를 철저하게 지키면서  

사건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거리가 그에게 사건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사건의 매듭을 발견하는 걸 보면 말이다.  

휴직을 권고받을 정도로 심리적 타격이 컸고, 그로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형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필연적으로 경찰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거기에서 그려지는 경찰의 모습은  

완고하고 사건의 본류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이미지였다.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경찰일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외의 빼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했었다.  

극히 일부이지만 비리와 불의의 상징처럼 그려지는 인물이 있기도 했었다.  

그런 책만 골라서 읽은 탓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캐릭터를 반복해서 만나다보니  

'폐허에 바라다'의 센도 타카기를 보며 새삼스러울 것 없는 깨달음이 있었다.  

경찰도 그저 한 명의 사람이구나 싶었다. 실수도 하고, 상처도 받고, 동요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사시키 조의 '경관의 피'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따뜻한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비록 무거운 분위기이더라도   

숨막히는 갑갑함만은 없애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조만간 '경관의 피'도 읽게될 것 같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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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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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 나를 이끌어준 모든 <더블 앨범>에 대한 헌정'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소설집은  

side A, side B 두 권과 일러스트 화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러스트 화집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단편들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흥미진진하게 재미있게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그의 이전 소설들도  

그런 식으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유머는 존재했지만  

밝거나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바닥에 나직하고 얕게 깔려있는 우울함같은

걸 매번 발견했었다. 그런데 '더블'에서는 그 어둠의 그림자가 세력을 확장한 것 같다.  

소설이다 생각하면서도 왠지 등장인물들이 소설 밖의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side A을 읽고 잠들었던 그 날 밤에  

이제는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수면 속으로 가라앉거나 블랙홀로 스며들어가는 것만

같은 분위기의 꿈을 꾸고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상쾌하지 못한 아침을 시작했다.  

잠들기 전에 읽는 걸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그만큼 그의 소설이  

이전보다는 무거워지고 어두워진 것 같다.  

하지만 이전보다 읽었던 소설보다 현실에 바짝 다가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채로웠고, 기발한 발상이 놀라웠다. 다만 유머적인 측면만큼은 이전보다  

위축되었다는 느낌이다. 하기야 이런 분위기에서 유머까지 등장한다면  

괴기스러울 것 같기는 하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같은 제목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수록된 일러스트 화집을 통해서 제목만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혀 다르지만 언뜻 등장하는 공통점을 소설을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알퐁스 도데의 별과는.

이 책을 읽다가 잠들었을 때 악몽을 꾼 영향으로 '더블'을 혼자서  

너무나 진지하고 무겁게 읽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더블'을 생각하면 책보다는  

나쁜 꿈을 꾸고 일어나서 멍하니 앉아있는 그 순간이 먼저 떠오르니까.  

나쁜 꿈의 여운이 지나가면 다시 한 번 읽어볼 참이다. 그때는 또 다른 느낌이려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더블'을 펼치면 박민규 월드에 입장이 가능하니, 그의 신작을 이제나 저재나

기다려온 사람이라면 이번 책이 꽤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그 어떤 후회도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분명 실망스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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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천사
키스 도나휴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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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밤이었다. 홀로 살고있는 퀸 여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어린 소녀였다.

너무나도 추워보이는 그 아이를 퀸 여사는 모른 척 할 수 없었고, 집 안으로 들인다.  

그리고 퀸여사는 자신의 문을 두드린 그 아이, 노라를 외손녀라고 거짓말을 하기로 한다.  

퀸 여사의 딸 에리카는 오래 전에 집을 떠났다.

늦게 얻은 아이라 조심스럽게 곱게만 키웠던 사랑스러운 딸은 작별인사도 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자친구를 따라서 도망쳐버렸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좌파 학생운동 단체 '파괴의 천사'에 가입하겠다며 말이다.

퀸 여사는 자신의 정원을 통학로로 이용하고 있는 소년 숀에게 노라의 등교를 부탁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퀸여사와 숀에게는 조금은 다른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노라는 자신이 천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천사임을 증명하려는 듯이 믿기 어려운 일들을 일으킨다.  

노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각자 나름의 어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단지 모든 것이 언젠가 바로잡히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움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찰나에 노라가 등장했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위기에 몰려있는 그들은 묻지 않는다.  

다만 그 아이를 기다림 끝에 마침내 받은 대답같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언제까지 진실이 아닌 것은 진실이라고 우기면서 살아갈 수 없다.

그 계기는 퀸 여사의 여동생이 만들어낸다. 그녀는 퀸 여사처럼 모든 것을 덮어둔 채  

지나칠 수 없었고, 하나뿐인 혈육인 퀸 여사가 하지 못한 것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  

그러면서 원래 그랬어야 했었던 것을 비로소 해낸다.

간절히 바란다면, 너무나도 간절히 바란다면 천사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천사의 역할은 스스로 해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노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근처에 열쇠를 찾아보는  

수고를 해야하는 건 아닐까. 최소한 손잡이를 돌려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모든 것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해결될지도 모르니까.  

간절히 바라면서, 간절히 바라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천사의 등장에 모든 걸 걸 순 없다는거지.

그런데 노라의 정체,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그 아이의 마법의 우유 레시피도  

알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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