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 - 양익준 감독의 치열한 영화 인생과 폭력에 대한 성찰
양익준.지승호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보긴 했었다. 워낙에 유명한 영화였다. 입소문을 타고 있었고, 거의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던 인터뷰와 기사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때도 이 영화의 평점은 과히

놀랄만했는데, 지금도 그렇더라. 9.22! 솔직히 이 평점 때문에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이 영화는 욕으로 시작해서, 계속 욕이 나오고...욕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폭력이 당연히

중요한 소재였다. 그래서 그 폭력도 계속 등장한다. 감독과 주연배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았으므로.

감독님이 원래 배우였다고 한다. 출연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그 영화에서 배우로

출연한 이 분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똥파리에서는 계속 나온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쭈욱. 마지막 장면에는 빠지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시간이 조금 지났기에 희미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단시간 안에 욕에 너무 많이 노출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스크린을 통해서 폭력의 순간을 많이 목격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서 무겁게 가라앉았던 그 기분을 얼핏 기억한다.

그랬던 그 영화 감독의 인터뷰 책이 나왔다. 책도 같은 제목이다. ‘똥파리

하지만 그 앞에 ‘let’s cinema party?‘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표지에 감독님의 사진도 있다.

똥파리 영화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표정이다. 영화보다 어쩌면 이 책이 더 인상깊었던

것 같다. ‘똥파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난 이 후에 감독이 들려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쩌면 미래가 담겨있으니까. 배우로서는 어떤 시간들을 겪었으며 어떻게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전까지도 기억은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과 가정사에 대해서도 약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최초의 폭력을 경험한

곳이 가정이라고 했었던가, 이 감독의 이야기였던걸로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영화의 어느 장면에는 본인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듯 했다.

어떻게 해서 배우가 되게 되었고, 배우를 하다가 어쨌던 연출을 하게 되었는지, 연출 공부를

하는 과정을 어떠했는지.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어떤 배우를 꿈꾸는지,

어떤 영화를 지향하고 있는지...그런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현재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시간인 듯 했다. 그 기간에 이 책에 나온 것이고.

감독 자신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이 책을 전부 읽고났을 때 이런 이야기까지

끌어낼 수 있었던 인터뷰어의 능력에 몹시 감탄했다고 해야하나. 이 책에는 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만화를 엄청 좋아하고, 배우이자 감독인 이 분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똥파리만큼의

성공은 물론 힘들지 않을까? 그런 성공은 일생의 한 번이라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로또 1등이랑 비슷한 이미지랄까. 물론 로또 1등을 두 번! 이런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그런 성공 말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이 감독의 영화에서 발견하고 싶다.

그래서 그가 연출하고 감독한 영화가 한 편, 또 한 편 쌓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다음에

그의 이력에서 똥파리가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기억되기를, 그보다 더 멋진 영화들이 먼저

떠올리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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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소도시 여행 - 예술가들이 사랑한 마을을 걷다
박정은 글 사진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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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돌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떠난 취재여행이었다는 걸 이 책 본문만을 읽고서는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스치듯이

마주쳤던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나들이나 외식에서도 몹시 분주해 보였다. 게다가 그

아이가 자유롭게 걷거나 뛸 수 있지만 아직까지 안전에 대한 의식이 확립된 정도가 아니라면,

이제 막 장난에 재미가 들렸거나 집안에서처럼 자유롭게 굴기를 바란다면 더욱 힘들어

보였다. 마구잡이로 떼를 쓰고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아이를 난처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도 있었고, 일단 따끔하게 혼내는 부모도 본 적이 있었고, 그냥 그 아이를 집 밖에서도

집 안처럼 방치하는 부모도 있었다. 다양한 부모들을 그동안 보아왔지만, 대체로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여행이라...! 게다가 외국이다. 스페인 소도시 여행을 떠난거다.

힘들지 않았을까? 게다가 갓 돌이 지난 아이는 업거나 안아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을텐데.

책에서 얼핏 운전면허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도 없어 아이를 데리고 스페인 작은

도시를 다닌다...! 최근에는 잘 본 적 없지만 아이 둘을 데리고 버스를 타는 젊은 엄마는

항상 대단해 보였다. 한 아이는 업고, 또 다른 한 아이는 손을 꼭 잡아서 자리에 챙겨앉히고

그게 힘들어 보이는데 척척 해내는 걸 보면 원더우먼은 결코 비현실적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버스 타기 보다 훨씬 난이도 높아보이는 여행을 아이와 함께...!

더 대단한 건 그런 고단함이 이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거다. 그게 멋졌던 것 같다.

프로구나, 프로 여행 작가구나...라는 감동이 밀려왔다고 해야하나.

작은 아이들은 언제든 아프기도 쉽고, 또 그만큼 쉽게 낫지만 분명 아이 때문에 놀라고

당황스러운 에피소드가 있었을텐데. 혼자서 하는 여행이 아닌만큼 더 고단했을텐데 그런

부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행의 피로감 같은 게 싹 빠져있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어쨌든 아이가 동반했다는 내용 자체를 책 속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그러고보니

그게 궁금하기는 하다. 시에스타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그곳 사람들의

배려로 그 휴식 시간에 박물관을 관람했던 것 같은데...그 당시에는 그냥 거기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인 줄로 알았다. 지금 문득 든 생각인데 어쩌면 아이가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서 아이와 여행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같은 걸 들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제법 큰 아이들과 다닌 여행이 아니라, 작은 아이를 업고 안고 용맹하게

여행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 하니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 책을 탁 덮었을 때 나는 이 책에서 천재들을 참 많이 만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우디, 달리, 벨라스케스, 세르반테스...론다에서 스쳐지나간 릴케와

헤밍웨이...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스페인 곳곳은 무척 아름다웠다. 사진이나 문장만으로도

알 것만 같다. 그 작은 도시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까.

가우디의 건축물을 직접 본다면, 달리가 직접 고친 흔적이 남아있다는 그의 집 안에 살짝

들려본다면, 알람브라 궁전을 거닐어 본다면, 플라멩고 공연을 직접 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그것을 본 이후와 이전의 삶은 다른 모습이 되겠지?

그래서 이 책을 무척 설레이면서 보았다. 그리고 언젠가 사두었던 스페인어책을 다시 꺼냈다.

인사말만 배우다가 끝이 나버린 나의 쓸쓸한 스페인어,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기초만

익히고나서 학원도 등록해야지. 내 인생을 바꿔놓을지도 모를 작은 도시를 찾아내기 위해.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이 같다는 건 이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었다. 423.

유네스코가 지정한 기념일이기도 하고, 세인트 조지의 날이라고 스페인에서 기념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게다가 나는 그 날을 기념하고 있다. 꽃은 생략하지만 책은 곧잘 선물했고,

때때로 그 날을 핑계삼아 스스로에게 엄청난 책을 선물하곤 했다. 그랬는데 그걸 몰랐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들의 사망날짜가 실제로는 다르다는 것. 세르반테스는 그레고리

력으로, 셰익스피어는 율리우스력으로 423. 실제로는 갭이 좀 있다. ...내년부터는

세인트 조지의 날이 되면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의 차이도.

그런데 정말 그 직원분 어떻게 되셨을까? 잘리진 않았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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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능한 만남들 - 나를 키운 지구촌 인터뷰
홍선기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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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만원으로 세계일주...라고 이해했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20만원으로 시작한 세계일주

였다. ...오해했구나 싶었다. 20만원으로 어떻게 세계일주가 가능했던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참 용기도 좋고, 배포도 대단하다 싶었다. 20만원으로

어떻게 여행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일지, 그렇다면 정말 고생했겠다 싶기도 했고.

그래서 더 이 책이 궁금했었던 것 같다. ...일단 읽고보니 생각했던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일단 이 책의 작가는 영국으로 떠난다. 그러고보니 진짜 용감하다. 영국으로

20만원만 들고 갈 자신은 없으니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일을 구해야만 생존이 가능할

듯한 빠듯한 경비로 영국으로 향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기는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일을 시작한다, 실제로. 민박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거기에서 심란한 문제와 맞딱드린다.

고용한 사람이 그냥 싫다고 말한 것. 사람이 싫은 경우가 있지 않은가, 당신의 경우가

그러하니 지금 당장 나가달라는 말을 준비도 없이 들었다. 그렇게 내 앞에서 나를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격일진데, 그 상황은 너무 절박하지 않던가.

처음으로 구한 직장이고 당장 자야 할 곳을 구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여행지에서 할당받은

고난의 양이 정해져있다면 그는 그의 상당 부분을 여기에서 사용한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뒤로 무척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참 많이도. 영국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며

돈을 모은다. 여행 비용을 벌기 위해. 원래는 돈을 벌어서 부모님을 영국으로 초대하고

싶었던 계획인가보다. 하지만 부모님이 고사하셨다. 아들이 어떤 고생을 해서 번 돈인

걸 아셨을테고, 그리고 그 아들이 진정 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눈치채셨을

텐데 그랬다면 애정을 담아 거절하신 게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삼개월 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세계일주라기 보다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어떤 곳들을 다녀갔다는 느낌인데,

거기에서 멋진 사람도 많이 만난다. , 하지만 사기도 당한다. 병도 난다. 죽을 뻔 했단다.

고산병에 걸려서 사경을 헤매다가 간신히 고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리하여 살아

날 수 있었단다. 그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기록에서 작가는 힘차고 씩씩하다.

그런 모든 힘든 것들을 다 합치더라도 이 여행에서 얻은 값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씩씩하고 밝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이 책에 상주하고 있나보다.

20만원을 들고 훌쩍 떠날 수는 없지만, 일단 여행을 자주 많이 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었다. 돈이 부족하면 그 돈을 벌고, 시간이 없다면 그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라도

떠나야 하는 게 여행이지 않을까. 거기에서 배운 것이 인생을 더 풍족하고 평온하게 만들

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여행 기록이라기보다 여행을 통해 배운 것과 여행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한데, 그것을 읽으며 여행의 멋진점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었다. 어쨌든 여행이 하고 싶어진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멋진 순간들과도 마주하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으면...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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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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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장편을 몇 권인가 읽었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제일 먼저 읽었었는데

그래서일까 역시 이 작가를 생각하면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이후에도 두어권 정도

더 장편소설을 읽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같지만 장편과 단편,

그리고 에세이는 확실히 다르다. 어떤 작가는 장편이 인상적이고, 어떤 작가는 단편이 훨씬

좋다. 또 어떤 작가는 에세이가 멋지다.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이 작가의 단편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인터뷰가 실려있다니 더욱 기대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작가의 강연회를 들으며 가면 놀랄 때가 있다. 책이나 기사를 통해서 내가 만든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네 멋대로 만들어낸 이미지까지 작가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면 물론

할 말도 없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냥 신기하다는 말이다. 이렇게나 갭이 있다니...

그런 이후로 작가와의 인터뷰를 볼 기회가 생기면 지나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를 만나고나면 그 이후에 그 소설을 읽는 느낌이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그게 나쁘지 않아서 인터뷰를 열심히 읽고 있나보다. 그래서 오가와 요코의 인터뷰도

기대되었다. 역시 이 작가만큼은 어떤 성품일지가 가장 궁금했다. 대체로 따뜻하지만 어딘가

애잔한 구석이 없잖아 있는 내용을 자주 그리고 있는 작가인지라 더 그랬을 것 같다.

그런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단편에서 작가는 다양한 직업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독특한 성격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소설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단편들에서 그다지 나쁜 사람은 등장하지 않았고,

그들은 각자만의 고유한 파동을 갖고 있는 듯 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착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은 바로 다음 순간 마음 속에는 쓸쓸함이 자리잡게 만드는

이 작가의 능력은 단편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정말 초단편 소설이 있었는가하면,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도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각자 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약혼자의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간 남자, 타이프 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여직원,

여행일정이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진심으로 불만스러워하지 않는 스무살의 젊은이,

손녀딸과 버스기사, 호텔 직원이자 한 아이의 친구였던 남자, 최연소 가이드인 소년을

이 책 속 각각의 이야기에서 만나보게 될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쩐지 나 역시 선량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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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의 기술 1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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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마존 올해의 책 1! 100권의 책 중에서 이 책이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 이유,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지나치는 문장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문장에

이토록 공감하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 그대로다, 이 책의 매력은.

야구 소설로 알고 있었다. 야구 소설, 그러니까 스포츠를 다룬 소설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스포츠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 책에 투영하려고 했었었나 보다.

대체로 스포츠 소설이란,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내가 읽었던 스포츠 소설들이란 청춘 소설과

같은 이름이었다. 대체로 젊은이들의 이야기만 나온다. 그들이 어떤 분투를 하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부여된 역경을 어떻게 이겨나가는지가 주를 이루었다. 그들은 깨지고 부딪치고

상처입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을 극복해 낸다. 가끔 극복하지 못하고 사멸되어 가는 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스포츠 소설에서 등장하는 어른들은 대체로 지혜롭고 정말로

어른이었다. 그들은 이미 이전에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그 젊은이들에게 언제든지 훌륭한

조언을 할 자질을 갖추고 있었고, 그들이 젊은이였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대체로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금 헤매고 있는 그 젊은이들을 휘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헛된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리도록 방치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스포츠 소설에는 언제나 사부님이 있었다.

적어도 내가 읽었던 스포츠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말이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런 부분이 있으면서도 없다는 점이었다. 여기에서

사부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냐고 묻는다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사부님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완벽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들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당황하고 쩔쩔 맬 수 밖에 없는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의지할 수는 있지만 그들 역시 그 순간은 처음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달까.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어른이라는 것, 사부님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과연 그런 의무나 부담감을 누군가에게 지워도 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고 해야하나. 어떤 측면에서, 어떤 순간에서 조력자는 되어줄 수 있지만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쩌면 잔혹한 의무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야구에만 집중한 소설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던 소설이었지만. 일단은 이 소설은

야구소설이다. 스포츠 소설이기도 하고. 그래서 청춘들의 실수와 방황 그리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상황 속에 늪처럼 빠져들어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접어드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일단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쿨한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상황에 대해서 냉정하게 살펴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강했고,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어깨를 내어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생존한다. 어하지만 슬프게도 누군가에게 내밀어 줄 어깨 밖에

없었고, 기댈 수 있는 어깨를 찾지 못했던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그 사람에게도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었다면 소설은 전혀 다른 결말로 향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을 덜 느끼게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두 권의 책이 얼마나 술술 읽히는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일단 페이지를 펼치면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소설이고,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책에 빠져있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을 잊게 된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소설 속의

그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안스러워했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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