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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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년부터 성년까지 알아야 할 성에 대한 것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 지 고민이 한참 되었다. 여전히 성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비밀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한 학부모가 급하게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들이 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보내고 협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했냐고 물으니, 아직 안 했다고 한다. 신고하는 거 자체가 학부모에게는 부담이고,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래 뉴스를 보면 성과 관련된 기사가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적인 상황도 많이 벌어진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의 딸,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까란 걱정이 우선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아들보단 딸 걱정이 먼저다.

'아고, 우리 딸은 남자를 잘 만나야 하는데..'

옆에서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있지도 않은 딸 걱정하지 마.'

그랬다. 나에겐 아직 사랑스런 딸이 없다.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나에게 성교육은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어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의문을 가지기도 하였다. 좀 더 빠른 친구들의 여자 친구와의 연애사를 듣는 것이 수업 시간보다 재미있을 떄도 있었으나, 어른이 된 지금은 실체가 없는 환상임을 느낀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남들보다 느렸던 나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입맞춤은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며 궁상을 떨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같은 N번방 등의 사건들은 우리 나라 성교육이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왜 교육이냐고 의문을 가진다면, 나의 전공이 교육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을 통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웨덴 성교육협회에 소속되어 청소년에게 성교육을 하며, 성범죄, 성소수자 등에 대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작가 엽하의 최우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다.

책을 펼치니 나타나는 자궁의 표현이 눈에 띈다. 여전히 우리는 자궁이라고 병원에서도 이야기를 한다.

자궁의 자는 아들 자를 의미하는데, 여성의 생애에서 임신을 하는 기간보다 하지 않고 살아가는 기간이 훨씬 길기 떄문에 세포 포를 사용해서 포궁이라는 표현을 제안한다. 또한, 처녀막에 대한 부분도 질주름(질근육)으로 정정을 한다. 처녀막이란 표현은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맥락에서 나왔기에 여성의 성을 폄하하고, 억압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p.15). 저자가 이러한 주장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저자는 언어가 가지는 힘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 여자들, 사랑, 존중, 섹스 기초 강의, 동성애 아니면 이성애?, 여자와 잔다는 것, 남자와 잔다는 것, 섹스 그 이상, 나를 챙기는 법이다.

저자는 남자 청소년을 핵심 독자층으로 잡았다고 한다. 읽으면서도 다소 자극적인데, 이런 내용을 청소년들이 봐도 될까란 의문이 들었다. 언젠가 성 교육 강사 양성 교육에서 강사가 부끄러워 하며 은밀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던 부분이 떠오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서평 쓰면 사람들이 그래도 좀 읽던데, 괜히 이상한 사람 되는 거 아닌가."란 걱정이 든다. 나 역시 제대로 된 성 교육을 받았던 사람은 아니였기 때문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아래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젠더에 대한 차별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생리라는 표현도 월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리 현상의 생리를 따와서 부끄러운 일인 마냥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슈퍼마켓의 월경용품 진열대로 가보세요. 팬티라이너나 일회용 월경용품은 대개 향이 입혀져 있습니다.

(중략)

반면, 스포츠 용품점에 가서 격투기용 낭심 보호대를 찾아보세요. 이 물건에서 계피 향이나 꽃 향기가 나던가요? 꿈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p.78)

특히, 존중에 대한 부분은 꼭 기억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존중의 기술1. 나부터 존중하세요

존중의 기술2. 다른 사람의 경계를 침범하지 마세요

존중의 기술3. 소문이 나지 않게 하세요

존중의 기술4. 다른 사람의 삶을 통제하려 하지 마세요

존중의 기술5.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자리를 내어주세요

존중의 기술6. 일을 공평하게 분배하세요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안전한 섹스를 강조한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나 클라미디어 등의 유의점을 알려준다. 몇 년 전 근무를 하다 몸이 좋지 않아서 대학의 보건소에 갔다가 놀란 적이 있었는데,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제공한 점이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3대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성 교육을 일본의 영상을 통해 배운(배우는) 청소년들이 많을 거 같다. 나의 세대도 그랬으니깐. 그러나 그게 결코 정답이 아님을 알아주고, 기억하면 좋겠다.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성문화가 정착되어 좀 더 건전하고 건강하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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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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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두 가지였다.

1. 아주 무서운 책이라는 것. 무섭다는 의미는 두께를 의미한다. 약 800페이지로 서양철학사를 구성해두었는데,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란 걱정이 먼저 들었다.

2. 그리고 현대지성이 출간한 책 답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다른 것보단 내용에 충실한 출판사가 현대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전공은 아니지만,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대학 시절 틸리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동기들이 이걸 한 학기에 어찌 공부해라며 하소연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정확했다. 이미 고인(1865~1934)이 되었지만, 틸리의 이 책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미국 각 대학의 철학과 역사학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교과서로 사용되었다고 소개한다. 오랜 시간 교과서로 채택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연구 자료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공개하는 점(p.24)이 참신했다.

이 책은 그리스 시대의 철학부터 중세 철학, 근대 철학 총 3부로 나뉘고, 22장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사상 체계는 다소간 그것이 발생하는 문명과 그 창시자의 인격과 이전 체계들의 성격에 의존하면서, 당대와 그 이후 시대의 이념과 제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p.17). 특히 철학자로 하여금 입장을 취하게 만든 논리적이고, 사실적이고, 특색적인 철학적 고찰에 대한 탐구(p.18)가 특징적인 구조와 조직을 갖춘 체계로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논의를 한다.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종교개혁과 르네상스에 대한 부분(p.357)이다. 종교개혁은 무익한 스콜라주의를 경멸하고, 교회의 권위와 현세적 권력을 반대, 인간 양심을 높이는 점은 르네상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종교개혁은 지성을 자랑하는 르네상스와 함께 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르네상스의 낙관론적인 쾌락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후 18세기 계명의 시대가 나타났고(p.504), 당시 자연과학의 연구가 열정적으로 이루어졌다. 교육학에서 유명한 루소는 인간이 문명과 거기에 동반되는 악을 완전히 배격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음을 확고하게 믿었다(p. 512). 즉, 인간은 본성적으로 선하며, 오직 제도에 의하여 악해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뭔가 내가 알고 있던 루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자연주의자였던 루소의 외침이 단순한 원시적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요구가 아닌, 자연적인 사회 조건의 창출과 자연적인 교육 방법에 의해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흥미있게 바라본 장은 제16장 이마누엘 칸트의 비판철학(p.515~561)이다. 마침 대학원 시절 한 수업 중 칸트를 공부하며, 교육철학방법론에 대한 내용으로 작성한 글이 있어서 덧붙여보도록 하겠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한 학기의 수업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면, 항상 고민하던 부분들이 있었다. 내가 뭘 알아가고 있지? 주워들은 것은 많은데, 깊이는 있는가? 라는 부분은 고민해보아도 쉽게 채워지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러한 질문으로 고민하던 찰나, 듣게 된 이번 교육철학 수업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다. 교육학도이기에, 교육철학의 부분이 빠져서든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기에 교육철학방법론이란 과목명부터 참 좋았다. 무언가 굉장한 것을 배울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의 나는 뭔가 달라졌을 거라는 성취감도 혼자서 느껴가면서 한 학기를 보낸 듯 하다.

먼저, 이번 수업을 통해서 나는 여러 가지 분야에서 해석학적 관점을 통해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그 예로 변인들 간의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를 통해서 학위 논문을 준비해야겠다는 결의를 하고, 나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진로와 희망을 선택했다. 특히나 희망은 내가 대학원에 오게 된 하나의 요인이 되었던 단어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연장 계약을 하면서 근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내가 바라는 삶을 살겠다는 희망.. 어찌보면 당시 나의 실존이 나에게 과제를 제시한 부분이 아니였나?라고 생각된다.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이 희망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였다. 이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희망에 대한 철학적인 논문을 찾아서 논문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막연하지 않고 좀 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개념을 잡아야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해석학을 통해서 첫 번째로 변화된 부분이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관점의 변화가 두 번째로 미친 영향이다. 무작정 읽었던 나였다면 이제부터는 저자와 직접 만나기를 해볼 계획이다. 글자 하나 하나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마치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느껴볼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저자 자체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 그런데 만약 저자의 인물에 대해서 파악을 하다가 자신의 생활과 상반되는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면 그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짧은 소견으로는 루소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에밀 그 자체는 훌륭한 양육서이지만, 그 글을 쓴 작가의 생활과 일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학을 배운 나로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작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까지도 읽어가는 것이 해석학인가?

마지막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현실 속에서의 해석학적인 삶을 유지해보고자 한다. 그 예로 곧 대학원 과정을 마치게 된 시점에서 나에 대한 앎과 세상에 대한 앎을 하나씩 채워가고자 한다.

처음 읽었던 독일교육학의 이해에서 “해석학은 관용을 보이고 독단을 방지하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해방적인 생각이다. 해석학은 의미 있는 사태를 해명하지만 새로운 것을 확립할 수는 없다. 그와 함께 해석학은 보완적인 사고이며 보완해주는 사고방식이다. 즉 해석학은 서로를 보충해 주는 다른 추가적인 방법에 의지한다. 다시 말해 순수한 해석학은 하나의 구성물이며 완벽한 학문적 인식을 위해서는 충분치 않다.”라는 이야기는 해석학을 배운 나에게 잊지 말아야 할 구문인 듯 하다. 선이해를 통해서 의미를 찾아가고, 또 다음의 선이해를 통해서 의미를 알아가듯이 끊임없이 배워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정말 벽돌과도 같은 책이다. 책을 덮은 지금도 읽었는지, 보았는지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같은 책을 읽은 분들의 서평을 살펴보니 어떻게 이 책을 집중도 있게 다 읽었는지를 묻고 싶을 정도다. 방대한 양 속에서 책을 즐겨 읽는 나도 진이 빠질 정도였다. 이 책을 소개하고 싶은 사람들은 철학 전공자, 교육철학 전공자, 그리고 철학에 관심있는 일반인 정도로 하고 싶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이 되었다는 평으로 많은 이들에게 읽혔지만, 사실 방대한 내용(누차 강조)으로 인해 완독에는 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른 서양철학사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세밀하게 다뤘다는 점은 굉장하고, 훌륭하다. 추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다시 펼치기까진 용기가 필요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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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비벡 H. 머시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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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미국 공중보건위생국장이 쓴 외로움에 대한 책이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들어왔다. 저자는 외로움을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 세계에 펼쳐진 폭력, 우울, 불안 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직접 보지 않고도 지인과 소통할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다. 나 역시 SNS을 적극적이진 않지만, 사용하고 있다. 내 목적의 일상 소통이라기보단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인원 수가 늘거나 적거나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은 어찌 사는가 궁금해서 SNS를 통해서 묻기도 한다. 얼마 전엔 고등학교 친구가 페이스북의 친구로 추천이 떠서 근황을 댓글로 주고 받기도 했다.

근래 코로나 19로 인해 외로움에 대한 논의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내의 논문을 도와주다보니 감염병에 대한 논문을 많이 읽고 있다. 강제적으로나마 아내에게 도움을 주면서 함께 연결되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나름 기쁘기도 하다. 어쨌든 이번 책은 외로움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외로움과 감염. 많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지지가 필요하다(p.17)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공유할 수 있도록(p.62)

외로움은 필요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소속된 사람들에게서 고립되거나 버려졌거나 단절됐다고 느낄 수 있다(p.34). 그런데 묘하게도 16세기 후반까지는 영어에 외로움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p.93).

저자는 외로움과 고립, 고독에 대한 구분을 하며(p.34), 외로움과 우울증, 불안에 대한 구분을 한다(p.79). 상담을 하다보면, 사소한 단어의 차이가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상대가 느끼는 것을 명확하고, 세심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아니라는 거부가 강하게 다가온다. 특히, 온라인 상담을 할 땐 단어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사회의 공생 관계가 긴밀해진 데 따른 총 심리적 비용과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평가 중인데, 17년 피츠버그 대학교의 브라이언 프리맥 교수와 동료들은 SNS에 더 많이 접속하는 사용자들이 덜 접속하는 사용자들보다 외롭다고 느낄 가능성이 2배 높음을 발견했다(p.144~145). 참 어려운 상황이다. 외롭고 우울해서 SNS로 가느냐, 혹은 SNS를 많이 해서 외롭고 우울해질까?

때론 SNS를 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해보인다. 얼마 전 아끼는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 SNS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 역시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며, 내가 읽은 책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요즘 인스타 안 해요. 왠지 나만 불행하게 사는 거 같아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사진을 보면 우울해져서 안 하기로 정했어요."

진짜가 된다는 것은 취약성을 보이는 일이다. 본모습을 숨기거나 왜곡했을 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믿는 경우에는 특히 용기가 필요하다(p.158).

나는 내 또래보단 젊게 살지 못 하는 사람이다. 애늙은이 소리를 어린 시절부터 들었다보니,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내 모습을 때론 꾸며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내 차를 타면 들려오는 노래는 90년대 혹은 80년대 노래가 종종 나온다. 한 번은 박사 과정 때 지도 교수님을 차로 모셨는데, 차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곤, "제 시대의 노래를 듣고 있네요? 그런데 전 요즘 노래를 듣는데."

다소 다른 이야기같지만, 내 왼쪽 편에는 아직도 5년 넘게 쓴 휴대폰이 있다. 아직도 통화 등이 잘 되서 굳이 바꿀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새로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은데, 이상하게 나는 딱히 관심이 없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한 선배가 "징하다"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진짜가 된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내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과 꾸민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뭐가 옳다 그르다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어쩌면 약해보이는 것, 혹은 약해보였을 때의 나에게 다가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 숨기고 생활하는 것을 아닐까?

1부를 읽은 후 느낌은 원론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부에서는 연결된 삶을 만드는 법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나온다.

자기 비판은 파멸적인 자기대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p.257) 자기자비를 통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판단과 조소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혹은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p.267).

                             

켈트너 교수는 우리가 덜 연결돼 있다고 느낄 떄 세상은 더 많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p.274). 라고 한다. 언젠가 한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연결은 강화되었지만, 관계는 단절되었다(정확하진 않다)라는 광고였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우리에게도 필요하지만, 미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2002년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진 트웬지 교수는 사회적 소속감과 학문적 성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배제의 영향이 부모와 교육자가 전통적으로 인식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은밀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p.325). 어쩌면 우리가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연결을 좀 더 끈끈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선 저자는 용기가 필요하다(p.360)고 주장한다. 이제부터라도 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야겠다. 가까운 사람부터 시작하여, 먼 사람까지도. 그 속에서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직접 만날 순 없더라도 목소리라도 들어봐야겠다.

취약해질 용기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줄 용기

우리 자신을 믿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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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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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명한 책이다. 아마 읽지는 못 했어도 제목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검색만 해봐도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을 하였다. 다연이란 출판사에 대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줄 것인지 기대가 된다. 고전을 도전하는 출판사는 아마 일반 서적 출판보다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출판사의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업이 아닌 측량 일이나 목수 일 같은 정직한 육체노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했다. 실제로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서 통나무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자극자족하는 생활을 하며 작성한 글이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서 1852년에 월든이 출간되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진 못 하지만, 훗날 빛을 발하게 된다.

제아무리 오래된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일지라도 입증되지 않은 것은 무조건 신뢰할 이유가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사실이라고 말하고 또 묵인하던 이야기도 내일이면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으며,

들판에 촉촉한 단비를 뿌려줄 구름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몇몇의 막연한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p.14).

                                                             

 

라틴어로 집이란 세데스(sedes)라고 한다. 앉아 쉴 수 있는 곳. 슈필라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공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영향은 굉장히 크다. 저자는 월든 호숫가에 손수 지은 오두막에 홀로 지낸 공간이 바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곳이 아니였을까? 이웃들과 1.6Km 떨어진 곳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아침에 해가 뜨면, 호수는 뿌연 안개 옷을 벗어던지고

은은한 잔물결과 햇살에 반다된 매끄러운 수면을 드러내곤 했다. (중략)

이 조그만 호수는 나의 가장 소중한 이웃이 되어주었다(p.119).

철학자에게 일반적인 뉴스는 한낱 가십에 불과하고(p.130), 세상은 거짓과 망상이 건전한 진리로 여겨지고 진실은 거짓으로 여겨진다(p.132).

1800년대나 2000년대나 사람 사는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대가 변해간다는 것은 사회가 발전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변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알(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원론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시스템의 변화로 한참을 아내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시스템의 변화와 사람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만 변화된다고 달라지진 않는다.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변한다는 가정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람이 변화하여 시스템을 변화시키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결국 함께 변화되어야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나의 촛불이 두 개로, 세 개로 되는 과정 속에서 시대가 가지고 있는 체계도 변화되어야 하고, 그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바람에서, 비에서 지켜주는 방패막이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한 호수에서 독서도 즐겁게 하며 지낸다. 이 책의 구성 중 독서(3장), 동물 이웃들(12장), 겨울 동물들(15장)이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서울 출장을 갔다가 여유가 되면 들리는 곳이 있다. 어린 시절 몇 번 가보지 못 했던 동물원이다(아마도 기억에 몇 없을 듯). 물론, 가장 최근 기억은 사촌형의 결혼식이였으니 5년도 지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태원, 홍대의 밤을 즐기며 더 재밌게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동물원을 찾았을까?

어쩌면 지쳐있는 내 상황을 대변해주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처럼 자연주의적 삶을 그린 건 아닐까.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어두운 밤이면 마당을 거쳐 가야 할 때를, 보름달 아래 울리는 곤충 소리를. 그리고 어딘가에서 멍멍 짖는 반가운 강아지 소리를.

지금 캠핑이 유행하는 것도 다들 지쳐있다는 건 아닐까. 한 번쯤 경험한 도심이 아닌 곳에서의 삶을.

내가 지금 거주하는 곳은 결혼 후 2번째 집이다. 이 곳으로 간다고 했을 때, "왜 거길 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교통도 불편하고, 주위에 편의 시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산 아래 집이 있어서 공기가 참 좋다. 아침에 눈 떠서 창가를 보면 산이 바로 보인다. 내 좁은 마음도 넓어지고, 커지는 기분이 든다.

각박한 삶, 분주한 삶 속에서 그나마 즐기는 여유라고 생각이 든다.

책을 덮은 지금 저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월든 호수는 왕관에 박힌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

는 이야기와

나는 내가 바라는 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사실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인생의 가르침을 터득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숲으로 들어갔다.

또한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헛되이 살아온 것을 후회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p.125).

주말인 지금, 괜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연 출판사의 월든은 다른 번역본보다 더 내용이 많은 거 같다(비교하진 않고, 주관적인 기억이다). 무삭제 완역이라는 타이틀인지 모르지만,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기에 조급하게 읽을려고 하면 탈이 날 거 같다. 음미하며 차근 차근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은 도심에서 정신적인 일탈을 원하는 분이다. 고전이다보니 한 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19세기의 개개인의 삶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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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메리 파이퍼 지음, 김정희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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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행동하는 자세가 드러나기 때문에. 두 번쨰로 저자가 심리치료사(임상심리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의 소개를 보며, 세 번째 이유를 찾았다.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게 되지만, 항의의 뜻으로 반납하는 모습에서 용기가 드러난다. 책의 원제목은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인데, 개인적으로 지금의 제목이 더 와닿는 거 같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저자의 생각이 많이 담겨져 있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밝히는 장으로 생각이 된다. 2부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 담겨져 있다. 3부에서는 유형별 글쓰기에 대해 다뤘다.

우리는 오늘날을 정보의 시대라고 부르지만

정작 지혜는 공급 부족에 시달린다(P.11).

좋은 글은 사람을 다른 사람, 다른 생명, 이야기, 아이디어, 행동과 연결시킨다(p.16).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한 사람이라도 좋은 거 같다. 나의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힘을 얻어간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모호한 생각은 모호한 글로 이어진다. 내적으로 명료해야 독자에게 사려 깊고 정직한 글을 보여줄 수 있다(p.56). 글로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어서 나 역시 좋다.

참으로 놀라웠던 사실은 이창래 작가의 가족이란 소설이 소개되었단 점(p.72)이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이 분명 외국 작가의 책인데, 왜 한국 작가의 책이 소개되었지란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검색을 통해 한 번 읽어보고 싶단 욕구가 들었다.

그리고 심리치료사로서의 한 내담자(미스터 USA로 228세 때의 상황을 토대로 기술한 것이다)에 대한 평가보고서는 매우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이 담겨 있었다. 실제 내담자가 아닌 나라를 대상으로 하였으나, 훌륭하단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대학원 시절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근무하던 때 매주 실시하던 사례 회의가 잠깐이나마 생각이 났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써라.

이자크 디네센

저자는 학자의 글쓰기에 대해서 '절차에 따라(p.112)', '이것저것 뒤섞어서 조심스럽게(p.111)' 썼음을 이야기한다. 나역시 지금도 그런 습관이 생겨버린 건 아닐까 고민이 된다. 이에 대한 답을 하듯이 저자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주장을 펼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우리가 애초에 왜 그 주제를 탐구하게 됐는지 배경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언급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품었던 궁금증과 질문, 반증 등이 포함된다(p.153). 어쩌면 그러한 습관도 나도 모르게 어렵게, 혹은 학자처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들어낸 건 아닐까란 반성을 해본다. 생각해보면, 본질은 동일하다.

그리고 저자에게 글쓰기는 큰 의미가 있는 듯 함을 느끼는 구절 중 하나는 백업에 대한 부분이었다. 토네이도가 덮쳐서 집이 산산조각 났을 때를 대비해 집에서 떠어진 헛간에 보관하는 조언을 던진다(p.167). 나도 글쓴 것을 지우지 않고 보관하는 편이나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블로그를 활용하기로 결심하고 지금껏 쓰고 있다.

끝으로 소설가 바바라 킹솔버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가 있따면, 행복한 사람은 훌륭한 연장처럼 자신의 쓸모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처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이해하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 위해 한 글자라도 더 써 볼 계획이다.

이 책은 심리상담사가 쓴 책이다보니 단순한 글쓰기 수업은 아니다. 글을 통해서 타인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강하다. 글쓰기 스킬에 대한 책이라기 보단 저자의 경험과 어울려진 생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참신해서 좋았다.

끝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었던 적이 있어 링크를 걸어본다. 위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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