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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 과몰입하는 좌뇌, 침묵하는 우뇌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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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금에서야 뜨는 듯 하지만, 1990년대 뇌의 시대라고 선언했던 만큼 인기가 많았던 주제를 다룬다. 결국 서양에서는 동양의 가르침에 눈을 돌리게 될 수 밖에 없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의 개정판이다. 출판사가 바뀌었지만.
1.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과학 설명과 꽤 급진적인 ‘자아 해체’ 메시지가 공존하는, 뇌과학 × 동양철학(특히 선불교 무아 사상)을 잇는 인문교양서에 가깝다. 신경심리학자 크리스 나이바우어가 좌·우뇌 연구와 실험 사례를 바탕으로, “내가 나라고 믿어온 존재는 사실 뇌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상당히 친절한 말투로 풀어낸다. 읽는 내내 불안과 위안이 동시에 밀려오는 묘한 정서가 있다.
2.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좌뇌·우뇌를 “사실/감정의 뇌” 수준으로 단순화하는 기존 대중서와 달리, 좌뇌를 ‘해석 장치(스토리텔러)’, 우뇌를 ‘직접 경험하는 의식’으로 개념화해 자아, 생각, 감정의 메커니즘을 일관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둘째, 우울·불안·자기혐오·열등감·피해의식 등 일상적인 정서 문제를 “나의 문제”가 아니라 “좌뇌가 만들어낸 자동 해석”으로 보게 하면서, 독자가 자기 비난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셋째, 선불교의 무아 개념과 현대 신경과학 실험을 연결해, 철학·명상서와 뇌과학을 동시에 공부한 느낌을 주는 점이 다른 뇌과학 자기계발서와 확실히 다르다.
3.
보완점으로는, 좌·우뇌 기능을 비교적 뚜렷이 나누어 설명하기 때문에, 최신 뇌과학에서 경계하는 “좌뇌·우뇌 이분법”을 강하게 받아들이는 독자에게는 과장된 도식처럼 느껴질 여지가 있다(나 역시도). 또 실험 연구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나 반론 소개보다는 저자의 관점과 해석이 중심이어서, 엄밀한 학술서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명상, 무아, 영성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후반부 ‘나는 누구인가’로 이어지는 논의가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4.
전체적인 소감은 “뇌 탓하기”를 넘어 “뇌와 한 발 떨어져 나를 다시 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부족하다’ 같은 자동 생각이 좌뇌의 해석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한 박자 늦게 반응할 여지가 생긴다. ‘내가 곧 나의 생각’이라는 동일시를 살짝 느슨하게 만들어, 정체성과 감정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으로 느껴진다.
5.
종합하면, 이 책은 좌뇌가 만들어낸 자아, 판단·신념에 끌려다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을 바라보는 나”의 자리를 회복하도록 돕는 흥미로운 교양서다. 생각을 멈춰라. 그러면 너의 모든 문제는 끝이 나리라라는 도덕경의 이야기가 이 책의 동과 서의 통합을 알려주는 듯 하다. 뇌과학이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우울, 불안, 자기혐오를 다루는 실질적인 심리적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엄밀한 연구서라기보다는, 뇌과학을 통해 ‘나라는 이야기’에서 한 발 물러나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사유의 입문서다.
★생각나는 구절
뇌는 명사, 마음은 동사다(20).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만든 사고방식과 동일한 수준에서는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40).
★질문 한 가지
요즘 반복해서 떠오르는 자동 생각(예: ‘나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야’)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을 ‘좌뇌의 해석’으로 바라보며 한 박자 늦게 반응해 본다면, 내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
★독서 기간
2026. 1. 15. ~ 1. 23.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엘리에저스턴버그 의 #무의식의뇌과학
#리사펠드먼배럿 의 #이토록뜻밖의뇌과학
#박문호 의 #뇌과학공
★추천도(지극히 주관적인)
★★★
자기비난과 불안, 과도한 생각에 지친 사람, 그리고 “뇌과학×자기이해×동양철학”의 접점을 맛보고 싶은 독자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