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나에게 성교육은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어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의문을 가지기도 하였다. 좀 더 빠른 친구들의 여자 친구와의 연애사를 듣는 것이 수업 시간보다 재미있을 떄도 있었으나, 어른이 된 지금은 실체가 없는 환상임을 느낀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남들보다 느렸던 나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입맞춤은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며 궁상을 떨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같은 N번방 등의 사건들은 우리 나라 성교육이 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왜 교육이냐고 의문을 가진다면, 나의 전공이 교육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을 통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웨덴 성교육협회에 소속되어 청소년에게 성교육을 하며, 성범죄, 성소수자 등에 대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작가 엽하의 최우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다.
책을 펼치니 나타나는 자궁의 표현이 눈에 띈다. 여전히 우리는 자궁이라고 병원에서도 이야기를 한다.
자궁의 자는 아들 자를 의미하는데, 여성의 생애에서 임신을 하는 기간보다 하지 않고 살아가는 기간이 훨씬 길기 떄문에 세포 포를 사용해서 포궁이라는 표현을 제안한다. 또한, 처녀막에 대한 부분도 질주름(질근육)으로 정정을 한다. 처녀막이란 표현은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맥락에서 나왔기에 여성의 성을 폄하하고, 억압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p.15). 저자가 이러한 주장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저자는 언어가 가지는 힘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 여자들, 사랑, 존중, 섹스 기초 강의, 동성애 아니면 이성애?, 여자와 잔다는 것, 남자와 잔다는 것, 섹스 그 이상, 나를 챙기는 법이다.
저자는 남자 청소년을 핵심 독자층으로 잡았다고 한다. 읽으면서도 다소 자극적인데, 이런 내용을 청소년들이 봐도 될까란 의문이 들었다. 언젠가 성 교육 강사 양성 교육에서 강사가 부끄러워 하며 은밀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던 부분이 떠오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서평 쓰면 사람들이 그래도 좀 읽던데, 괜히 이상한 사람 되는 거 아닌가."란 걱정이 든다. 나 역시 제대로 된 성 교육을 받았던 사람은 아니였기 때문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아래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젠더에 대한 차별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생리라는 표현도 월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리 현상의 생리를 따와서 부끄러운 일인 마냥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슈퍼마켓의 월경용품 진열대로 가보세요. 팬티라이너나 일회용 월경용품은 대개 향이 입혀져 있습니다.
(중략)
반면, 스포츠 용품점에 가서 격투기용 낭심 보호대를 찾아보세요. 이 물건에서 계피 향이나 꽃 향기가 나던가요? 꿈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p.78)
특히, 존중에 대한 부분은 꼭 기억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존중의 기술1. 나부터 존중하세요
존중의 기술2. 다른 사람의 경계를 침범하지 마세요
존중의 기술3. 소문이 나지 않게 하세요
존중의 기술4. 다른 사람의 삶을 통제하려 하지 마세요
존중의 기술5.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자리를 내어주세요
존중의 기술6. 일을 공평하게 분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