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한 호수에서 독서도 즐겁게 하며 지낸다. 이 책의 구성 중 독서(3장), 동물 이웃들(12장), 겨울 동물들(15장)이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서울 출장을 갔다가 여유가 되면 들리는 곳이 있다. 어린 시절 몇 번 가보지 못 했던 동물원이다(아마도 기억에 몇 없을 듯). 물론, 가장 최근 기억은 사촌형의 결혼식이였으니 5년도 지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태원, 홍대의 밤을 즐기며 더 재밌게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동물원을 찾았을까?
어쩌면 지쳐있는 내 상황을 대변해주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처럼 자연주의적 삶을 그린 건 아닐까.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어두운 밤이면 마당을 거쳐 가야 할 때를, 보름달 아래 울리는 곤충 소리를. 그리고 어딘가에서 멍멍 짖는 반가운 강아지 소리를.
지금 캠핑이 유행하는 것도 다들 지쳐있다는 건 아닐까. 한 번쯤 경험한 도심이 아닌 곳에서의 삶을.
내가 지금 거주하는 곳은 결혼 후 2번째 집이다. 이 곳으로 간다고 했을 때, "왜 거길 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교통도 불편하고, 주위에 편의 시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산 아래 집이 있어서 공기가 참 좋다. 아침에 눈 떠서 창가를 보면 산이 바로 보인다. 내 좁은 마음도 넓어지고, 커지는 기분이 든다.
각박한 삶, 분주한 삶 속에서 그나마 즐기는 여유라고 생각이 든다.
책을 덮은 지금 저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월든 호수는 왕관에 박힌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
는 이야기와
나는 내가 바라는 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사실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인생의 가르침을 터득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숲으로 들어갔다.
또한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헛되이 살아온 것을 후회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p.125).
주말인 지금, 괜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연 출판사의 월든은 다른 번역본보다 더 내용이 많은 거 같다(비교하진 않고, 주관적인 기억이다). 무삭제 완역이라는 타이틀인지 모르지만,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기에 조급하게 읽을려고 하면 탈이 날 거 같다. 음미하며 차근 차근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은 도심에서 정신적인 일탈을 원하는 분이다. 고전이다보니 한 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19세기의 개개인의 삶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