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 천재들이 사랑한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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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을 비교하며,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로인해 나 역시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 해야 될 거 같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근래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지 12시가 되기 전에 잠들기도 하는데, 나도 모르게 꾸벅 꾸벅 졸다가 침대로 향할 때는 어찌나 아쉬운지 모른다.

대학 시절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알람을 5시 30분에 맞추고 잤으나, 그 시간에 일어나서 무언가 해본 기억은 없다. 일어나선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무언가 안심이 된다. 밤에 무언가 할 거리를 던져줄 거 같다.

그렇다고, 현재 나는 저녁형 인간도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가족이 잠든 시기에 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는 그 시간이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 책은 밤을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적이고 근면한 드라큘라가 돼라」는 저자의 에필로그(p.186)가 책의 결론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은 책이다. 하루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근래 일본 출판 서적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다.

크게

1단계 지식과 교양이 마구 쌓이는 세상 간단한 방법

2단계 독서는 귀찮지만 똑똑한 사람은 되고 싶다면

3단계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발상력

실전연습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으로 나눈다.

낮에는 일하고 타인들과 함께 하기에 여유가 없는반면 밤은 지적 활동을 하고, 모든 것이 잠든 시기에 오롯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밤이 더 편한 편이긴 하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까지 무언가 하기엔 체력적으로 힘들다. 결국 나의 골든 타임을 얼마나 충실하게 사용하느냐(p.21)에 따라 달라지고, 타인의 기준에 내 삶을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근래 서평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이 책에서는 주로 발상법(p.159~184)에 대해 논하지만, 귀찮은 사람을 위해 효율적으로 책을 접하는 방안도 마련해두었다. 때론 나의 서평으로 인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드는 지가 참 궁금할 때가 있는데, 모 온라인 서점에도 꾸준히 서평을 올리다보면 소통은 하지 않지만, 구독자(?)가 생기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리뷰를 읽으며 자신이 가진 지식의 수준을 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파악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p.104)이다.

                            

이번 책에서 소개 받은 의미 있는 두 문장을 소개하겠다. 아래 사진을 보면, 다양한 작품이 소개 되어 있다.

 

목적 없는 학문이야말로 가장 훌륭하다

후쿠자와 유키치

-학문의 권장 중-

 

책에서 소개된 학문의 권장이란 책을 살펴보니 2003년 나온 후 2018년 ebook으로만 나왔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책을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학문을 공부하는 나에게는 참 의미있는 말로 들린다.

수학 교사를 그만두고(계약직이였기에 그만둔다는 표현도 적절하진 않지만, 재계약 권유가 왔으나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기에), 대학원에서 첫 수업을 들었을 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이 곳에 왔냐고 묻는 교수님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인데, 이 책을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물음에 대한 답을 좀 더 빠르게 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도락이란 자신을 위한 것이고, 직업은 타인을 위한 것

나쓰메 소세키

-도락과 직업 중-

 

그리고 도락과 직업이란 책은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책이기에 더 더욱 궁금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저자이기 때문에 그의 생각에 엿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특히 타인을 위해 일한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므로 직업은 타인 본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든지 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선택의 기준이 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도락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만 하면 되기 때문에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도락이 직업으로 바뀌게 되면 그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권위는 타인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따라서 즐거움은 자연스레 고통으로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p. 30).

 

 

하루 만에 책을 다 읽은 것 같다. 쉽게 읽히는 책이고, 근래 일본 출판물의 책의 특성을 잘 가지고 왔다.

내가 경험한 쌤앤파커스라는 출판사는 깊이 있는 책 중심으로 많이 접했는데, 근래 일본의 서적을 출판을 많이 하는 듯 하다. 일본 서적의 특징은 간략하고, 실천적이라는 것이다(이 또한 나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출퇴근 길에 가볍게 읽으면 좋을 듯 하다.

거실 한구석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쇼파 옆 의자와 탁자 그리고 스탠드로 꾸몄다. 나만의 슈필라움(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책의 내용 중. 두 집 살림을 하다보니 이 곳에 서평을 올리고, 다른 곳엔 안 올리기도 한다.)이 생긴 것이다.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이곳에 앉아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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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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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거창한 제목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세계관을 알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전미도서관협회 우수 학술도서로 3회 선정이 되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용상 부실함을 없으리란 기대가 크다.

주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책(p.7)임을 서두에 밝히며,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기본적인 쟁점과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탐구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진화론 등 최근의 과학 발전에 따라 서구 세계관을 논한다고 한다(p.8). 또한, 가장 매력적인 것은 개정판을 내지 않겠다는 저자의 각오이다. 가끔 책을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개정판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서문에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에 사실 믿음이 간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사람의 책은 누구보다 신경썼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리스토텔레스을 시작으로 과학 여행을 떠난 기분이였다. 과학에 대해 고등학교 3학년 때 화학 2 과목을 이수함과 동시에 멀어졌던 거 같다. 화학 2를 선택한 이유가 관심있던 지구과학은 개설이 되지 않았기에 담임 선생님의 과목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과학 관련 서적 또한 쳐다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러다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대학원을 진학하며 이것 저것 공부하다보니 양자학에 대한 관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물론, 깊게 알지는 못 하지만 언젠가 배우고자는 마음은 크다.

아무튼 과학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과학 이론에 바라는 것이 무언인가?(P.12)에 대해 1장에서 논한다. 1919년 개기일식 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소개하며 별빛의 굴절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으로 인해 관심을 끌었다.

설명과 예측이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이론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지만, 간결성과 정확성, 아름다움 등 다른 특징들도 이론을 지지하거나 반박할 때 흔히 요구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p.125).

한 때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일정 이상 배를 타고 가면 배가 추락한다는 그림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나는 웃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은 보편화된 내용들이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들을 살펴본다면 아주 간단한 생각일 듯하다. 어쩌면 개척자들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 다양한 세계관이 서로 경쟁했다(p.138).

책에서는 갈릴레이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기재해두었다. 시대적 분위기를 함께 곁들여 두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다. 그 외에도 상대성 이론에 대한 소개도 있는데, 아주 깊게 공부를 하고자는 물리학도가 아닌 이상에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흥미있게 봤던 1920년 후반에 발견한 양자론에 대한 내용(p.405)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며, 내 관심사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꼭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도전하지 못 했던 내용이다. 양자론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기에 저자도 조심스레 접근을 한다.

양자론의 세 가지 쟁점(P.406)으로

① 양자 사실, 양자 실체에 관한 경험적 사실

② 양자론 자체, 양자론의 수학적 핵심

③ 양자론 해석, 양자 사실을 생성하고 양자론의 수학과 일치할 법한 실재에 관한 주로 철학적 질문

저자는 양자론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다. 나 역시 양자론이 서양 과학과 동양 철학이 같은 우주관으로 수렴한다는 방향으로 알고 있었으나, 구분을 해야 할 필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부분까지 확장시킨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부터 진화론을 시작하니 관심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우주의 세계는 장엄하고도 신기하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내용들도 많지만, 과학사를 정리하기에는 참 제대로 된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학을 잘 모르는 나이기에 이 책의 내용을 50%도 제대로 이해했을까란 생각이 책장을 덮으면서도 많이 든다. 그러나 과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약 600페이지의 과학사가 담긴 이 책은 마치 만화처럼 읽혀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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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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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진 분의 저서가 번역되었다고 생각한다. 원제는 Disordered Midn로 2018년 발간된 책이다. 대개 국내로 번역이 될 때 오래된 책이 최근 책인 것처럼 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연구 내용을 담은 책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힘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뇌과학자이다. 이 책은 크게 뇌 장애에 대한 담론, 각종 장애(자폐, 우울, 양극성, 조현병), 뇌와 의식에 대한 정리로 이어진다.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 질환들이 우리의 어떤 뇌 작용으로 인해 혼란에 빠뜨리는 지를 세밀하게 작성해두었다고 생각한다. 아래 표지를 살펴볼 때 첫 느낌은 뇌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판단된다.

            

시작은 역시 프로이트와 크레펠린으로 시작된다. 프로이트는 아마도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질환에 대한 관점은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은 심리학과 생물학적 관점을 차이를 띄게 된다. 나 역시 심리학(상담학)을 기반으로 공부했던지라 크레펠린에 대해서는 대학원 시절에도 잘 알지 못 했다. 크레펠린든 모든 정신 질환이 생물학적인 것이고, 유전적 이유를 지닌다고 보았다(p.22).

어쩌면 근래 심리학(상담학)에서도 뇌 기반을 중심으로 질환을 풀고자 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책에서는 뇌 장애의 현대적 접근법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프란츠 칼만의 정신 질환과 중독장애에 관한 유전학, 뇌 영상 촬영법, 질병에 관한 동물 모형 개발로 이루어진다(p.38).

정신 질환과 신경 질환의 차이에 대해 환자가 겪는 증상의 차이라고 정리한다(p.51). 우리의 뇌와 마음을 이해할수록, 신경 질환과 정신 질환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양쪽 질환을 더 이해할수록 유사점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p.52). 비정상을 알아야 정상이 어떤 모습인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폐로 사회성을 조현병으로 판단을, 치매로 기억을, 중독으로 보상의 본질을 설명한다는 하지현 선생님의 추천사는 이 책의 요점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한 예로 정신병 미술이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그들의 창의성(창의력)의 영감이 어쩌면 억제가 느슨해짐으로 인해 뇌가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연상 작용을 하는 건 아주 굉장한 사실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아직도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의식에 대해 다루게 된다. 의식의 통일성(자의식)은 여전히 수수께끼 중 한 가지다. 새로운 마음의 생물학(현재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의 결합물)은 의식에 관한 새로운 이해를 낳았다(P.336). 현재 뇌과학자들은 우리 본능 가운데 일부의 생물학적 토대, 즉 우리의 동기, 행동, 판단을 빚어내는 밑바탕에 숨어 있는 강력한 힘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P.339).

당신의 기쁨과 슬픔, 기억과 야심, 개인의 정체성 감각과 자유의지는

사실 방대한 조합의 신경세포들과 관련 분자들의 행동에 불과하다

프랜시스 크릭

우리의 의식은 알면서도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식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1.4kg에 대한 연구가 밝혀질 때 점차 의식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뇌의 모든 비밀이 밝혀질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도 공존한다.

이 책은 뇌에 관심(생물학, 심리학, 상담학 등)이 있는 대학원생(학부생이 읽기에는 쉬워보인진 않았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나 역시 기본 지식이 있는 상황에서 접했다고 느꼈지만, 술술 읽히진 않았던 책이다. 추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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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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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은 창조력(창의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알고 모르고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흐름 속에 AI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부정도 많은 편이다. 한 예로 다보스포럼은 매년 스위스의 시골 휴양지 다보스에서 모이는 사교 클럽으로 명성에 비해 내용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비난에 직면하여 클라우스 슈바프가 급조한 개념이라고 논하는 경우이다(김정운, 2019).

2016년 박사 과정 때,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간 최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라는 제작진의 확신있는 말과 함께 국내 프로 기사인 이세돌 선수와의 대결이 이루어졌다. 총 다섯판의 게임 속에 승자에게는 상금 100만 달러가 지급되는 빅 게임이였는데, 이세돌 선수의 상대는 알파고였다. 책에서는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허사비스에 대한 자세한 전기를 기록해두었다. 처음 접하게 된 그의 기록은 흥미롭다. 체스 실력이 뛰어나 열세 살 때 세계 유소년 랭킹 2위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그가 어떻게 딥마인드를 창립하였는지 그리고 바둑 두는 기계를 만들었는지는 재미있게 읽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머신러닝, 딥러닝을 2010년부터 준비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게임 49가지 중 29가지가 인간을 능가하는 기록을 작성한 논문이 2015년에 네이처에 실었다는 점을 새로운 정보였다(p.41-71).

저자는 창조력을 인간다움이 의존하는 코드라고 칭하며, 인간 코드라고 부른다(p.15).

마가릿 보든은 인간의 창조력을 탐구적 창조력, 융합적 창조력(책에서는 접목과 관련이 있다고 표현하기에 서평을 쓰는 나름대로의 단어로 칭하였다), 변혁적 창조력 세 가지로 구분한다(p.26). 단어 속에서 대략적인 의미를 유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내가 가진 지식에 의하면, 미술 작품, 작곡 등 마저 가능한 상황이다. 즉, 창조력에 대한 부분이 무너진 사례가 아닐까 고민해본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내가 즐겨봤던 얼음과 불의 노래(미드로 왕좌의 게임)에 대한 사례를 통해서 정답에 유추하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수학교육을 전공하며 학생을 가르치다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뭐에 써먹지?"였다. 가르치는 사람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배우는 입장에서는 참 막연했을 거 같단 생각도 든다. 실제 예를 들고 왔지만서도 학생들의 이해도가 그리 높진 않았던 거 같다. 이 책을 그 때 접했다면, 좀 더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볼 수 있지 않았을까란 고민을 해본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내가 그토록 변명하는 바를 잘 설명회준다. 수학을 전공했던 이유로 나는 암산 담당이 되었다.

그러나 암산도 잘 하지 못 해서 항상 듣던 이야기가 있다.

수학전공자가 왜 암산을 못해..? 라고, 그럴 때마다 항상 내가 잘못 배웠나라는 생각과 위축됨을 느꼈지만, 반론으로 수학교육과는 수학을 어떻게 잘 알려줄 것인가를 배우는 곳이라고 주장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책에 나의 주장을 보완해줄 내용이 나왔다.

수학자는 결코 계산을 엄청나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일이라면 분명히 컴퓨터가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수학자는 패턴을 찾는 사람이다. 수학을 패턴을 식별하고 설명하는 학문인 것이다.

(p.231)

기계학습의 개념은 무언가 잘못되어 갈 때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p.109). 저자는 앞서 이야기한 데미스 허사비스를 왕립학회에서 옆에 앉아서 기계학습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하던 때를 회상한다(P.341). 저자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읽는 내내 엄청난 사람의 글을 읽고 있는구나라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알파고의 뒷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창조력을 논하고, AI와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중 하나는 Self일 것이다. 기계와 사람의 현재까지의 차이를 논하는 중요한 내용일 것이다. 기계는 프로그래밍 된 바를 통해서 학습한다. 사람 또한 학습을 통해서 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종결교육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평생교육, 평생학습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는 시대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QED(Quod Erat Demonstrand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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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철도의 밤 인생그림책 5
미야자와 겐지 원작, 후지시로 세이지 글.그림, 엄혜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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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검색해서 읽는 사람은 어쩌면 은하철도 999를 아는 분일거라 짐작해본다. 은하 철도의 밤의 저자는 미야자와 겐지로 일본의 국민 작가로 일본의 교과서에 실린 정도의 명작이다. 이 책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 동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던 찰나 EBS에서 지식 채널e에서 위 저자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며 더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봤는데, 그는 1896년 일본의 농촌 마을에서 전당포집 주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런 환경 속에 가난한 살마들을 이용해서 살고 싶지 않아서, 부잣집을 박차고 농업학교 교사로 생활하게 된다. 농민이 잘 살기 위해 비료를 연구하고, 농사를 짓다보면 고단할테니 연주회, 시 낭송회 등을 계획하기도 하나 농민들은 그에게 냉소와 따돌림만을 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거워할까라는 마음에 자비로 동화집 한 권을 출간하는데, 그의 동화책을 산 사람은 불과 5명이였다. 1933년 농민을 가난에서 구해내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이해도 받지 못한 그가 급성폐렴으로 37세에 죽음을 맞이하며 발견된 동화가 바로 은하철도의 밤이다. 『지식채널e 3권 중 발췌』

참 훌륭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서 나는 이타의 삶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주의의 삶과 이타주의의 삶. 무엇이 옳기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극히 개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내가 많이 접하는 불법 사상과 유사하다고 많이 느꼈다.

출장 후 다녀온 집에 도착한 책이 너무 이쁘다. 방충망이 보이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산 아래서 살다보니 모기가 엄청나게 많아서 차마 야경이 보이게끔은 못 찍었다.

                               

                              

저자의 농민에 대한 사상을 서두에서 읽었다면, 아래의 글귀도 이해가 될 것이다.

왜 동화를 썼을까?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동화의 주인공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세상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데 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환상스러운 그림이다. 청춘 시절 무언가에 지쳤을 때 밤 기차 여행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밤 기차를 타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대화를 하는 것도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기도 하고 밤 야경을 보며 여러 생각도 가지게 된다. 막상 도착한 새벽엔 목적지를 잃고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이 그냥 좋았다.

어떨 때는 아무 계획없이 부산 해운대로 책 한 권 들고 떠난 적도 있다. 바닷바람이 추워서 1시간도 있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던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려도

칭찬도 듣지 않고

골칫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인간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길벗 출판사?에 길벗어린이 출판사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큰 일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만난 지인 중 동화 그림 작가를 꿈꾸던 분이 있어 대화를 나누었는데, 동화책은 생각보다 이익이 많이 남지 않기에 꺼려하는 작업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분은 동화 그림 작가를 꿈꾼 이유가 아이들이 좋아라는 답변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인생 그림책 시리즈로 5번째로 발간된 내용인데, 앞으로도 더 좋은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짧디 짧은 동화이지만, 미야자와 겐지의 그림과 함께 어울리지는 것이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기분이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떠오르며,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세상 사람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을 백 번이라도 불태울 수 있어!

 

동화책 속에서는 위와 같은 대사가 아닌 좀 더 순화된 표현으로 이야기를 한다.

위 그림의 작은 글자를 보면, 세계가 전부 행복해지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희생하는 가치에 대한 작가의 사상이 잘 드러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은하 철도를 타며 조반니의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속에 스스로 깨닫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는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감명이 깊다. 짧은 내용 속의 긴 여운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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