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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아주 거창한 제목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세계관을 알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전미도서관협회 우수 학술도서로 3회 선정이 되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용상 부실함을 없으리란 기대가 크다.
주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책(p.7)임을 서두에 밝히며,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기본적인 쟁점과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탐구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진화론 등 최근의 과학 발전에 따라 서구 세계관을 논한다고 한다(p.8). 또한, 가장 매력적인 것은 개정판을 내지 않겠다는 저자의 각오이다. 가끔 책을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개정판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서문에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에 사실 믿음이 간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사람의 책은 누구보다 신경썼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리스토텔레스을 시작으로 과학 여행을 떠난 기분이였다. 과학에 대해 고등학교 3학년 때 화학 2 과목을 이수함과 동시에 멀어졌던 거 같다. 화학 2를 선택한 이유가 관심있던 지구과학은 개설이 되지 않았기에 담임 선생님의 과목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과학 관련 서적 또한 쳐다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러다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대학원을 진학하며 이것 저것 공부하다보니 양자학에 대한 관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물론, 깊게 알지는 못 하지만 언젠가 배우고자는 마음은 크다.
아무튼 과학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과학 이론에 바라는 것이 무언인가?(P.12)에 대해 1장에서 논한다. 1919년 개기일식 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소개하며 별빛의 굴절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으로 인해 관심을 끌었다.
설명과 예측이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이론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지만, 간결성과 정확성, 아름다움 등 다른 특징들도 이론을 지지하거나 반박할 때 흔히 요구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p.125).
한 때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일정 이상 배를 타고 가면 배가 추락한다는 그림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나는 웃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은 보편화된 내용들이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들을 살펴본다면 아주 간단한 생각일 듯하다. 어쩌면 개척자들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 다양한 세계관이 서로 경쟁했다(p.138).
책에서는 갈릴레이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기재해두었다. 시대적 분위기를 함께 곁들여 두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다. 그 외에도 상대성 이론에 대한 소개도 있는데, 아주 깊게 공부를 하고자는 물리학도가 아닌 이상에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흥미있게 봤던 1920년 후반에 발견한 양자론에 대한 내용(p.405)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며, 내 관심사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꼭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도전하지 못 했던 내용이다. 양자론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기에 저자도 조심스레 접근을 한다.
양자론의 세 가지 쟁점(P.406)으로
① 양자 사실, 양자 실체에 관한 경험적 사실
② 양자론 자체, 양자론의 수학적 핵심
③ 양자론 해석, 양자 사실을 생성하고 양자론의 수학과 일치할 법한 실재에 관한 주로 철학적 질문
저자는 양자론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다. 나 역시 양자론이 서양 과학과 동양 철학이 같은 우주관으로 수렴한다는 방향으로 알고 있었으나, 구분을 해야 할 필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부분까지 확장시킨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부터 진화론을 시작하니 관심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우주의 세계는 장엄하고도 신기하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내용들도 많지만, 과학사를 정리하기에는 참 제대로 된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학을 잘 모르는 나이기에 이 책의 내용을 50%도 제대로 이해했을까란 생각이 책장을 덮으면서도 많이 든다. 그러나 과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약 600페이지의 과학사가 담긴 이 책은 마치 만화처럼 읽혀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