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철도의 밤 인생그림책 5
미야자와 겐지 원작, 후지시로 세이지 글.그림, 엄혜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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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검색해서 읽는 사람은 어쩌면 은하철도 999를 아는 분일거라 짐작해본다. 은하 철도의 밤의 저자는 미야자와 겐지로 일본의 국민 작가로 일본의 교과서에 실린 정도의 명작이다. 이 책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 동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던 찰나 EBS에서 지식 채널e에서 위 저자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며 더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봤는데, 그는 1896년 일본의 농촌 마을에서 전당포집 주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런 환경 속에 가난한 살마들을 이용해서 살고 싶지 않아서, 부잣집을 박차고 농업학교 교사로 생활하게 된다. 농민이 잘 살기 위해 비료를 연구하고, 농사를 짓다보면 고단할테니 연주회, 시 낭송회 등을 계획하기도 하나 농민들은 그에게 냉소와 따돌림만을 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거워할까라는 마음에 자비로 동화집 한 권을 출간하는데, 그의 동화책을 산 사람은 불과 5명이였다. 1933년 농민을 가난에서 구해내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이해도 받지 못한 그가 급성폐렴으로 37세에 죽음을 맞이하며 발견된 동화가 바로 은하철도의 밤이다. 『지식채널e 3권 중 발췌』

참 훌륭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서 나는 이타의 삶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주의의 삶과 이타주의의 삶. 무엇이 옳기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극히 개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내가 많이 접하는 불법 사상과 유사하다고 많이 느꼈다.

출장 후 다녀온 집에 도착한 책이 너무 이쁘다. 방충망이 보이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산 아래서 살다보니 모기가 엄청나게 많아서 차마 야경이 보이게끔은 못 찍었다.

                               

                              

저자의 농민에 대한 사상을 서두에서 읽었다면, 아래의 글귀도 이해가 될 것이다.

왜 동화를 썼을까?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동화의 주인공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세상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데 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환상스러운 그림이다. 청춘 시절 무언가에 지쳤을 때 밤 기차 여행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밤 기차를 타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대화를 하는 것도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기도 하고 밤 야경을 보며 여러 생각도 가지게 된다. 막상 도착한 새벽엔 목적지를 잃고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이 그냥 좋았다.

어떨 때는 아무 계획없이 부산 해운대로 책 한 권 들고 떠난 적도 있다. 바닷바람이 추워서 1시간도 있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던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려도

칭찬도 듣지 않고

골칫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인간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길벗 출판사?에 길벗어린이 출판사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큰 일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만난 지인 중 동화 그림 작가를 꿈꾸던 분이 있어 대화를 나누었는데, 동화책은 생각보다 이익이 많이 남지 않기에 꺼려하는 작업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분은 동화 그림 작가를 꿈꾼 이유가 아이들이 좋아라는 답변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인생 그림책 시리즈로 5번째로 발간된 내용인데, 앞으로도 더 좋은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짧디 짧은 동화이지만, 미야자와 겐지의 그림과 함께 어울리지는 것이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기분이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떠오르며,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세상 사람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을 백 번이라도 불태울 수 있어!

 

동화책 속에서는 위와 같은 대사가 아닌 좀 더 순화된 표현으로 이야기를 한다.

위 그림의 작은 글자를 보면, 세계가 전부 행복해지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희생하는 가치에 대한 작가의 사상이 잘 드러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은하 철도를 타며 조반니의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속에 스스로 깨닫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는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감명이 깊다. 짧은 내용 속의 긴 여운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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