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징비록 (패브릭 양장 에디션) - 국보 132로 오리지널 초판본 패브릭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류성룡 지음, 김문정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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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명나라에 조공할 길이 열리지 않아 전쟁을 벌였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징비록'에는 임진왜란에 대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징비록'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침략하면서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실상 명나라를 정복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야망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일본이 조선침공에 대해 표면적인 이유가 그렇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부분인데, 아무렴 현대인의 입장에서 '조공'을 바치고 싶기에 전쟁을 벌인다는 명분이 납득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 '조공을 받친다', '선물을 내린다', '책봉을 받는다', '책봉을 내린다'라는 언어에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상하관계'가 녹아져 있다. 이는 유교 사회에서 중요한 정리중 하나인데, 유교는 관계와 위치를 정의하고 정리하여 그에 맞는 언어사용을 몹시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이는 관계에 맞는 '상호예의'일 뿐이다.

일본의 전쟁 명분은 '조공-책봉 체제'에 합류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즉, 명으로부터 책봉받고, 조공을 바치고자 전쟁을 벌였다. 얼핏 이해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언어를 다시 현대적인 의미로 정리해보자.

과연 '조공'과 '책봉'이란 무엇인가.

동아시아에서 조공과 선물 교환은 중요한 외교적, 경제적 관행이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조공-책봉 체제'는 주변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형성하게 했다. 고로 이는 외교적으로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현대 한미 동맹처럼 강력한 상호방호조약과 같다.

일단 조공은 주변국이 중국 황제에게 공물을 바치는 일이다. 이로써 황제는 자신의 우월성을 인정받고 권력을 과시한다. 다만 이는 일방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조선이 조공을 보내면, 명은 반드시 같은 양의 선물을 보내와야 했는데, 현대 우리식으로 보자면 '수출과 수입' 같은 개념이다. 다만 여기에 '정치적 의미'를 가진 '언어'가 심어져 있을 뿐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조선이 명나라에 너무 많은 조공을 보내자, 명나라가 이를 부담스러워 하며 조공의 양을 줄여줄 것을 요구한적 있다. 대체로 성종과 연산군 시기에 걸쳐 일어 났는데, 성종 10년인 1479년 명나라 황제가 조선의 조공이 너무 많아 감축을 요구 했다.

'책봉' 또한 '상호 외교 승인 및 동맹 조약'이라 보면 쉽다. 쉽사리 명이 조선에 대한 파병요청만 부각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명나라 또한 여진과 몽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에 파병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강력한 동아시아 군사 경제 동맹 체제에 합류하는 것은 당시 일본에도 중요한 일이었다.

16세기 말,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전국 시대가 종식되고 통일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농업 생산량은 급격하게 증가 했는데, 농지 개간이 활발히 이뤄지고 사회가 안정화에 돌입되면서 쌀생산량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전역에 토지 조사를 실시하고, 세금제도를 개혁한다. 이 과정에서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고 쌀 가격이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생겨난다.

과거나 지금이나 산업혁명 시기도 마찬가지다. 공급과잉은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시장이 포화되면 쌀을 외부로 수출하거나 소비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역사에서 이런 경우에 전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것은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일본은 수출을 통해 국내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경제적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모색했다. 19세기 영국이 청나라와 벌인 아편전쟁이 그렇고 세계 1,2차 대전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로, 이미 한나라 시기부터 5천만명 이상이 살고 있었다. 즉, '중국' 시장은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 최대 시장으로 주변국들은 이 시장을 열기 위해 간혹 전쟁을 불사하기도 했다.

이런 동아시아 정세에서 '임진왜란'이라는 필연적 전쟁이 발발했다. 임진왜란은 그 명칭이 '왜란'으로 불리기에 그 규모에 있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나 당시 삼국은 세계의 주요한 중심지 중 하나였다.

당시 중국의 인구는 1억, 조선의 인구 2천만, 일본의 인구 또한 2천만 정도였다. 경제규모와 군사규모도 인구와 비례하여 굉장했다. 조선과 일본의 인구는 같은 시기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던 강국 '프랑스'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유럽은 막 중앙집권체제가 생겨나던 시기였고 명나라와 조선은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 전쟁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가히 세계대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수준급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각각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세 민족이 총력전으로 벌어진 전쟁이었다. 조총이라는 유럽식 무기가 도입됐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폭격기격인 비차가 도입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대규모 해상전쟁과 스파이 활동 등의 정보 전쟁 등 다양한 계략과 영웅이 탄생하고 사라졌으며 그 결과 또한 세 국가의 운명을 명료하게 바꿨놨다.

명나라의 경우, 조선에 파병한 군사적 부담감으로 급격한 국력 약화가 이어졌고 이후 '여진족'에 의해 멸망하는 직간접적 이유가 됐다.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하면서 에도막부 시대가 열렸다. 비로소 일본도 히데요시가 죽고 에도막부가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하면서 250년간 안정적인 정체 체제가 성립됐다. 조선은 이후 교육, 외교, 복지 등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내실을 다졌다. 임진왜란으로 많은 문서와 기록이 파괴되었는데, 이에 따라 전후 복구 과정에서 실용적인 문자의 사용이 필수적이었다. 전쟁 직후 조선은 사회복구와 재건을 위해 문맹 퇴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한글이 법령이나, 명령서, 행정 문서 등의 실용 문서에 사용되기도 했다.

여성과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한글 편지와 문서작성이 종종일어났으며 17세기와 18세기에 이르러 한글 소설과 민중 문학이 발전하기도 했다. 또한 전후 100년간 농업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전쟁 전보다 50%이상의 생산성 향상이 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삼국지'나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접할 수 있음에도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기회는 없다. '명량, 노량, 한산' 등의 영화를 보면 각각의 인물이 특성이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적국의 인물을 악역으로, 아군의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삼국에 다양한 영웅이 생기고 사라졌다는 점에서, 또한 세 국가의 국운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틀려 진행됐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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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 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탈역사적인 척하는 어느 매력적인 도시 여행기
이인우 지음 / 파람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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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특히 좋아한다. 기행문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기행문은 첫째로 수필이기에 누군가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고, 때로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

사람은 가만히 머물러 있을 때보다, 다양한 사건에 휩싸였을 때 더욱 그 본질을 드러내는 법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이성으로 이미 다 알고 있는 일도 막상 자신의 일이 된다면, 혹은 갑작스럽게 그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저도 모르는 숨어 있는 본성이 나오게 된다. '기행문'은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뿐이겠는가. 기행문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 인문학적 배경을 알게 해주고 경제와 기후, 날씨를 비롯해 부차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마치 '하멜'이 회사로부터 보상 받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인 '하멜표유기'가 당시 우리 사회의 역사와 문화 등 시대적 배경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

'교토, 저 길 위에 저 시간 속에'를 읽으며 교토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 다른이들은 모르겠으나,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교토'다. 교토하면 빨간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가 우산을 들고 게타를 신은 모습이다. 어쩌면 녹차가 떠오르고 배경에 흩날리는 겹벗꽃잎이 풍성한 장면 정도가 떠오른다.

막연한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전통화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로, 우리의 '경주'와 많은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던 시절 함께 살던 일본인 친구가 '교토' 출신이었다. 그에게 교토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자신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는데, 인상이 깊었다.

경주하면 신라의 고도(古都)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교토도 일본의 천년 고도로서 그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교토식 정원에 대한 설명이다. 교토식 정원 중에서 물 없이 자갈로 물결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가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한다. 이는 일본식 돌 정원으로 자갈이나 모래를 이용하여 물의 흐름과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가레산스이는 종종 명상과 내면의 성찰을 돕는 용도로 만들어 지며, 교토의 유명한 사찰들, 특히 료안지 같은 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꽤 똑똑한 방식이다. 물이 아니라 '자갈'과 '모래'를 이용하여 '물과 바다, 강' 등의 자연 요소를 만든 이유는 이렇다.

첫째,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물길과 출렁임을 모래를 이용하여 표현하면 정원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둘째, 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물이 얼거나 증발하는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 물이 있는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꽤 귀찮은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철학적 이유다. 자갈로 물결을 표현하는 것은 불교의 '선 사상'과 연결 할 수 있다. 단순함과 내면의 성찰을 '가레산스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도서에는 적지 않게 '철학'과 '명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 '정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찰'이라는 장소를 설명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사찰 문화는 깊은 역사적, 문화적 뿌리를 갖고 있다. 이는 일본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본의 사찰은 단순히 종교 시설을 넘어, 문화유산, 예술, 건축, 정원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한다. 일본에는 교토 뿐만 아니라 각 지역마다 다양한 사찰이 존재하며 이곳에서는 종교적 의식뿐만 아니라, 관광이나 명상, 예술 등의 다양한 장소로 활용된다.

특히 일본 사찰은 축제와 행사의 중심지로도 활용이 되는데,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교토틔 기온 마츠리와 같이 큰 축제들은 사찰을 중심으로 열리는데,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모두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내년 2월이면 아이와 함께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지인의 결혼식이 일본에서 열리다보니 방문하기로 했다. 일본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다음에 일본을 천천히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 '사찰'을 중심으로 여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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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 전교 1등 의대생이 알려 주는 최고의 공부법과 최상의 자기관리법
임민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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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자극적이다.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책의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내용은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딸을 의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본인이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 부모로써 '직업'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직업은 부모가 죽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중요해는데, 무책임하게 내 사후의 일을 간섭하여 아이의 삶을 망치고 싶지 않다.

아이에게 학업을 강제하고 싶지도 않다. 최근 아이에게 논어의 첫 구절을 가르쳐 줬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배움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야 한다. 언제나 결과은 찰라이고 과정은 영겁이지 않는가. 과정이랑 끝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며, 있다고 해도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은 달성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공부가 필요하다.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물에 의한 기쁨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기쁨을 알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의무교육을 마치면, 그 언제라도 자퇴를 해도 괜찮다. 단, 아이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딱, 4개가 있다.

'자립', '독서', '한자', '영어'

이 네가지를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익힌 후에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 무엇을 하고 살아도 상관없다.

넷은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순위를 따지고 보자면, 자립, 독서, 한자, 영어 순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자립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부모는 넘어진 자식의 모든 순간에 함께 할 수 없다. 걸음마를 떼고 나면 아무리 세게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초등이 지나면 학습은 스스로 해야하며, 성인이 되면 진로는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부모는 스스로 심은 '씨앗'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만 돕는 것이지, 뿌리가 내린 뒤에는 지켜보는 일이 전부다. 고로 단단히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좋은 습관을 기르고 좋은 정서를 쌓아주고, 좋은 유년시절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전부다. 토양을 만들어주면 좋은 씨앗은 알아서 성장한다.

둘째, 독서

초등 1학년이면 부모가 가르칠 수 있다. 아무리 못배운 부모도 걸음마는 가르칠수 있다. 아이가 배워가는 단계는 점차 수준을 높여가다가 어느 순간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뻗어나간다.

혹시, '기체의 수와 온도가 일정할 때,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한다.'라는 말을 듣거나 사용한지는 얼마나 됐나, 또한 이를 말하는 '법칙'의 이름은 알고 있나.

이는 '보일의 법칙'이다. '보일의 법칙'은 중학교 2학년 과학 교과서에 나온다. 대부분의 성인 부모는 만13세 아이의 교육을 지도할 수 없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거든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결국, 한 사람을 교육하기 위해서 각각 다른 전공을 한 '성인 어른'이 필요하다.

중학교만 올라가도, '수학 선생님', '과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 등 전공을 달리한 전문가 집단이 각각의 과목을 가르친다. 결국 아이는 '성인'의 수준을 넘는 교육을 받는다. 이처럼 아이의 학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가 아니라 '책'이다.

셋째, 한자

현재 우리 아이가 하고 있는 유일한 공부는 '한자'다. 한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영어'보다 중요하다. '수학'보다 중요하다. 이유는 이렇다. 모든 과목은 '언어'로 정리된다. 고로 '언어'가 중요하다. 우리 언어를 구성하는 70%는 한자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원주율'이라는 개념을 배운다. 대부분 대부분의 학생은 원주율이 무엇이냐 물으면, '파이'라고 답한다. '파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3.14.라고 답한다. 3.14라고 말하면 '원주율'이라고 답한다. 원주율(圓周率)은 원의 지름이 길어질수록 둘레가 함께 길어지는데, 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설명한 단어다. 다시말해서 한자를 알고 있다면, '원주율'이라는 단어 자체가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한자를 모른다면, 단어를 외우고도 그 개념이 따로 놀게 된다.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역사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정보는 '글'로 쓰여 있으며 그 글의 70%가 한자다.

넷째, 영어

최근 AI가 간단한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혹자는 이런 이유로 영어가 더 불필요하게 됐다고 말한다. AI가 영어를 모두 번역해 주기 때문이라단다. 그러나 AI로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니, 제작자는 명령어를 '영어'로 기입했다.

즉, AI기술이 얼마나 발전이 됐던지, 대충 그린 그림과 간단한 영어 한 줄 설명이면 완전히 고품질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즉 다시말하면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텐츠'가 있고 그것을 표현해 낼 '글쓰기 실력', '외국어 실력' 정도가 있다면, 그림을 전혀 못그리는 사람도 애니메이션 작가가 될 수 있고, 화가가 될 수 있으며, 노래를 전혀 모르는 이가 작곡가, 가수가 될 수도 있다.

AI는 빅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한다. 그렇다면 AI가 학습하는 빅데이터는 어떤 언어로 이루어졌는가. 바로 영어다. 2023년 기준, 전체 인터넷 컨텐츠의 59%가 영어로 되어 있다는 조사가 있다. 이는 단연코 전체 언어 중 1위다. 더 놀라운 사실은 두번째로 많은 언어인 스페인어가 고작 5%라는 사실이다. 3위인 러시아어는 4.9%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어는 1.4%에 불과하다.

자, 공부는 못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책읽기를 생활화하며, 영어와 한자를 익히고 있다면 단연코 아무 선택이나 해도 좋다.

나의 책임과 역할은 아이가 타고 있는 자전거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놓아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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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들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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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평선 작가의 수필,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봄꽃 뷔페를 차려 놓은 것 같다.'

어디 봄꽃 뿐이던가, 삶이 차려 놓은 식단은 너무 많다. 그 뷔페 식탁에 앉아, 김밥 정도만 먹어도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아깝지 않은가. 공짜로 차려놓은 그 식탁에 앉아 익숙한 것만 골라 먹는 삶은 말이다. 적어도 이것도, 저것도 한 번씩은 찍어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다양하게 집어 먹다보면, '신맛', '단맛', '짠맛', '매운맛'이 골고루 느껴진다. 많은 음식을 찍어봐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같은 메뉴 앞에서, 다음에는 어떤 걸 더 많이 퍼담아야 할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영원히 배가 불지 않는 뷔페에 앉아, 고작 한가지 음식만 골라 먹기에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살고 있는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걸 알아야,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도 해 줄 수 있다. 맛 없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아야, 다른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다. 스스로를 알고 조심할 수 있다. 상대적 가치도 알 수 있다.

어둠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빛'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맛없는 것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바빠 보지 못한 사람은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상대적인 크기라는 것은 기준점을 세운 곳부터 몇 걸음을 걸어 나갔는지로 키워진다. 마이너스 100에서 마이너스 30으로 나아가는 것은 100만 1에서 100만 2로 나아간 것 보다 더 큰 행복을 갖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그 기준점이 가장 바닥과 가까울수록, 그 비교대상이 확실하게 대비될수록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우리 삶에 차려진 다양한 뷔페식 중 어떤 것을 먹어도 고로 그것은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된다. 맛없는 것을 먹어도, 맛 있는 것을 먹어도...

일본 경영의신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이렇게 말했다.

"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불평하느냐, 감사하느냐 일뿐이다. 감옥이라도 감사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해골물을 퍼마셔도 그것이 달고 맛있는 이유는 실제 그 물이 달기 때문이 아니라, 간밤에 너무 목이 말라 정신없이 들이켰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항상 컵에 물이 반이나 차 있는 삶을 살고 싶고,

그럼에도 죽지 않는 삶을 살고 싶고,

차라리 잘 된 삶을 살고 싶다.

오히려 좋은 삶을 살고 싶고,

그나마 다행인 삶을 살고 싶다.

누군가의 말에

'그거 좋은 생각이야!'라고 말하고 싶고

'해볼만 한데?'라고 말하고 싶고

'그만한게 어디야'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보니,

딱 말하는대로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대로 말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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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바뀌면 좋은 운이 온다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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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도착 첫날, 굉장히 독특한 광경을 봤다. 흐릿한 날씨에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거나, 가리지 않고 그저 맞고 걸어가는 것이다. 누구도 뛰거나 우산을 쓰지 않았다. 우산을 쓰고 가는 경우는 외국인이 다수였다.

과연 왜 그랬을까.

당시 유학생 시선에서 그 행위가 '선진국'의 여유로움이라 여겼다. 얼마 뒤, 그러나 나 또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해양성 기후인 뉴질랜드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날씨가 바뀐다. 몇초 비가 내리다가 화창한 날씨가 된다. 고로 비를 피하거나 우산을 쓰기보다 그냥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인생에서 '불행'은 '소나기'와 같다. 갑작스러움과 막연함이 나를 젖게 만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내리는 소나기는 그냥 맞아야 한다. 맞아도 금방 맑은 날이 왔다. 인생이 날씨는 해양성 국가의 날씨 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영원히 내릴 것 같은 비는 사실 잠시 머물다 흘러가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빨리 깨닫게 되면 감정의 출렁거림은 점차 사그라든다.

인생 전체와 비교했을 때, 불행은 터무니 없이 짧게 스치고 간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보행자의 잘못이 아니다. 일기예보를 살피거나 준비성을 운운하기에는 '그저 일어나는 일'이 불과하다. 고로 담담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불행을 소나기와 비교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모든 인생은 모두 뉴질랜드의 날씨와 같지 않다고 말이다. 어떤 인생은 비가 많이 내리고도 하고 어떤 인생은 비가 덜 내리기도 한다. 그것을 보고 일부는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원래 인생은 불공평하다. 그것은 빨리 인정해야 한다. 인생이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자연은 불공평하다. 자연에는 빛이 있고 어둠이 있다. 음과 양이 있고, 위와 아래가 있으며, 좌와 우가 있다. 이런 차이로 지구에는 '지역별'로 '기후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면 다시 물을 수 있다. 만약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당연하다.

평소에 '우산들고 다니기'를 생활화하면 된다. 그도 아니면, 내리는 비가 내리는 일을 이용하면 된다. 얼마 전, '두바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두바이에서는 도시 곳곳에 미관상 심어놓은 잔디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단다. 두바이 전체 예산 중 40% 가까이가 인프라 관련 예산이고 이중 34억 달러 정도가 물과 전기 수요에 사용됐다. 이는 전체 예산의 18%다. 즉, 일부 국가에서는 공짜로 물을 내려주는데, 어떤 국가에서는 '비'가 해결해주는 문제에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삶은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삶은 '대응'에 있다. 두바이에 살면 그에 맞는 삶을 살고, 뉴질랜드에 살면 그에 맞는 삶을 살면 된다. 더 쉽게 말해서 소나기가 자주 온다면, '소나기'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스탠스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베트남과 같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살면서 우산도 준비하지 않는다거나, 두바이와 같은 가문 지역에 살면서 스프링클러를 준비하지 않는 삶을 살면, 그만큼 '불운'이 찾아 올 빈도가 높다.

고로 불운이 온다는 것은

첫째로, 충분히 그럴 수 있으며, 그것이 짧게 지나갈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둘째로, 불운이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과 같이 잦게 찾아온다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모든 것은 '환경'과 '사용'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한다. 환경은 그에 맞는 모습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모습은 적합하게 사용된다. 즉, 북극곰은 추운 기후 때문에 두꺼운 지방층과 털을 갖게 됐고, 두꺼운 지방층과 털은 추위를 막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리는 동물종 마다 각각 진화적 이유를 '환경'에 설명하며 '자연선택설'을 믿으며, '인종'과 '국가', '개개인'에게는 그 이유를 적용하기 망설인다. 이런 시도는 근대에 '골상학'이나 '우생학'에서 사용됐다가 인권문제로 현재는 거의 금기시 된다. 그러나 '우생학'의 아버지인, 프랜시스 골턴의 사촌이 '찰스 다윈'이라는 것은 그 둘의 관계만큼이나 연관성이 있다.

생물의 다양성만큼이나 인간의 종류는 다양한다. 그들중 어떤 이는 어떤 환경에 더 번창하고, 어떤 환경에 쇠퇴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눈이 큰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고, 어떤 상황에서는 청각이 발달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으며, 어떤 상황에서는 피부가 더 고운 이들이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이다.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각각 생김새에 따라 그에 맞는 자리가 있는 시대가 됐다.

마이클 조던이 12세기에 태어나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빌게이츠가 기원전에 태어났다면 마찬가지로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을 수가 있다. 또한 이들 모두가 '소말리아'에서 태어났다면 분명 그 능력발휘는 10분의 1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말은 우리는 현재 꽤 적합한 시대에, 적합한 장소에 있어 우리에게 맞은 능력발휘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고로 우리는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하나는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다. 환경과 자신을 알고 그 둘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혹, 두꺼운 피부층을 가진 북극곰이 아프리카에 있진 않은지, 아프리카에 있는 기린이 북극에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제 3의 눈으로 볼 때, 북극에 있는 기린과, 아프리카에 있는 북극곰은 서로 맞지 않음이 명확하게 보이고, 이 둘이 서로 불행한 이유는 환경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맞지 않아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쁜 상황이란 없다. 다만 맞지 않는 상황만 있을 뿐이다. 자신을 알고 환경을 알면 고로 우리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수학에는 '큰수의 법칙'이 있다. 시행횟수를 무한대로 높이면 수학적 확률에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동전을 던지면 앞이 나올 확률과 뒤가 나올 확률이 50%다. 10번을 던지면 어떤 경우에는 앞이 8번, 뒤가 2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행횟수를 무한대로 올리면 결국 앞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 확률인 50%에 수렴한다. 즉, 인생이라는 전체의 게임판에서 '행복'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행복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을 찾고, 간혹 나오는 '불행'을 덤덤하게 맞이하며 그 시행횟수를 무한대로 높이는 것이다.

그것은 '관상'에서도, '수학'에서도, '자연'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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