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사 공부 - 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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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말의 최초 저의가 어떻게 됐던간,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지금은 굉장히 정치적이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단어는 '적폐청산'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촛불혁명에 대한 숭고한 시대 정신을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왠만해서는 '정치적인 견해가 있는 책을 피하려고 한다' 어차피 정치란 견해가 다른 두 집단의 견해 차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일이다. 내가 어떤 정치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고 해서 상대의 시선이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내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항상 중립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한다. 다만 이 책은 꽤나 정치적인 책이다. 이 책이 그런 이유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공감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터무늬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책은 시대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듯 하다. 친일과 적폐청산 혹은 언론의 역할 등의 현대 우리 정치를 '사마천의 사기'를 빗대어 이야기 한다. 내가 썩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적 용어가 다소 있긴 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오래된 예시들은 참 재밌다. 역시 동양의 역사가 서양의 역사보다 깊기 때문에 이런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2600년 한 사법관의 자결이라는 내용에서, 저자는 우리 검차로가 사법부의 민낯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대목이 나온다. 26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에 이리라는 사법기관이 누군가의 거짓말을 듣고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을 판결하여 사람을 죽게 하자. 그 스스로 자신을 옥에 가두게 하고 자신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다는 대목이 그렇다.

국내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나는 친구들과 제주 시청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던 시기, 시끌 벅적한 소리에 술집을 나와보니, 사람들이 어디론가 걸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무슨일인고 하며 몇 발자국을 걷다보니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무어라 외치며 선두에 있는 사람들은 한 손에 촛불을 쥐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그들을 따라다녔다. 촛불혁명은 정치적 색깔과 시선을 떠나 국민이 일임한 국가의 통치권을 희롱한 사건에 대한 분노였다. 나는 최대한 중립적인 시선으로 정치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소극적이게나마 촛불혁명의 한 점으로 불합리했던 정치적인 행위에 대해 경계심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명박 정권 혹은 박근혜 정권일 때, 그들의 정치적 결단을 신뢰하고 응원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 때에도 마찮가지로 그들의 정치적 결단을 신뢰하고 응원했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을 잘 추려내고 그들을 통해 개혁하고 변화하며 국가를 성장 시키려 노력했다는 사실에 변함없는 생각을 하고 있따. 하지만 정치적 색깔이나 방향성과 상관없이 국민이 양도한 통치권을 자기 사유인 것처럼 하는 일은 결단을 받아야한다. 이는 스스로의 주제를 넘는 행동이다. 스스로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이다. 거들먹거린들, 그들은 결국 국민이 일임한 공무를 대신 수행하는 공무원일 뿐이다. 읍사무소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처럼 언제나 우리를 위해 존재하고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수행자들이다.

이들은 또한 정치적으로 누군가를 대표하는 이들로 서로 번갈아가며 국민의 다수를 대표자들일 뿐이다. 결국 지금 대표하는 이들이 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은 현 시대상에서 그들이 비주류가 아니라 내가 비주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생각을 그대로 두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횡보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그것에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정도의 정치적 참여를 제외하고 당파 싸움이나, 언론을 통해 여야 정당의 헐뜯기에는 몸을 담지 않아 나를 더럽게 두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책에서는 어느정도 정치적인 색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다소 공감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이런 시각들은 어쩌면 그 초고가 정권교체 시기에 쓰여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리더와 정의, 권력에 대해 심오한 고민을 하던 시기를 막 지나, 다시 이성적으로 양쪽 측면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정치는 갈라져 있는 편에서 나와 맞지 않은 상대의 이슈를 들고파서 '악의 축'으로 만드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과도 같다. 정권이라는 목표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상대의 표를 빼앗아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나의 표가 빼앗길 뿐이다. 아름다운 전쟁은 없다. 전쟁에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정치 기사에는 도무지 이해 못할 비상식적인 이슈들이 검증도 되지 않은채 쏟아져 나온다. 조국 이슈를 포함하여 이재용 특검 등 아직도 정확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름 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신문으로 바라보면서, 과연 이런 끝 없는 전쟁의 매커니즘에 나 또한 합류해야 하는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이 책은 비록 정치적인 색이 다분한 책이었지만, 스스로 읽고 싶은 부분을 읽어가며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누구나 나와 생각이 갖지 않으므로 이 책을 읽게 될 다음 독자들에게 책의 간략한 내용을 남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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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안데스의 시간 - 그곳에 머물며 천천히 보고 느낀 3년의 기록
정성천 지음 / SISO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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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천 작가 님의 글이다. 그는 40년 간 교직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퇴직을 하셨다. 퇴직 후 여러가지 공부나 활동등을 하시다가 교육부가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자문관파견 시험' 을 시행하자 이에 도전하여 교육자문기관으로 선발되셨다. 이 책은 그렇게 선발된 정선천 작가 님이 페루에서 3년 동안 여행을 하며 보고 겪은 것들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교육자로서 오랜기간 생활했던 그는 그렇게 퇴직 후에 멋진 삶을 기록한 책을 남기셨다. 문자를 가깝게 한 사람들은 역시나 세상을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진'이다. 물론 전문 작가의 훌륭한 사잔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는 살면서 남미의 사진을 이 처럼 많이 접해 본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나의 블로그 혹은 책으로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아프리카'를 좋아한다. '미지의 대륙'이라는 그 대륙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다. 때문에 항상 아프리카에 대한 여행 서적을 골라 읽고 문화를 골라 읽었지만, 살면서 단 한 번도 남미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 이다. 내가 서 있는 대한민국의 땅을 뚫고 지구 반대편으로 나온다면 남미의 칠레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그 만큼 멀기도 하고 반대편에 있는 위치인 남미에 대한 호기심을 이 책을 보고 처음 갖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 이 책에는 '사진'들이 참 많다. 시원 시원하게 펼쳐진 대자연을 이 책의 사진들은 모두 실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20대 초반부터 거주하던 뉴질랜드는 엄청난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넓은 곳을 가도 '대자연'에 어울릴 만한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자연'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이 북반구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이유로 남반구에는 자연을 보존한 여러가지 관경이 즐비해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남미 역시 그러하다.

'마추피추'를 제외하고는 페루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넘기다 보니 '우유니 사막'을 비록하여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유명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들을 하는 것을 즐긴다. 이처럼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을 '페루'라는 나라를 선택함으로 내가 가잘 수 밖에 없던 견문의 한계를 또 한번 넘어서게 되었다. 이곳 저곳에 개가 많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과 저렴한 과일들 또한 마치 내가 현지에 있는 듯 느끼게 해 준다. 요즘과 같이 코로나 19로 여행을 하기 힘들어진 시기 이런 여행서적을 읽는 것만으로 많은 힐링이 되어지는 듯하다. 책을 읽는데는 길게는 3시간,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사진이 많아 시원시원하게 넘어간다. 글보다 사진에 눈이 더 많이 머문다. 요즘 처럼 해외로 나가기 어려울 때는 이렇게 집에서 조용히 앉아 여행 도서 하나 읽는 것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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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말 - 지행 33훈과 생각이 녹아있는 천금의 어록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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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다. 빌게이츠가 누군가의 책을 읽고 감상평을 블로그에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부터 나도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때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빌게이츠 쯤되면, 왠만한 작가들 보다 견문도 많고 사회적 위치도 높을 텐데, 세상에서 그렇게 잘난 사람이 왜 자신보다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거지?' 하는 생각 말이다. 빌게이츠는 지금도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쓰며 자신의 견문을 넓힌다. 세계 제일의 부자 순위에서 업치락 뒤치락하며 1위를 주고 받고 하는 그도 항상 공부하고 겸손하다.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우리나라의 재벌의 이미지는 어떤가? 재벌들은 욕심의 상징이며 가난한 사람들을 깔보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세상 법보다 위에 있는 거칠 것 없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정치와 결탁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착취하고 무시하며 돈을 허투로 사용하는데 거리낌 없는 그런 재벌의 이미지는 과연 맞는 것일까.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00조원을 넘어 500조원으로 뛰어 오른다고 해도 재벌가들이 더 큰 부를 위해 더 많은 욕심을 부릴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건희의 어록들 처럼 그는 자신의 재산이 이제 10배가 오르던 100배가 오르던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예전에 일론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들의 젊은 시절 인터뷰를 보자면 그들은 실제 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였다. 부자가 되어 돈을 많이 번다 하더라도 그것을 거들먹거리며 돈만을 쫒는 사람도 아니다. 구두를 파는 사람이나 햄버거를 파는 사람, 스마트폰을 파는 사람, 농사물을 파는 사람 등, 우리가 어떤 산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일정 규모가 지나가면 더이상 산업의 종류는 상관이 없어진다. 모두 사람을 관리하고 돈을 관리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결국 제조사를 관리하던 경영인이 요식업의 최고 경영인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 제조회사의 경영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은 그런 위치다. 사람을 관리하고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일의 능력이 리더의 능력이다. 이는 경영인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를 비롯한 모든 집단에서 통용된다. 결국 파이를 키우고 보면 장사꾼이냐 정치인이냐를 따지지 않고 모두 '리더'들이다. '리더'는 당연히 많은 사람과 많은 돈의 최정점에서 그것들을 통솔한다. 그들에게 관리되는 돈과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당연히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된다. 그것이 영향력있는 사람이자 부자들의 만들어지는 원리인 것이다. 욕심이 덕지 덕지붙은 부자들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부자'들의 모습일 뿐 재벌의 모습은 아니다.

삼성은 실제로 말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해결해야할 문제도 많고 욕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의 규모가 그렇게 크다면 물론 경영진의 잘못을 이야기 해야겠지만 모두 그들을 탓할 수 만은 없다. 규모가 커다란 집단에서의 리더라 할지라도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24시간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우리와 같이 부모, 자녀를 가지고 있는 가정을 갖고 있으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사소한 문제를 말 한마디, 결단 한 번이면 해결될 것을 질질 끌고 있느냐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만한 중요도의 결단이 수 십, 수 백 개가 겹겹히 쌓여 그들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정주영 회장의 현대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현대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최근 코나 리콜 사태에서 했던 현대에 대한 실망 뿐만 아니라, 현대는 여전 대한민국 1류 기업의 면모가 전혀 없어 보인다.

나는 지금 스마트폰, 시계, 노트북, 컴퓨터를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기기가 삼성전자의 기기들이다. 이는 삼성 전자의 기술력이 애플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했던 결정들이 아니다. 애플제품과 삼성제품을 모두 사용해봤던 사람으로써 보자면 애플의 기기에서 찾을 수 있는 강점들 중에 삼성이 부족한 부분이 아직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삼성을 선택하는 이유는 고객 서비스 때문이다. 이런 내용과 철학이 이건희 회장의 어록에 그대로 스며들어가 있다. 나는 스티브 잡스보다는 이건희 회장을 조금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삼성'이 '우리나라의 근현대' 속에서 피어난 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정말 복잡하고도 다양한 문제를 갖은 사회를 만들어냈다. 또한 오랜 기간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제조사로서의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애플보다 삼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훨씬더 복잡하고 많았을 지도 모른다.

그저 돈 버는 요령만으로 삼성을 이 정도 위치로 올려놓을 수는 없다. 규모있는 집단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을 아우르기 위한 일정의 인문학과 역사의 이해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등이 필수일 것이다. 수 십 해가 지나면서, 독재정권을 거치고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위치를 성장시켜왔던 집단의 리더는 그 능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이건희 회장의 어록들을 살펴보자면 '상생'을 강조한다. 특히나 남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이야기가 눈의 띈다. 남들이 걸어가던 뛰어가던 남의 발목을 잡지말고 자신의 길이나 가라는 이야기는 굳이 기업 경영의 철학이 아니라 하더라도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가 반드시 있다.

돌다리를 두두리지 말고 그냥 건너가라는 그의 이야기 또한 매력있는 어록이다. 일단 건너가보라는 이야기다. 일단 위험을 각오하고 걸어가보고 시행착오를 몇 번 겪은 뒤, 수정하면 더 완전한 세상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드리며 한 발자국을 건너는 동안, 발목 까지 물에 젖을 각오를 하더라도 성큼 성큼 건나 목적지로 건너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그의 인생의 가치가 역시나 실행력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실행력은 막가파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어 영화를 여러각도에서 보며 입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영화를 볼 때, 여러 각도에서 보는 것을 즐긴다. 한 영화를 수 십, 수 백번 돌려보며, 감독의 각도에서도 영화를 바라보고 주인공의 시선에서, 악당의 시선에서, 조연들의 시선에서, 배우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여러차례 돌려본다. 또한 이 영화를 바라볼 또다른 관객들의 시선 등 여러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결국 그거 말하는 것 처럼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앞서 말한대로 그는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즉, 인재를 소중히 여겼다. 이는 삼국지의 조조를 생각나게 하였다. 그의 어록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재는 데려오지 말고 모셔와라' 라는 말이다. 내부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권오현 회장'이 미국에 있을 때, 그를 모셔오기 위해 삼성전자했던 제스처들을 보다보면 과연 그들이 어떻게 일류기업이 되었는지를 알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인재가 넘치는 나라이다. 하지만 수요공급에 의해 그들 인재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기껏하여 토익 고득점과 해외연수 그리고 다양한 자격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인재를 소모품 처럼 대하며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려드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그런 작은 부자들에게 이건희는 일침을 놓는 듯하다.

책은 가타부타 이야기 없이 깔끔하게 이건희의 어록만 모아두었다.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던 경영진들을 모아놓고 했던 초일류기업의 회의 중 회장의 이야기를 아이를 유치원 보낸 뒤 소파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말이다. 심지어 그들이 단 한번 들을 수 있던 이야기를 책꽂이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독서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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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법 - 아주 천천히, 느리지만 완벽하게
윌리엄 안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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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경제에 관해 혹은 '돈'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들어봤을 것이다. 출판한 책은 아니고 돈에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름아름 '제본'되어 어둠의 경로로 판매되는 책이다. 그 책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기억났다. 이 책 또한 그런 책이다. 저자 소개에 적혀 있는 '윌리엄 안'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이민자로 추정된다. 그의 소개에서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없다. 모호한 소개로 고개가 갸우뚱 하며 책의 첫 장을 폈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모호한 소개를 상회할 만한 내용들이 따라왔다.

'해빙'이나 '시크릿'과 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운이나 현상으로 돈이 저절로 많아진다는 건, 믿고 싶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꿈 같은 이야기다. 상상만으로 이루어진다거나, 내가 어떤 감정을 갖고 소비하느냐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내용 말이다. 그 책들이 제시하는 방식에 대해 '그걸 다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아니다. 이루지 못하는 꿈이라고 하더라고 갖고 살아갈 수는 있다. 나는 지금도 시크릿을 신임하고 긍정의 힘을 믿고 있다. 다만, 그런 이상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현실'의 이야기다. 당장 소득 300만원에 각종 대출금과 카드값으로 250이 고정지출이고 이미 연소득의 두, 세배가 넘는 대출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상만 해라. 이루어진다'라는 메시지는 이미 성공의 궤도에 올라선 이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들린다. '나는 올라섰다. 너희들은 상상이나 하거라.' 정도로 들린달까.

책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 뉴스에는 온갖 빚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세계적인 금융 추세인 양적완화, 쏟아지는 포퓰리즘 정책과 도무지 명분히 확실하지 않는 '코로나 지원금 뿌리기' 전세계는 저금리 혹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살면서 시원하게 썩어들어가는 경제의 뿌리에 직접 마약을 쑤셔 넣고 있다. 실물경제와 자본경제의 괴리가 터무늬 없이 커져가는 가운데도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후진할 생각은 없다.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되어 버렸다. 그래서 후진할 수 없는 지도 모른다. 경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더라도 실물 경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자산 거품들이 터무늬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품의 정점으로 달려가다 못해, 되려 추진을 받고 날아가는 눈치다.

이제 누구나 안다. 끝 없는 상승이란 없다. 신나는 파티를 했으니, 처절하고도 깊은 계곡을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끌어올린 거품이 꺼지는 순간,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좋은 재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그저 돈을 풀기 위한 좋은 재료가 좋은 시기에 일어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빚'에 관한 내용이다. '철저하게 처절한 시간을 보내라.' 그가 보내는 메시지이자, 내가 매우 공감하는 메시지이다. 깊은 계곡을 만나게 될 때, 승자는 단순하다. 얼마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지는 상관 없다. '빚 없는 사람이 승자이다.' 워렌 버핏이 말한, 썰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옷을 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들어차오는 밀물로 우리는 온갖 빚 투성이인 채, 허황된 거품 자산을 들고 부자 행세들을 하고 있다.

밀물이 들어오는 시대가 지나고, 썰물이 오게되면, 수영하고 있는 평화로운 해변에 웃는 얼굴로 포장해 있던 이들이 처절하게 맨몸을 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 기간은 밀물의 기간만큼 길 것이고, 혹독한 시간을 버텨낼 사람들은 잘 차려진 장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다. 레버리지나 빚투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얼핏 좋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들은 들어오는 밀물에 속옷조차 입을 생각도 없이 수영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곧 들이닥칠 썰물의 기간이 되면 그들에게 들이닥칠 현실은 비참하다. 개인적으로 해빙을 읽고 조금 깨림직함을 느꼈다. '소비할 때, 기분이 좋으면 괜찮다...'라니... 거품의 정점에 있는 시기에 들어맞는 베스트셀러라는 생각이 든다. 거품이 정점에 달하면 사람들은 '소비'에 관대해진다. '빚'에 무덤덤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레버리지'라는 말을 자신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끌어들여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열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열매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그것을 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

'욜로'나 '소확행' 등의 이야기가 인생의 미학처럼 유행하는 시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들어닥칠 현실의 차가움을 망각하고 있다. '인생이 한 번 뿐이니,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자신을 위해 노동해 줄 노동자들의 일탈이 불편한 '자본가'들의 선동으로 들린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면, 하기 싫은 것이 뒤따라온다. 그것은 진리이다. 자석을 사면 S극만 따로 주문해서 살 수 없다. S극과 N극의 양면은 따라온다. 하기 싫은 것을 미리 해 버려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인생이 한 번 뿐이니, 쓰고 보자는 식의 소비가 미덕이 되는 시대는 재수 없으면 100세를 살게 되는 우리의 미래 희망을 끌어쓰는 행위다. 어짜피 사지 못할 집이라면, 1억짜리 차를 타고 다니자는 젊은이들은 혹독한 계곡을 만나게 되면 앞서 갖지 않았던 다른 극을 받아들일 차례를 맞이한다.

소비가 나빠지면, 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다. 그렇게 많은 노동계층들이 일자리를 잃고나면 그들은 소비여력을 상실한다. 그들이 소비여력을 상실하면 소비가 나빠지고 그럼 다시 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다. 실업률은 굉장히 중요한 경제지표이다. 지금 실업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묻혀 실업률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취업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 10월 1673만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한다. 이 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인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실업률은 모두 비슷하다. 본격적인 인구 감소가 시작한 일본의 실업률이 부럽다 할 수도 없다. 그들은 이미 일자리의 질이 형편 없다.

세계적인 이런 추세는 양적완화라는 돈풀기로 눈가리고 아웅 중이다. 이제 세계를 지탱하고 있던 거대한 거품이 터지면 어쩌면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국내외 주식을 단 한 주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금시세가 폭등하고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부동산이 최고점을 찍고 코스피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단순히 미국 연준이 쏟아 붓는 돈에 취해 다함께 일본의 거품 경제를 답습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모든 자산이 전부 오를 수가 있나? 실물 경제가 이토록 엉망인데 자산가치만 올라간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주가당 적정 가격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사도 남이 더 비싸게 사줄 테니까'의 투자는 마지막 폭탄을 남에게 넘기는 일종의 폭탄돌리기다. 우리는 지금 마지막 곧 터질 걸 알고 있는 얼마나 남지 않은 시한폭탄을 너와 내가 넘겨 받아 들고 있는 것이다.

어제 아이들에게 자동매수되는 증권통장을 하나 계설해 주었다. 앞으로 혹독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하고 증권을 계약한 건 단순하다. 돌아오는 2021년 부터 향후 최소 수 년 이상 우리는 터져가는 증시를 지켜볼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제거되는 거품들을 매월 일정 금액 씩 15년을 구매하도록 설정했다. 나는 2020년까지 좋은 수익을 내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적자가 나왔던 '카지노' 관련 주식을 아이들에게 사주기로 했다. 빚덤이로 욜로라 외치며 구매했던 마지막 폭탄을 들고 있던 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이 자신을 부자라고 착각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다시 썰물의 시간이 오면, 그들은 자신이 비싸게 구매한 상품들을 투매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잘은 모른다. 하지만 확실 한 것은 그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복지'라는 달콤함 속에 숨어 있는 '자본가'들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살고 있다. 세상은 노동자들의 편인 듯하지만, 결국 사회 경제는 자본주의를 버리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소비하라. 괜찮다. 소비하라. 빚 내어 너희들의 미래를 저당받아라.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껴라. 만족하라' 등의 이야기는 자신을 위해 일해줄 노동자들을 잃어가는 자본가들의 달콤한 속삼임일 뿐이다. 누구나 기회가 된다면, 일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어한다. 자본이 돈을 만들어주는 세상을 살고자 한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책의 여러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이 '빚'과 '속도'에 관한 내용이다. 빠르게 부자가 되려고 하면 안된다. 급하게 먹은 음식은 아무리 산해진미라 하더라도 탈이 나기 마련이다. 꼭꼭 소화하며 그것이 내 몸에 흡수되도록 시간을 두어 먹어야한다. 빚을 내어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혀 타인의 일이나 거드는 삶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한다. 정말 좋은 시기에 좋은 책을 읽은 듯 하다. '돈'은 '현실'이다. 듣기 좋은 말에 현혹되지 말고, '쓴'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부디 이 책을 읽고 좋은 자극을 받기를 희망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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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이 만들어도 이것보다 잘 만들겠다.'

국사책을 보며 솔직하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유럽의 멋진 건축양식이나 유물들을 보면서 부러워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 일 것이다. 전혀 화려하지 않은 역사와 어딘가 닮은 소박한 유물들이 나의 나라의 역사라는 사실에 어디서 부터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다. 이 책은 꾸준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Simple is the best'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치 전쟁이서 패전하고 돌아온 병사가 변명을 늘어놓듯, 비겁하고 구차해보인다고 생각했다. 책을 조금 넘겨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저자인 최경원 작가님의 말이 옳다. 화려함이 반드시 문명 수준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스티브잡스는 심플함이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CD롬을 포함하여 불필요해 보이는 기능과 디자인들을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다소 복잡해보이는 핸드폰의 물리 키보드도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추가하는 것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라면 우리는 지금 컴퓨터 역사상 최고 비문명사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플함은 가장 실용적인 것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외국에서 외국인 친구와 고기부페를 갔던 적이 있다. 음식과 함께 나오는 '가위'를 보며 친구는 말했다. '한국인스러운 발상이다' 나쁘지 않은 의미로 한 말이었다. 굳이 어렵게 잘 잘리지 않는 '나이프'라는 도구로 고기를 썰어 먹을 필요가 있나 하는 단순한 고민을 그들은 해보지 못하고 문화의 틀 안에 갇혀 목적을 상실했다. 고기가 잘 썰리면 그만이다. 한국인은 실용적이다. 그것을 우리가 이제야 갖게 되었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쌈채소와 함께 쟁반 위에 놓여진 '천 쪼가리나 자르던 가위'를 보던 외국인 친구의 말 처럼 우리는 '실용'적인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왜 그래야 돼?"를 생각하는 민족이다. 내가 민족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게 표현해 보겠다. 우리는 "왜 그래야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항상 하고 살아간다. '채소와 밥을 따로 먹을 거라면 섞어 먹고말지'의 비빔밥 처럼, '어짜피 자를거면 잘 잘리는 것이 좋지'의 냉면 가위처럼, '어차피 마실 커피라면 편하게 먹으면 되지'의 믹스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는 없어도 되는 것들에 대해 과감하게 없애길 바라고, 있어야 할 것들에 과감하게 남기를 바란다. 불필요한 기술에 1000년의 기술을 보존한다는 샘 치고 수작업으로 나무를 깍는 장인들이 넘처 흐르는 '일본'에 비해 우리는 '보존'을 우숩게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무를 깍는다면 기계로 깍아도 되잖아'의 사고를 갖고 있다.

그런 생각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여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된다. 거주창스러움은 그것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한다. 하지만 단순함이란 언제든지 다음을 받아들일 비워둠이 된다. '여백의 미'는 채우지 못함에 대한 변명이 아니다. '열린 결말'이란 마무리 짓지 못한 무능함이 아니다. 사용자에게 스스로 역할을 부여하는 일이다. 주먹도끼는 이런 모양일 수도 있고 저런 모양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만 사용하라고 지정해 둔 듯, 세세한 디테일의 사용법은 사고와 상상력을 절제시킨다. 모든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와 존경이다. 우리가 긴 막대기에 '지팡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막대기는 역할을 제한받는다. 누구도 그 막대기를 지팡이 이외의 역할로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대기에 역할을 지정하지 않는다면 막대기는 회초리가 되기도 하고 지팡이가 되기도 하며, 운동기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유물들에 일관적인 특징은 단순함이다. 최대한 심플하게 만든다. 이것을 보고 처음 드는 생각은 모두 비슷 할 것이다. 내가 제일 먼저 말했던 것처럼 '뭐야? 초등학생이 만들어도 이것보다 낫겠다.'이다. 이런 생각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특히나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한다는 현대 미술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스티브잡스의 디자인 미학이나 현대 미술 역시 차원을 역행하고 있는 발상들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실용적인 유물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충분히 했으며, 다음의 미래를 받아들일 만큼 비워 두었고 사용자에게 창의적인 상상력을 열어두었다.

가야의 갑옷은 멋있는 서양의 값옷에 비해 구멍이 숭숭 나있고 이음세가 깔끔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모듈'이라고 불리는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통철판으로 만들어진 서양의 갑옷은 손상이 되면, 통채로 버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기고, 무겁다. 움직임도 둔하게 된다. 작용도 어렵고 벗기도 힘들어 전쟁을 나갈 때, 항상 하인이 대동해야 했다. 하지만 모듈 구조는 단순한 기본 단위를 여러개 엮어 확장시킨다. 그런 이유로 손상된 부분만 교환할 수도 있고 움직임도 편하다. 또한 탈착용이 쉽다. 제작단가도 저렴하다. '보기에 조금 멋스럽지 않으면 어떤가? 군복이 전쟁 수용에 용이하기나 하면 되지.' 우리스러운 결단들이다.

우리 유물들은 대게 대량생산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대량 생산하기 위해 디테일을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인 결정이다. 불필요한 무늬를 만들어 넣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 넣는 일은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실용적이지 않다. 우리는 그랬다. 화살촉과 같은 무기가 그렇다. 빠르게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해 내는 것은 국가의 안보에 중요한 일이다. 이 것에 무늬를 새기는 것이 국가 안보에 뭐가 더 중요한가.

하나의 역할을 하나로만 규정하는 것을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결국 하나를 여러개로 쪼개도 결국 하나로 돌아가려고 애를 쓴다. 주먹도끼는 그런 도구였다. 그냥 날카로운 돌맹이가 무슨 철학이 있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그 돌맹이를 물건을 찍기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 된다. 그럼 굳이 그 돌멩이로 가능한 업무를 다른 도구를 만들기 위한 불필요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도구가 세부적으로 구분되어 질수록 문명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스프를 담는 접시와 샐러드를 담는 접시를 구분하고 고기를 올리는 접시를 모두 구분해야 문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건 비효율일 뿐이다.

그 누구도 스마트폰의 기능을 MP3와 카메라, 전화 등으로 나눠 쓰길 바라지 않는다. 하나의 아이템을 여러개로 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효율적인 방식이다. 종이는 접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으며 읽을 수도 있다. 태울 수도 있고 찢을 수도 있으며 돌돌 말 수도 있다. 이런 종이에서 '읽을 기능'만 떼어내는 '전자책'은 결코 종이를 이길 수 없다. 설령 정말 기술이 좋아져서, 접을 수 있고 읽을 수 있으며, 태울 수 있고, 찢을 수도 돌돌말 수도 있는 전자책을 개발하는 날이 온다면, 과연 그 아이템은 종이와 뭐가 다른가? 무엇을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하는가?

우리 선조들은 이미 먼 과거부터 알고 있었다. '명상'은 채워져 있는 생각을 차분하게 비워 두는 일이다. 복잡한 일을 내려놓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알록달록한 여러 민족의 민족의상에 한참 미천해 보이는 '백의민족'이라는 꼬리표는 '미개함'이 아니라 '여백의 미'였다. '어른인 척'하는 이들은 '어른'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기 위해 열을 올리지만, 진짜 어른은 다시 '아이'가 되길 바란다. 최대한 화려해지고 싶은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능력을 끄집어 내지만, 이미 달성한 이들은 굳이 그러지 않는다. 최대한 비우려고 노력한다.

많이 아는 사람일 수록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순간에 하는 한 마디의 묵직함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진짜 부자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아낌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매한다. 진짜들은 자신의 가치를 주목 받기 위해 발악하지 않는다. 수수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일 수록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알아달라고 발버둥 칠수록 자신의 바닥을 다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한류이 미학은 결국 우리 유물의 철학이 그렇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든 국가가 자신의 역사와 민족을 자랑한다. 저 멀리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소수민족들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우주의 중심이고 하늘의 자손들이라고 믿는다. 옆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태양의 자손이라 믿고, 그 반대편의 중국에서만 보더라도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는다. 다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너무 평하절하한다.

적당한 겸손은 스스로의 가치를 올려주지만, 지나친 겸손은 자기 비하이고 자존감 결여이다. 우리는 비극적인 근대와 현대사에 의해 우리 스스로 민족과 역사에 자존감이 많이 결여되어있다. 이 책은 두꺼운 책의 두께에 비해 내용이 쉽다.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그림과 사진도 많다. 술술 읽힌다. 44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하루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어떤 국가와 사회의 소속원인지는 개인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흔히 말하는 국뽕(?)이라는 단어가 사용될 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저 구석에서 기도 못피는 자존감 결여보다 조금 재수 없더라도 어깨를 피고 다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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