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바운드 - 게임의 룰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장 법칙
조용민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적 아이러니가 있다. 300만이 채 안되는 몽골이 세계를 지배한 역사. 몽골제국은 인류역사상 가장 큰 제국이었다. 그들이 갑자기 성장하고 세계를 지배한 것은'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때문이다. 그들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 내던 민족이다. 11세기 이전까지 몽골은 별볼일 없는 변방의 유목민족에 불과했다. 여진이나 거란에 치이고 부족간의 분열이 워낙 심해 세력을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넓은 초원을 유랑할 수 밖에 없었다. 거처가 없어 언제든 외부의 적으로부터 침입을 당하면 도망가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언제든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하는 상황은 몽골의 '본질 파악 능력'을 향상 시켰다. 갑작스러운 이동에 그들은 가볍게 가장 중요한 물건 정도만 챙기고 떠나야 했다. 불필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빠르게 도망이나 유랑을 해야 했다. 가진 것이 많은 농경민족에 비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그들의 문화와 본능 속에 들어갔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 수단인 '말'과 언제든 장거리를 이동하며 먹고 잘 수 있는 생필품들이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중 지구에 이상 기온이 일어났다.

11세기가 되어가며 지구의 평균기온이 내려간 것이다. 이로인해 몽골인들이 유랑하던 초원이 더 넓어지는 효과가 났다. 몽골인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말'이 어딜가도 뜯어먹을 풀이 많아지는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말이 뜯어먹을 풀이 더 넓게 자라고 있다는 것은 몰골인들이 말을 끌고 더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음을 뜻했다. 그들의 말은 우유를 제공하고 기동력을 제공하고, 노쇠하고 병든 말은 식사 거리가 되었으며 전쟁에서 유용한 병력이 되기도 했다. 전쟁의 역사에서 '몇 만 대군'이라는 말이 흔히 나온다. 이 출정군사의 숫자는 통상 '보급병'과 '취사병'을 포함한 모든 군인의 숫자를 말한다. 가령 보급을 책임지던 보급로를 끊는 일만으로도 고대 전쟁은 생각보다 쉽게 전세가 역전되곤 했다. 쉽게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했던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보면 알 수 있다. 고대 전쟁에서는 전투병의 능력과 수보다 '보급'이 훨씬 승패를 갈른다. 심지어 제대로 전투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특수병들은 스스로의 목숨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태로 전쟁에 물자 공급을 위해 내던져 지기도 했다.

몽골의 군대는 달랐다. 몽골의 군대는 출정하는 모든 군인이 전투병이자 보급병이고 취사병이기도 했다. 그들은 고립된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다양한 작전 수행을 할 수 있었다. 전투병은 전투에 특화되고 보급병은 보급능력에 특화되고 취사병은 취사 능력에 특화된 분업화는 오랫동안 농경민족의 능력 평가 기준이기도 했다.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은 글을 쓰고 읽는 일만 할 뿐, 요리도 전쟁도 취약해도 됐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만 잘하면 됐지, 전쟁의 능력은 하등 필요가 없었다. 이런 분업은 기동성을 약화시킨다. 빠르게 빈틈을 찾아 이동하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선 다재다능한 기마병이 특수했다. 오랜기간 분업이 잘된 국가가 문명국가로서 번영을 누리던 시기, 몽골의 탄생은 혁신적이었다. 1206년 테무친이 44세의 나이로 대칸에 올라섰다. 적지 않은 나이에 몽골초원을 통일하였고 여기서부터 대몽골국의 역사적 확장이 시작된다. 몽골 초원을 통일한 징기스칸은 기마군단을 이끌고 외부로 진격해나간다. 노예나 귀족도 없고 농토도 없는 기마민족은 다재다능한 능력을 펼치며 농경민족을 지배해 갔다.

그들은 쉽게 말하면 약탈자였다. 본국에서 보급받고 전투를 하던 기존 전쟁양상의 흐름을 깨고 그들은 재빠르게 다른 지역을 점령하고 약탈하여 전쟁물자를 확보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고구려' 또한 약탈에 능한 민족으로 중국에서는 기록하고 있다. 우리 현대 사회에서 약탈이란 좋은 이미지일 수 없다. 하지만 야생에서 약탈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타인의 노력과 시간을 훔쳐 재빠르게 성장하는 굉장히 현명한 자세이기도 하다. 이런 야만적인 행동이 지금은 지탄받아야 할 비도덕적 행동으로 규범되어 있지만 실제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시간과 노력을 자본가가 약탈해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자본가는 가만히 앉아서 노동자들이 생산해 내는 결과물에 일정 보상을 주고 나머지를 착취해간다. 자본가는 다수의 노동가들의 시간을 착취하는 샘이다. 보급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은 기동성을 확장시키고 효율을 늘리게 해준다. 에어비엠비가 숙박을 하지 않음에도 최고의 숙박업체가 되고 우버가 자체 없이 최고의 운송업체가 된 것이 비슷한 이유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구글 또한 제대로 된 제조공장 없이 최고의 수익을 얻는 일종의 디지털 유목기업들이다.

농경민족에게는 '효율', '실리'보다는 '명분'과 '명예'가 우선시 된다. 전쟁에 승리한 장수는 명예와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었다. 가문에 대한 대우와 처분도 달라졌다. 고여있는 사회문화는 유럽의 방어구를 화려하고 위엄있게 만들었지만 전쟁에서 전혀 효율적이지 않았다. 그저 말 한 필에 칼과 활 한 자루씩 가볍게 갖고 있던 몽골민족에게 명예와 후속 조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신분을 나타내는 위엄도 필요없었다. '나의 명함에 어떤 이름이 박혀 있는가'와 그보다 중요한 '어떻게 효율적인 생산방식으로 성장해 가는가'는 현대 시대에 더 중요해졌다. 1000년 가까이 흘러간 이 역사의 배경이 다시금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가 싶다. 당시 사회에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룰이 한 순간에 무너진데는 징기스칸 한 세대도 걸리지 않았다. 20세가 초 마차가 자동차로 변화가는데 처음 반까지는 십 수년이 걸렸지만 나머지 반이 모두 자동차로 바뀌는데는 수 년도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연 변화하는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일까에 대한 문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의 비밀 - 왜 나는 운이 없을까?
민광욱 지음 / 베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굶주린 침팬지를 바나나와 과자를 이용하여 천재 침팬지로 훈련한 실험이 있었다. 1973년 뉴욕 코롬비아 대학의 심리학과 허버트 테라스 교수의 실험이다. 그는 평범한 침팬지를 수학문제를 풀고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천재 침팬지로 길러냈다. 이 실험은 '프로젝트 님'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평범한 침팬지를 천재 침팬치로 길러내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나나와 과자가 이용됐다. 밀폐된 공간에 굶주린 침팬지를 가둬 놓고 바닥에 선을 그려넣는다. 침팬지가 바닥에 그려진 선을 넘어갈 때마다 조그만 구멍을 통해 과자와 바나나가 지급돼었다. 침팬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을 넘을 때,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이 훈련이 익숙해 질 쯤, 과학자들은 실험장을 바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밀폐된 공간이었고 선 대신에 커다란 버튼이 설치 되었다. 굶주린 침팬치는 변화된 환경에 당황하였으나 얼마지 나지 않아 우연하게 누른 버튼이 먹이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침팬지는 배가 고플 때마다 버튼을 눌러 바나나와 과자를 공급받았다. 이런 비슷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며 과학자들은 학습 난이도를 올렸다. 이 침팬지는 간단한 미국식 수화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고 간단한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천재 침팬지가 돼었다.

이 침팬지는 천재로 태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학습되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환경은 우리를 학습시킨다. 우리는 모든 순간 환경과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학습된다. 상황과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이상 과거보다 특별한 존재로 길러지지 않는다. 이처럼 과거와 달라지는 상황과 환경이 변화를 '운'이라고 부른다. 운이란 행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운이란 우리리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와 환경, 상황이 변하는 흐름을 이야기한다. 한자에서 운(運)에는 수레가 들어가 있다. 이 뜻은 움직인다는 것을 말한다. 운이랑 변화와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운의 영어표현은 Fortune이다. 이 말의 어원은 Fort에 있다. Fort는 Force(힘)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어떤 '힘'을 '운(Fortune)'이라고 부른다. 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한다.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이는 분명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로 인한 현상은 분명 다르게 일어난다. 물이 얼거나 펄펄 끊는 온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여름에서 겨울로의 이동 또한 가시적인 부분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한다.

예전 중국의 한 국경 지방에 노인이 살았다. 이 노인은 말 한 필을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기르던 말 한 필이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이를 보고 낙담하고 있는 노인을 보며 '운이 좋으시네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일을 사람들은 불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날 도망간 말 한 필이 암말을 끌고 함께 돌아온 것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말이 도망을 간 것은 불운일까 행운일까. 행운과 불운은 주관적인 영역에 있다.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알려주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만사 새옹지마'의 어원을 살펴보자면 우리 인생은 불운과 행운이 번갈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불운도 행운도 아니다. 새옹지마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보자면 이 말을 타고 놀던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불운을 겪고 이 부러진 다리 때문에 군대 징집을 당하지 않아 목숨을 건사할 수 있었다. 부러진 다리와 군대 징집을 피한 이야기는 과연 행운일까. 불운일까.

운이랑 좋고 나쁨이 있다기보다, 상황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좋은 운을 바라지만 실제로 좋은 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어떤 대처를 했는지가 그 '운'의 성격을 '좋고', '나쁨'으로 규정하게 한다. 만약 나에게 승진운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것은 나에게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이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승진을 바라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운에 속해져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와 하등 상관없는 운이다. 우리가 운이라는 동양철학의 모호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비과학의 영역'이라 치부하고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과학의 영역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인정하고 있다. 거시물리학에서 보자면 세상은 암흑에너지 73%로 구성되어 있고 암흑 물질은 23%다. 우리가 관측 가능한 물질은 4%에 불과하다. 과연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눈에 보이는 진실'은 얼마나 진리에 속하는가. 반대로 미시물리학에서 보자면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핵과 전자는 서로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 만약 원자를 축구 운동장이라고 가정하면 원자핵의 크기는 모래알 정도의 크기가 되고 전자는 그보다 훨씬 작은 먼지와 같은 크기로 운동장을 돌고 있는 것과 같다. 우리의 상식처럼 우리가 보고 만지는 물질 또한 실제로는 빈공간 투성이다.

운이란 무엇인가. 운은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흐름이고 기회이다. 이 것은 나의 환경과 나의 상관관계에 의해 정의되며 어떤 상황에 따라 행운이 되고 어떤 경우에 따라 불운이 되기도 한다. 오늘 찾아온 당신의 운은 행운인가? 불운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뇌에는 860억개의 세포가 존재한다. 또한 각 세포마다 100조개 씩의 원자가 들어 있다고 한다. 원자는 물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말함으로, 결국 우리의 뇌에는 860억 X 100조 개의 기본 입자가 존재한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이 기본 단위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부여 받은 본능들을 처리한다. 이 수 많은 기본 입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협업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차원적인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 생물은 작업을 합리적이고 효율으로 처리하기 위해 진화되어 왔다. 특히 가장 고차원적인 작업을 요하는 기관인 '뇌'에서는 다른 하드웨어 기관과는 다른 차원의 업무량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해석하고 출력하는 과정에서는 '삭제'와 '왜곡'이 필수적이다. 4k 고화질 영상은 시력 0.5인 사람에게 불필요하다. 모든 영상이 필요에 따라 화질을 줄여 저장할 필요가 있다. 뇌는 이런 효율화, 최적화를 위해 기억과 사고를 삭제하고 왜곡한다. 이런 와중에 일어나는 현상은 '일반화 본능'이다. 인간은 규칙과 불규칙이 산재되어 있는 현상과 물질에 대해 끊임없는 범주화와 일반화를 진행한다.

자연스럽게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풀을 뜯고 아무렇게 놓여 있는 돌들을 주워다 오와 열을 맞춰 정리해 놓는다. 이런 정리본능은 우리의 뇌의 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비슷한 것들은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은 범주로 묶어 정리한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 가장 본능적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성별'이다. 나와 비슷한 성과 다른 성은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인종에 의해 나눈다. 중국인인지, 프랑스인인지. 또한 같은 인종이라면 언어로 나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지, 사용하지 못하는지. 일반화는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일반화는 분명 효율적일 처리를 돕고 외부의 적으로 보호받는데 탁월한 본능이다. 인간은 수 만년 동안, 외부의 총, 균, 쇠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고 살았다. 내부 결속의 중요성과 외부인에 대한 철저한 경계심은 우리의 DNA 속에 각인되어 있다. 여러가지 사회 문화, 생물학적인 특성들은 우리에게 '혐오'의 감정을 만들어 냈다. 16세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스페인군이 갖고온 천연두 등의 새로운 병균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고 노예를 착출하여 거래하였다. 산업화 시기에는 외부에서 현지의 자원과 자본을 노리는 이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난민혐오', '무슬림혐오', '남성혐오', '여성혐오'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혐오는 외부에 대한 철저한 경계를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지탄받는 이런 비문명적인 감정은 실제로 근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일지도 모르는 감정이기도 했다. 이런 혐오의 감정은 그렇다면 언제 극도에 치닫는가. 인간은 불안해지면 그를 해결하기 위한 생존본능이 극도로 발휘된다. 혐오의 감정은 생존 본능과 같이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에서 치솟는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시즈오카, 야마나시 지방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이 사고는 40만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을 발생시켰다. 12만 가구의 집이 무너졌고, 45만의 가구는 불에 탔다. 이 사건은 사회를 공포로 몰아세웠다. 인간이 갖는 공포와 불안의 감정은 집단이 되었을 때, 비이성적인 역사를 만들어 내곤 했다. 언젠가 나와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다수의 일본인들은 공포와 불안의 감정이 극도로 치솟았다. 이런 시기에는 외부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치솟기 마련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에 쉽게 선동되었다.

일본은 '절대악', 조선전 '절대선'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벗어나, 자신의 가족과 사회를 지키기 위한 인간들의 혐오 본능이 비성적으로 작동했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무지한 일본인들은 이 감정에 휩싸였다. 쥐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이성일 잃은 일본인들은 조선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노골적으로 키워나갔다. 그들은 자경단을 조지하고 관헌들과 같이 조선인들을 무조건 체포하거나 구타, 학살 하였다. 한반도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몇몇 일본어를 발음하도록 하고 이에 어눌한 발음을 할 경우 가차없이 학살, 구타, 체포하였다. 이 사건에 2~6천명에 가까운 조선인이 학살되었다. 사회가 불안하고 공포의 분위기가 있을 때 혐오의 감정은 극도에 치민다. 1948년에는 일본이 나가고 난데없이 미군이 들어왔다. 미군은 치안을 목적으로 군정경찰을 배치했다. 민생은 피폐해졌고 부정부패는 극에 달했다.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일어났고 그 와중에 이념 갈등까지 더해지며 사회는 더욱 불안과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사건은 제주4.3사건으로 불려지며 사망자 숫자로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단일 사건에서 가장 많이 희생자가 나온 사건이 됐다. 수 만의 제주도민이 학살당한 이 사건은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자 수의 수 배의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

우리는 일본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4.3사건'에 대한 인지는 부족하다.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치솟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이 극에 달했고 또 언젠가는 미군에 대한 혹은 조선족에 대한, 난민에 대한 혐오 의식이 커져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용덕 작가 님의 들어가는 말과 같이 이 책은 '일본인과 혐오'를 연결 짓고자 한 책이라고 볼 수 없다. 불안한 사회에 혐오라는 감정이 만들어낸 비이성적이고 괴기한 사건과 현상에 대한 책이다. 국가에 따른 DNA와 악의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인의 DNA에 있는 침략의 본능이 숨어져 있다거나 극악무도한 '악의 축'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해가고 있지만, 실제 이런 감정마져 '혐오'의 감정이다. 수 백 만의 유태인을 학살한 독일민족이지만 현재 독일은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민족과 국가에 따른 DNA가 그 국민성을 나태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불안간 시선과 공포에 쌓인 무지하고 나약한 인간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답게 자유로워지기까지 - 스스로 만족하는 자유로운 삶을 향한 작은 용기
케이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 없는 청년의 시대'

국민학교 시절부터 학교는 꾸준히 '장래희망'을 적어 내도록 했다. 기억이 나질 않는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아마 유치원이나 그 이전부터 어른들은 '이 아이'가 사회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 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 과거에도 분명 있긴 했다. TV에서는 꿈을 꾸라는 이야기를 한다. 꿈 없는 세대에 대한 한탄스러운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말 배우는게 5년, 글과 숫자를 배우는게 5년인 고작 10세를 겨우 넘은 아이들에게 20~30년 뒤에 '뭐 먹고 살래?'를 생각해 보라는 것은 참 참을성 없는 어른들의 보챔일 뿐이다. 청소년은 '뭘 하고 먹고 사는지' 보다,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 직업은 대게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가치관은 입으로 뱉고 글로 쓰면서 정의되어 버린다. 어린 나이부터 꾸준하게 직업에 대한 미래를 묻는 것은 그 아이가 커 나갈 미래 사회에 뒤쳐지길 바라는 지도모른다. 현재의 직업이 수 십 년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철지난 좋은 직업에 연연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마 저자와 나의 생각은 상당히 비슷한 듯 하다. '꿈'을 이야기 할 때, 나는 '주체적인 삶'을 항상 이야기했다. 정체성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직업'을 묻곤 한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주체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집요하게도 '직업으로써의 목표와 꿈, 비전'을 듣고 싶어 한다.

모호한 대답에는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며 직업적인 방향을 끝으로 정해두길 은연 중 바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꿈이 더 모호한 경우가 많다. 제2의 빌게이츠, 스티브잡스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하거나, 한국의 워랜버핏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이가 '주식매매기법서적'을 구매한다. 정작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는 각각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워렌버핏의 투자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주식매매기법'이 아니라 '현명한 투자자'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원칙과 태도에 대한 책이다. 직업을 꿈으로 착각하면 '본질'을 잃어버리는 이런 아이러니 한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의 직업은 무엇인가. 현재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직업은 무엇인가. 그들은 현재 특별한 직업을 부를 만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존경받는다. 그리고 희안하게도 그들을 존경하는 이들의 꿈이란, 이미 그들이 하고 있지 않은 직업들이다. 그 누구도 도서관에 파뭍여 사는 17살의 빌 게이츠를 보며 동경의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 그는 누구에도 존경받지 않는 17살과 18살 그리고 19살 등의 평범함들을 쌓아가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냈다.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동경을 가질 뿐이다.

저자는 학창시절 전교1등, 서울대학교 입학, 로스쿨과 대형로펌 입사 등의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다. 세상이 정의내린 정답에 정확한 정답을 내려 그의 진로 또한 모든 이들이 정답으로 내놓는 방향으로 정했다. 그런 그는 '주체적이지 못한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갖기 시작한다. 결국 사회가 정답이라고 하는 직업이 스스로에겐 정답이 아니였다는 사실이다. 사회의 물음에 성실하게 정답을 고민하던 그 이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부족했었을 것을 보자면 나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삶의 정답이란 좋은 직업을 갖고 무난한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키우고 평범한 일생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사회가 내린 일반화 된 모범적 삶이 아닌 나에게 꼭 맞는 삶을 찾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아주 오랜 시기부터 학업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의사가 될텐가.', '변호사가 될텐가', '선생님이 될텐가.' 주어진 목적지를 정해두고 열심히 걸어가도록 채찍질을 하는 것은 소를 타고 있는 사람의 의지이지, 소의 의지는 아니다. 소를 모는 사람은 소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다.

만 스물에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현지에서 취업을 했다. 괜찮은 조건으로 취업하여 일상을 보내던 중 여러가지 사건으로 현재는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그의 모습이 상당히 닮아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매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미션을 완성하고 나의 성장과는 상관없이 사업주의 성장을 고민하는 나의 모습에서 나는 주체성을 잃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군가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고 그에게서 떨어지는 일정 할당량을 나눠 받는 모습에서 초기 계급제 형성 어느 시기와 닮아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매달 만근 시 1일씩 발생하는 연차를 모아 겨우 다른 직원들과의 스케줄 조율을 통해 휴가일을 정하고 상사의 허가 하에 겨우 쉴 수 있는 직장인의 삶은 전혀 주체적이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것과 같이 현재까지 존경받아오던 전문직들의 종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전문직들이 독점해 오던 고유한 지식의 소유가 무한대로 공유된다. 전문가들의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사람들은 더 댜앙한 분야로 직업형태가 변형되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가령 엄청난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가 있기도 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 가수나 연예인들도 쉽게 볼 수 있으며 학교 교사가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다른 이들이 높게 쌓아왔던 지식의 장벽을 쉽게 넘나들며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강사나 작가, 유튜버, 모델 등 본업과 상관없이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선 특정 직업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삶에 대한 가치관을 확실하게 형성해야 한다. 가수겸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꿈이 '가수'였다면, 현재 대한민국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하이브 논외) JYP는 탄생할 수 없다. 박진영이라는 인물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 나갈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현재도 가수이기도 하고 작곡과 작사를 하기도 하며 후배양성과 경영, 집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철학을 있는 인플루언서'다. 앞으로 이와같은 삶의 형태가 더 보편화 된다고 볼 때, 저자가 앞으로 겪을 경험과 이력에 굉장히 큰 기대가 된다. 물론 나 또한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삶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저자의 삶을 응원하는 것이 곧 나의 삶을 응원하는 모양이 되니 다른 독자들 보다 더 간절하게 그를 응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전의 살인 사건... 살해 피해자는 있지만 범인은 없다. 가장 편해야 할 곳이 불편한 곳이 되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적이 된다. 불쾌한 사건사고는 즐거워야 할 20년 전의 어느 날을 악몽으로 만들었다. 소설은 두껍지만 사건이 일어난 20년 뒤에 3일 간,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년 전 맥알리스터의 가족은 여름 캠프를 떠난다. 여기서 '아만다'라는 한 소녀가 몽둥이를 맞은 채 보트 안에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 소설은 3일 간의 기록을 인물별로 관점을 다르게 하며 서술한다. 중간 중간에는 20년 전, '아만다의 관점'이 들어가며 과거이 현장과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얽히고 섥혀 있는 문제가 과거와 현재가 교차로 힌트를 주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의 표지 분위기는 얼핏 스릴러 같지만 추리소설에 가깝다. 분위기와 다르게 유머도 섞여 있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몇 번을 뒤집으며 범인을 좁혀 나간다.

소설을 읽은지는 꽤 됐다.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 탓에 독서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나 완독을 했다. 제주도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실시가 되고, 본의 아니게 2~3주간 나 또한 여유 시간이 생겨버렸다. 더할 나위 없이 책읽기 좋은 기회를 맞아 진도를 나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는 날들이 계속 되면서 소설 속 분위기를 현실이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웬만한 책은 '정독'으로 읽는다. 물론 비슷한 분야의 책을 몇 권 읽다보면 저절로 속도가 붙거나 속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책에서 얻을 정보가 대략적으로 파악 가능한 경우에는 속독으로 넘겨 읽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의 경우는 결코 속독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상황과 감정에 대한 적절한 이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넘게 밤마다 읽었던 책이다. 아이들이 잠에 들고나면 겨우 조용해진 시간에 먹먹한 귀를 잠시 진정시키고 몇 장의 책장을 넘기곤 했다.

소설은 너무나 극명한 모순과 반전을 두고 있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이것을 적는 건 맞지 않다. 다만 가까워야 할 이들사이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에 그들 모두는 서로 알면서 모르는 척, 모르면서 알면 척. 불완전한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간다. 사건이 현장 또한 그렇다. 사망 사건이면서 휴양지이기도 하고 추억이 있으면서 악몽같은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상기시키는 곳이다. 20년이라는 세월 간, 입을 열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며 해결되지 않는 오해를 갖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들은 어쩐지 추리소설의 배경설정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우리의 삶과 같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의 속마음을 가장 모르고서 우리는 표면적으로 '그럴거야' 싶은 일들을 '그럴거야' 인지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꼭 살인 사건과 같은 중대한 일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각자 다르고 복잡한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이들이 가장 멀다는 설정이 감정이입 되는 건, 어쩌면 비현실적일 것 같지만 가장 현실적인 설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이 20년 전의 하루의 오점만 지우고 난다면 평온하고 평범한 가족들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부모님이 부모님에게 물려주고 부모님이 다시 5남매에게 물려주기로 한 캠프의 소유에 문제와 추도식 참여를 위해 캠프를 찾아왔다. 20년이 지나 다시 모인 그들은 20년 전의 찜찜한 하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로와 서로의 과거와 비밀을 하나씩 들쳐내야 했다.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쩐지 지난 2018년 개봉한 '완전한 타인'을 생각나게 했다. 말하지 않으면 일상을 이어 갈 가까운 인물들끼리 모여, '진실'을 빙자한 '과거'와 '비밀'을 서로에게 밝혀내며 결국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만들어 낸다. 책의 제목 'I'LL NEVER TELL(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추악한 진실을 가려 거짓 평화를 가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상호합의적 비밀'을 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상호 간의 호의와 불완전하지만 안정적인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암묵적 합의. 책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과거 현재를 끌고 다닌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와서야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정의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