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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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에는 860억개의 세포가 존재한다. 또한 각 세포마다 100조개 씩의 원자가 들어 있다고 한다. 원자는 물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말함으로, 결국 우리의 뇌에는 860억 X 100조 개의 기본 입자가 존재한다.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이 기본 단위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부여 받은 본능들을 처리한다. 이 수 많은 기본 입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협업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차원적인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 생물은 작업을 합리적이고 효율으로 처리하기 위해 진화되어 왔다. 특히 가장 고차원적인 작업을 요하는 기관인 '뇌'에서는 다른 하드웨어 기관과는 다른 차원의 업무량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해석하고 출력하는 과정에서는 '삭제'와 '왜곡'이 필수적이다. 4k 고화질 영상은 시력 0.5인 사람에게 불필요하다. 모든 영상이 필요에 따라 화질을 줄여 저장할 필요가 있다. 뇌는 이런 효율화, 최적화를 위해 기억과 사고를 삭제하고 왜곡한다. 이런 와중에 일어나는 현상은 '일반화 본능'이다. 인간은 규칙과 불규칙이 산재되어 있는 현상과 물질에 대해 끊임없는 범주화와 일반화를 진행한다.

자연스럽게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풀을 뜯고 아무렇게 놓여 있는 돌들을 주워다 오와 열을 맞춰 정리해 놓는다. 이런 정리본능은 우리의 뇌의 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비슷한 것들은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은 범주로 묶어 정리한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 가장 본능적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성별'이다. 나와 비슷한 성과 다른 성은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인종에 의해 나눈다. 중국인인지, 프랑스인인지. 또한 같은 인종이라면 언어로 나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지, 사용하지 못하는지. 일반화는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일반화는 분명 효율적일 처리를 돕고 외부의 적으로 보호받는데 탁월한 본능이다. 인간은 수 만년 동안, 외부의 총, 균, 쇠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고 살았다. 내부 결속의 중요성과 외부인에 대한 철저한 경계심은 우리의 DNA 속에 각인되어 있다. 여러가지 사회 문화, 생물학적인 특성들은 우리에게 '혐오'의 감정을 만들어 냈다. 16세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스페인군이 갖고온 천연두 등의 새로운 병균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고 노예를 착출하여 거래하였다. 산업화 시기에는 외부에서 현지의 자원과 자본을 노리는 이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난민혐오', '무슬림혐오', '남성혐오', '여성혐오'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혐오는 외부에 대한 철저한 경계를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지탄받는 이런 비문명적인 감정은 실제로 근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일지도 모르는 감정이기도 했다. 이런 혐오의 감정은 그렇다면 언제 극도에 치닫는가. 인간은 불안해지면 그를 해결하기 위한 생존본능이 극도로 발휘된다. 혐오의 감정은 생존 본능과 같이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에서 치솟는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시즈오카, 야마나시 지방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이 사고는 40만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을 발생시켰다. 12만 가구의 집이 무너졌고, 45만의 가구는 불에 탔다. 이 사건은 사회를 공포로 몰아세웠다. 인간이 갖는 공포와 불안의 감정은 집단이 되었을 때, 비이성적인 역사를 만들어 내곤 했다. 언젠가 나와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다수의 일본인들은 공포와 불안의 감정이 극도로 치솟았다. 이런 시기에는 외부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치솟기 마련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에 쉽게 선동되었다.

일본은 '절대악', 조선전 '절대선'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벗어나, 자신의 가족과 사회를 지키기 위한 인간들의 혐오 본능이 비성적으로 작동했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무지한 일본인들은 이 감정에 휩싸였다. 쥐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이성일 잃은 일본인들은 조선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노골적으로 키워나갔다. 그들은 자경단을 조지하고 관헌들과 같이 조선인들을 무조건 체포하거나 구타, 학살 하였다. 한반도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몇몇 일본어를 발음하도록 하고 이에 어눌한 발음을 할 경우 가차없이 학살, 구타, 체포하였다. 이 사건에 2~6천명에 가까운 조선인이 학살되었다. 사회가 불안하고 공포의 분위기가 있을 때 혐오의 감정은 극도에 치민다. 1948년에는 일본이 나가고 난데없이 미군이 들어왔다. 미군은 치안을 목적으로 군정경찰을 배치했다. 민생은 피폐해졌고 부정부패는 극에 달했다.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일어났고 그 와중에 이념 갈등까지 더해지며 사회는 더욱 불안과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사건은 제주4.3사건으로 불려지며 사망자 숫자로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단일 사건에서 가장 많이 희생자가 나온 사건이 됐다. 수 만의 제주도민이 학살당한 이 사건은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자 수의 수 배의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

우리는 일본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4.3사건'에 대한 인지는 부족하다.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치솟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이 극에 달했고 또 언젠가는 미군에 대한 혹은 조선족에 대한, 난민에 대한 혐오 의식이 커져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용덕 작가 님의 들어가는 말과 같이 이 책은 '일본인과 혐오'를 연결 짓고자 한 책이라고 볼 수 없다. 불안한 사회에 혐오라는 감정이 만들어낸 비이성적이고 괴기한 사건과 현상에 대한 책이다. 국가에 따른 DNA와 악의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인의 DNA에 있는 침략의 본능이 숨어져 있다거나 극악무도한 '악의 축'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해가고 있지만, 실제 이런 감정마져 '혐오'의 감정이다. 수 백 만의 유태인을 학살한 독일민족이지만 현재 독일은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민족과 국가에 따른 DNA가 그 국민성을 나태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불안간 시선과 공포에 쌓인 무지하고 나약한 인간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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