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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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다. 이런 류를 '고딕 소설'이라고 한다는데, '고딕 소설'은 19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한 공포와 로맨스가 결합된 분위기의 소설이란다. 그러하다. 소설은 기묘했고 묘했다. 우리 영화 '장화홍련'에서 느꺼지는 적막하고 오묘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더군다나 반전까지 덧붙인다면 더욱 그렇다.

소설의 화자는 주인공을 '너'라고 부른다. 마치 '독자'에게 이야기 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너'의 이야기를 읊은다. 화자는 젊은 역사학자 필레페 몬테로를 '너'라고 칭한다. 필레페는 구인광고를 보고 '콘수엘로' 부인의 글을 정리하기로 한다. 콘수엘로는 그가 집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길 바라고 결국 필레페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집안은 신비롭고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차 있으며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둠으로 가득차 있다. 이 어둠에서 '필레페'는 초록색 눈의 아름다운 소녀를 본다. '아우라'다. 아우라는 콘수엘로의 조카다. 그 젊음이 매혹적이다.

마른 양파 껍질같은 피부를 가진 노파, '콘수엘로'와 너무나 대조적인 '아우라'는 완전히 극적으로 대조적이다. 이런 대조 속에서 주인공 '필레페'는 '노파'에 대한 혐오와 '아우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교차하며 느낀다. 음산한 분위기의 이 고딕 미스터리 소설은 매우 짧지만 강렬하다.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독특하게도 이 소설에서 2인칭 서술 방식을 사용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데, 이런 서술방식의 소설은 처음 읽어 본 듯 하다. 이 기법은 독자인 내가 소설의 신비로운 경험을 직접하도록 한다. 이야기 속 행동과 결정의 주체가 마치 자신이 된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그 몰입도가 월등하게 높아졌다. 전지적 시점으로 쓰인 다른 소설처럼 독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를 하는 참여자로 만들어 낸다. 다시 생각해보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듯 하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 꿈과 실제가 모호한 경계로 이어져 있다. 그 묘한 분위기 속에서 '필레페'는 아우라와 그녀의 이모인 '콘수엘로' 사이에 벌어지는 신비한 사건에 휘날린다. 콘수엘로 남편의 기록을 정리하는 단순한 서사로 시작되지만 초자연적 사건, 아우라와의 관계, 심오하고 어두운 사건들과 비밀이 짧은 순간에 동시적으로 일어나며 다양한 내면적 갈등이 일어난다. 소설을 다 읽고도 남은 여운을 잊지 못해 꽤 한 동안 그 이야기를 곱씹게 된다.

이 소설은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종종 젊은 캐릭터를 통해 시대의 변화와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그리는 작가다. 대체로 개인과 사회 간의 갈등을 주제로 하는데, 이 소설인 '아우라'에서도 콘수엘로 부인의 남편 글을 정리한다. 이 글은 '회고록'으로 꽤 역사적인 사건을 개인이 관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글이 쓰여지던 1960년대는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있던 '멕시코'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사회적 혹은 문화적인 변화를 겪던 시기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푸엔테스는 이런 '젊은이'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미지를 종종 작품에서 사용했다.

사실 '멕시코 문학'은 처음 읽었다. 소설의 군데군데 묻어 있는 '멕시코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있고 신기하다. 라틴 아메리카하면 우리가 배우는 주된 역사와 꽤 떨어진 곳이 아닌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로 하여금 만난 첫 멕시코 문학에 대한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소설이 짧아 쉽게 시작했으나 여운이 길어 짧은 소설을 읽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민음사'에서 출판한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세트'가 없었더라면 과연 나는 이 책을 읽어 볼 수나 있었을까.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 줄거리를 모두 기록 할 수는 없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될 명작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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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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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는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이다. 이미 두 번을 읽은 책이며 주변에 선물도 했던 책이다.

이번이 특별한 이유는 '윌라 오디오북'에서 성우의 목소리로 이 책을 다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윌라'는 '대체 불가능한 오디오 플랫폼'이다. 고로 나는 2020년 부터 햇수로 5년 간 윌라를 이용한 도서의 리뷰를 작성했다.

'인플루엔셜'과 '윌라'에서 프로젝트로 제작한 이 오디오북이 즐거운 이유다.

소설은 여러 단편이 묶인 단편소설이다.

그 첫 문장은 시작과 동시에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몰입 시킨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은 예뻐야한다."

'술 빚는 주조사 할아버지'가 말하는 저주에 관한 이야기다. 저주에 쓰이는 복스러운 토끼가 어떻게 저주를 발동하는지 그 초자연적인 힘에 대해 꽤 그럴싸한 설득력으로 말한다.

이런류의 소설에는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나 또한 이 소설은 특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어떤 영화나 소설, 드라마도 분명 허구의 것이지만 적당히 넘어 갈 수 있을 법한 설득력이 없다면 좀 처럼 몰입은 쉽지 않다.

다만 '저주토끼'가 소재에 비해 몰입이 쉬운 이유는 작가가 각 소설마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심층성과 몰입도가 높아졌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저주'나 '마법', '영혼' 따위의 이야기가 전혀 '어색함' 없이 다가온다.

멈추지 않는 생리에 '피임약'을 먹고 '임신'하게 된 여성의 이야기라던지, 화질실 변기 속에서 튀어나온 '머리'가 나에게 말을 건다는 소재는 꽤 도발적이지만 그럴싸하게 몰입하여 읽게 된다.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이 소설을 더 흥미롭게 한 것은 '성우'들의 연기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에서 '윌라 오디오북'과 함께 '전자책&오디오북'을 소개해서 그렇다.

'윌라 오디오북'은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다. 윌라 오디오북에서는 '오디오북'과 '전자책'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오디오북'으로만 들었는데, 아이들과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가벼운 집안일, 운전을 할 때 듣기에 매우 좋다.

소설이 짧고 간결해서 이런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도 전혀 흐름의 방해가 없이 들을 수 있고 더군다나 개인적으로는 '윌라 오디오북'은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책도 좋지만 이런 '소설'을 듣기에 매우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된다.

그밖에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말하기 수업', '언바운드', '수학이 필요한 순간',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스탠퍼드는 명함을 돌리지 않는다', '부의 골든타임', '미움받을 용기', '뉴타입의 시대' 등 내가 읽었던 꽤 흥미로운 책들도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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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티브 잡스 - 잡스 사후, 애플이 겪은 격동의 10년을 기록한 단 하나의 책
트립 미클 지음, 이진원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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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해, 애플은 엑슨모빌을 따돌리고 미국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 됐다. 차고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가 기술 산업의 거인으로 자리 잡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애플의 성장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넘어 현대 기술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11년 애플 사망 두 달 전, 팀쿡은 애플의 CEO로 공식 취임했다. 잡스는 자신의 후임자로 '팀 쿡'을 강력히 추천했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와는 꽤 결을 달리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관리형' 인재에 가까웠다. '팀 쿡'은 '혁신'보다 '관리'에 적합한 인물이었따. 그는 IBM과 컴팩에서 공급 체인 관리를 경험했고 어떻게 하면 공급 체인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재고를 줄일 수 있는지를 고심했다.

잡스 사망 이후 사람들은 애플에 대한 걱정은 이어졌다. 애플 성공이 잡스의 비전과 혁신적인 리더십에 크게 의존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애플은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의 GDP의 무려 1.7배 규모를 갖게 됐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해의 8배나 되는 규모다.

그 동안 애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잡스'는 자신의 사망 후에 '애플'의 미래에 대해 이런 고민을 했다.

직원들이 모두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독창성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직원들의 혁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실제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애플의 광고 표어에 대해 우려를 하기도 했는데, 이 표어가 자칫 '애플'이 아니라 '자신'을 광고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잡스는 애플이 그의 개인적 이미지나 특정 인물의 존재보다는 회사의 핵심 가치와 정체성을 담기를 원했다. 이런 다양한 니즈는 '팀 쿡'이라는 관리형 인재를 선택하도록 했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은 꾸준히 새로운 '제품'이 발표했다. 발표할 때마다 언론은 '사라진 혁신'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로 애플은 지속적 혁신을 했으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팀 쿡은 애플 내에서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사고를 장려했다. 직원들이 스티브 잡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던 '폐쇄적 경영 방침'과 크게 달랐다. 물론 '애플'은 지금까지도 꽤 폐쇄적인 회사로 알려져 있으나 잡스의 '비밀주의적'이고 '집중적인 경영방식'에서 보다 투명하고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조너선 아이브'를 비롯한 스티브 잡스의 최측근 몇몇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 잡스의 리더십 아래에 오랜 기간 협력했던 이들은 잡스 특유의 비전과 작업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팀 쿡의 다른 경영 스타일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잡스와 긴밀한 협력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잡스가 강조하던 디자인의 단순함과 혁신을 줄곧 이어가길 원했다. 이는 팀 쿡의 방향성과는 달랐다. 제품 디자인과 관련된 결정에 조금 더 많은 인물들이 참여하면서 꽤 길고 지루한 회의와 협의 과정이 필요했다.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창조하던 '잡스'와 '아이브'는 '데이터'와 '효율'을 중요시 하는 '팀 쿡'의 접근 방식과 꽤 달랐다. 이 과정에서 꽤 많은 핵심 인물들이 '애플'을 떠났고 '아이브' 또한 최근 애플과의 계약 만료로 애플을 떠나게 됐다. 이렇게 '관리'와 '효율'의 경영을 우선시 하면서 '팀 쿡'은 꾸준히 새로운 핵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 '애플펜슬', 애플TV' 등이 그렇다. 팀 쿡은 잡스의 기본적인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는데 더욱 초점을 두었다. 제품에 있어서 '잡스'는 몇 개의 핵심 제품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선호했다. 이는 제품 라인을 간소화하고 각 제품에 대해 집중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다만 팀 쿡의 경우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시비스를 확장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도록 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튠즈, 아이팟, 맥, 아이폰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의 구매와 관리 및 재생에 대한 최초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마치 '애플'의 생태계 속에서는 다양한 '제품군'이 하나의 기계인 것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는 '팀 쿡'을 만나며 아주 빠르고 넓게 확장됐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맥북으로 불러 오거나, 맥북에서 '복사'한 글을 '아이패드'에서 '붙이기' 할 수 있는 등 실제 애플 제품을 사용할 때, 하나의 커다란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모든 조직은 '규모'가 확장되면 '통제'보다 '자율성'을 만나 더 큰 성장을 이룬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은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제품을 출시하며 성장해 가고 있다. 잡스의 강렬한 개인적 영향력과 그가 애플에 미친 깊은 인상, 그의 리더십에서 벗어나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어냄으로써 더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대와 세계의 집중을 받는 기업으로써 많은 문제점과 단점이 언론을 통해서 꾸준히 노출되지만 어쨌건 '애플'이 만들어낸 영향력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애플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아는 것이 의미 있어 보인다.

*매일 새벽 5시에서 두 꼭지 씩 열흘간 읽었던 책입니다. 꽤 재밌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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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 삶과 인간관계로부터 지친 당신에게
윤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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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떴더니 침침한 것이... 삭신이 쑤시는 것이...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노인이 된 꿈을 꾸었다. 배게에 머리를 대고 하늘만 꿈뻑 꿈뻑 쳐다 보았다. 이 길고 긴 시간이 언제쯤 끝이 날지, 전역날을 기다리는 말년 병장의 마음으로 지루하게 천장만 바라 보았다. 천장의 무늬에 온갖 서사를 갖다 부치며 동공을 비우고 한참을 있던 내가 꿈을 깨고 떠올린 것은 친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친할머니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는 농사일을 가끔 도와주셨다. 어머니, 아버지는 '거베라'라는 꽃을 작농하셨는데, 그 꽃잎이 가지런히 모이도록 플라스틱 컵을 씨우고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철사 하나를 꽂은 후에 파란색 테이프를 칭칭 감는 작업이었다. 할머니는 그 일을 도와주셨다. 정정하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기억의 부재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 간에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나름대로 삶을 살았다. 다시 살아난 나의 기억에 할머니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TV화면을 보셨다. 채널은 항상 1채널이라 불리는 KBS였다. 한 칸만 내리거나 올리면 '오락프로'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 많은데도 할머니는 가만히 1채널에서 방송하는 편성을 그대로 시청하셨다. 크게 웃지도 않으셨고 어떤 반응도 하지 않으셨다. 할머니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 나는 거기에 앉아 TV화면을 배경으로 한 할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것이 나의 다음 기억. 이어지는 기억의 부재 뒤, 할머니의 모습은 천장을 보고 계셨다. 그 공간의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온전히 함께 시공간을 채우던 시기는 지나갔고 나의 손에는 다른 세상에 연결되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그 화면을 들여다보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있었다. 그것을 호주머니에 집어 넣으면 초침과 분침은 속도감을 온전히 전하려는 듯 천천히 흘렀다. 그 견디지 못할 지루함을 반대쪽에서 할머니는 어떻게 보내고 계셨을까. 그 느리게 흘러가는 공간을 벗어나면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스마트폰에서는 알림이 끊임없이 왔다. 친구들의 농담은 공간을 달리해서도 이어졌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의 시덥잖은 농담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렀다. 나의 하루는 그 방향 전환이 빨랐다. 동으로 갔다가 서로 갔고 다시 북으로 갔다. 하루와 하루의 결정으로 인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가끔 그 기억의 부재와 부재 사이에 어럼풋한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할머니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음악도 듣지 않고 TV도 스마트폰도 없는 방에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됐을까.

10대에 나는 이별이나 상실에 대해 깊은 상처를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이별보다 만남이 더 흔하고 잦은 나이였다. 이별과 상실을 겪으면 새로운 인연이 그 자리를 채웠고 다시 이어서 새로운 인연이 그 자리를 매우고 채우고 넘쳤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그러다보면 비어진 자리를 느낄 새는 없었다. 스물이 넘어서는 그 '만남'과 '이별'의 분기점이 갈라졌다. 점차 만남과 이별의 횟수가 평행을 이루었다. 어떤 이별에는 그것을 채우는데 한참의 시간과 인연이 필요했다. 서른이 되고 이제 마흔에 닿는 나이가 되면서 점차 '새로운 인연'보다 '사라진 인연'이 많아짐을 느꼈다. '결혼식', '환영식' 보다 '장례식'이나 '송별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고 어떤 경우에는 만나는 사람에 '정'을 두는 '감정 소모'를 피하게 됐다. 이미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채워내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풋내기에 속하는 마흔 언저리가 느끼는 건방진 상실감은 과거 '할머니'를 떠올리면 숙연해진다. 괜히 시간을 축내서 채워진 '나이'가 아닌 상실감으로 가득찬 나이. 그것을 오롯하게 감내한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자신을 키워주던 부모와도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자식'과 작별하고 일했던 이, 친구, 반려자와도 이별하하여 점차 혼자가 되는 시기가 되면 나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내가 채워야 하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 '자산'이나 '인맥'이 아니라, 어느 순간 유일하게 남게 될, '나'와 '기억'이 아닐까.

나에게만 있을 것 같다는 '이별'과 '상실'을 사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공유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대략 인생의 절반인 마흔에 알게 됐다. 밖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비슷한 기억을 갖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그들에게 남은 시간과 나에게 남은 시간은 여전히 '상실'과 '이별'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것도 안다. 모두가 상실하며 살아가는 시대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누구에게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 있다. 별 생각없이 던졌던 나의 말을 꽤 가슴 깊은 곳에 담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는 가끔 나에게 그 기억을 말하곤 한다. 나에 이야기에 꽤 적잖은 힘을 얻었던 모양이다. 그의 그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나는 입을 다물었지만 내가 그에게 던졌던 말은 그저 대책없이 던저진 '위로'에 불과했다. 상대가 '잘 해 낼 수 있을지, 앞으로 더 잘 될 거라던지', 나는 알 수 없다. 나의 미래도 모르는 망정, 상대에게 던졌던 대책없는 위로가 누군가에게 힘이 됐다. 모든 위로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감히 누군가의 미래를 긍정한다. 그러나 그 거짓 위로는 위약이 만들어낸 '플라시보'처럼 가짜 효과를 만들어내어 상대를 치료한다.

삐뚤빼뚤 자전거를 타면서 뒤에서 잡아주는 손이 놓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혼자 타는 자전거를 앞으로 나가게 만든다. 믿을만한 이의 선한 거짓말은 때로 불가능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주에 인간을 보내 도시를 건설하는 것 만큼이나 누군가에게는 '자전거 처음타기'가 불가능한 일이며 그 불가능의 영역은 사실 모든 '처음하는 일'에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모두 미래라는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불가능'에 맞딱드리며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위약'의 효과에 감탄한다. 때로는 의미없고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메모에도 우리는 위로하며 힘을 얻는다. 잘 모르는 미래에 대해 잘 모르는 이의 막연한 응원을 받고 힘을 받는다. 그리고 그것은 가끔 보면 불가능했던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아마 내가 속았던 선의의 거짓말처럼 나의 선의의 거짓말도 누군가를 속여 불가능을 가능하게 바꿀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우울'과 '상실'의 늪에서 아무렇지 안게 건져낼지도 모른다. 고로 나는 누가될지 모를 상대의 불행과 우울, 상실에 대해 이렇게 장담하고자 한다.

내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장하건데, 당신의 미래는 아름다울 것이다. 모두 잘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 그러고 있는 것이다. 분명하다. 틀림없다. 내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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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 - 일로 성공하기 위한 폭발적 성장 법칙
크리스 메틀러.존 야리안 지음, 정윤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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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사망 즈음, 애플의 시가총액은 3500억 달러였다. 2024년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6천억 달러다. 무려 730% 성장이다. 규모가 무려 7배 이상을 성장했다. 스티브 잡스는 '천재적인 인물'이긴 했으나 제품 디자인과 개발 과정의 통제를 엄격하게 했다. 잡스는 제품의 모든 부분과 디테일에 관심을 가졌다. 때로는 권위적이 었다. 2011년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은 달랐다. 그는 조금 더 '관리형 인재'에 가까웠다. 그는 개방적이고 협조적 문화를 선호했으며 포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했다.

집단이 규모를 형성하면 리더십의 형태는 바뀌어야 한다. 어떤 '정치 독재자'는 경제 성장을 올렸다는 의미로 긍정적 평가가 된다. 다만 규모를 갖춘 집단에서는 같은 방식의 리더쉽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리더십은 규모와 성격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정답이었던 일이 그렇지 않게 된다. 언젠가 '왕권강화'는 국가 기틀의 상징이 되었다가 '독재'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규모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통제'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성장 뒤에 '통제'는 견제해야 한다. 건전한 확장성을 위해 '리더'는 때로는 '자유'를 인정하고 '창의성'을 마련해야 한다. 통제하는 것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통제'를 벗어난 성장이 그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힘든 일일 수 있다.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을 본 적 있다. 보스는 뒤에서 나아가도록 지시하는 인물이다. 리더는 앞에서 이끄는 인물로이다. 둘은 차이가 있다. 먼저 위치가 그렇다. 리더의 위치는 소수일 때는 뒤일 수 있으나, 다수가 되면 반드시 앞이 되어야 한다. 가장 뒤에 있으면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인지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상황을 확인하고 대처해야 이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는 '목표'를 품고 있어야 한다. '목표'를 품은 리더는 멘토가 되며 인정 받는다.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다. 일을 대하는 태도, 올바른 가치관 등이다.

과거 나에게도 인상 깊은 '상사'가 있다. 그는 독특한 요구를 했다. '리더'의 지위를 부여하며,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했다. 요구에 따라 나는 '리더'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했다. 관련한 책을 읽고 영상과 강의를 찾아 봤다. 다만 '상사'가 요구한 '리더십'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리더'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리더십은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해 줄 수 있나요?'라는 권유가 아닌, '하도록 해'라는 명령문을 사용할 것.

쉬는 시간에는 직원과 함께 잡담하지 않을 것.

웃거나 농담을 하지 말 것.

목소리를 낮게 하여 권위를 유지할 것.

당시 상사 또한 어린 나이였다. 고로 그 정의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리더의 자질'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었다. 나는 그 집단에 얼마 간 머물가다 자리를 옮겼다. 그가 요구했던 것 중 한가지 유익한 말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리더가 부지런하면 직원은 게을러진다.'

실제로 게을러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점차 자신의 업무를 후임자에게 넘겨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새로운 차원의 일을 만들어 그 공백을 채우라는 의미다. 이렇게 꾸준히 새로운 차원으로 일 만들고 이전의 업무를 넘기는 과정을 반복하면 그 집단은 반드시 성장한다. 고로 리더는 원래 하던 업무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만들고 기존 업무를 다른 이들에게 이관해야 한다.

실제로 리더가 부지런하면 직원은 게을러지는 경우가 있다. 직원의 업무를 리더가 맡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집단은 정체되고 나아가지 못한다.

우스께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가장 최악의 상사는 '무능하고 부지런한 상사'이고 가장 최고의 상사는 '유능하고 게으른 상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본질을 따져 보건데 리더는 누군가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인물이 아니라 단순히 더 먼저 나아가 멀리 보는 인물이어야 한다. 집단의 성장에 무엇이 더 이익인가를 따지고 보자면 리더는 꾸준히 발전하고 지나간 자리를 후임자에게 적절히 넘겨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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