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론 1
제레미 오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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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레미 오'는 아주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독특한 이 이력이 완전히 녹아든 작품이 '홀론'이다.

'홀론'은 우주비행사 '루크 쇼'의 이야기다. 달 근처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다크홀'이라는 현상을 탐사하기 위해 주인공 '루크'는 비행에 나선다. 이 미스터리한 자연현상을 탐사하던 중 그가 겪는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의식을 잃은 다른 동료들과 달리 홀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게 된다.

소설의 도입부 논리적 설득력은 탄탄하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 과감하게 전개를 진행한다. 중간쯤부터 '당췌 어떻게 나를 설득했기에, 내가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 페이지가 '탁, 탁' 하고 넘어가는 맛도 신난다.

이야기는 점차 더 과감한 공상적 이야기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거부감보다는 박진감이 느껴진다. 도입에 설득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첫 몇 페이지의 허들만 넘어서면 소설은 신나게 자유로이 장르를 벗어나며 나아간다. 강점이라면 적절한 속도 조절감이다.

작가는 빠르게 전개해야 할 구간과 섬세하게 쌓아 올려야 할 구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소설'의 요약본을 보는 것이 되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약본은 의미가 없다. 애당초 소설은 하나의 플롯을 향해 움직이기보다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재미가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소설은 '지루하게 보이는 과학이나, 허무맹랑하게 보여지는 공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은 가르치려는 시도 없이 그저 이야기 전개에 충실한다.

다시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루크'는 새로운 세계에서 '안내인'인 '안나'를 만난다. 그녀는 설명한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루크'는 다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롭게 도착한 곳에 정착하기에 너무나 많은 것을 두고 나왔다는 생각이든다. 그의 눈에 새로운 곳은 모순으로 가득찬 곳이다. 작가가 설명한 이 새로운 곳은 과거 TPL이라는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 광고는 제일기획에서 기획한 삼성의 애니콜 브랜드 광고였다. '타블로, 보아, 진보라, 시아준수'가 '애니밴드'를 결성하여 나오는 광고다. 그곳에서는 Talk, Play, Love가 금지된다. 광고는 그 갑갑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쯤되면 소설 '홀론'의 1편 중 절반이 지나간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완전 다른 장르가 된다. 이제 작가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느정도의 개연상만 가지고 과감하게 이야기를 진행했는지 모른다. 여기서부터는 '설득력'보다 '재미'가 읽을 수 있는 동력으로 바뀐다. 독자인 나도 '그래, 이제 와서 설득력이라는게 뭐가 중요해, 재미만 있으면 되지'로 바뀐다.

자신의 앞에 놓인 80억개의 지구를 주인공은 본다. 각 지구에는 하나의 의식적 존재가 있다. 또한 나머지 모든 이들은 무의식적 존재다. 자신이 떠나온 지구가 이미 파괴됐음을 루크는 알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지구가 아니라 '딸'의 지구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소설은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항공우주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경계를 모호하게 오가며 느껴지는 것은 사실 이 소설이 SF의 표면을 갖고 있으면서 판타지적이라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느슨해졌던 독서 습관이 바짝 조여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아마 다시 한창 책을 쥐고 살지 않을까 싶다. 글을 마치고 나면 2권을 볼 예정이다. 전개상 더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구간에서 1편이 끝났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는 마음으로 2권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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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수학 1등급은 부모가 만든다 - 고등학교 성적까지 이어지는 올바른 초등수학 학습법
황지언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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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는가.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인가. 실제로 '영어'는 졸업 후에도 꽤 활용할 일이 많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수학'이 대학을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여긴다. 정말일까. 아니다. 수학은 조금더 넓은 의미에서 필요하다. 수학은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도구다.

수학은 사물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사물뿐만 아니라 상황이나 현상도 그렇게 보도록 훈련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만들어주고 삶을 명료하게 바라 볼 수 있도록 한다.

쌍둥이 아이들은 벌써 아홉 살이 됐다. 둘은 매일 아침마다 자발적으로 수학 문제집을 펼친다. 30분간 연간 문제를 푼다. 아주 다행인 것은 '강요'가 아닌 '자발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하루 두 쪽씩 꾸준히 쌓아가는 문제집은 두 달이면 세 권을 넘어간다.

'황지언 작가'의 책 '우리 아이 수학 1등급은 부모가 만든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수학적 사고력을 근본으로 키워주는 방법을 말한다. 또한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한다. 가령 보드게임은 한다거나 다양한 체험을 하는 등 얼핏 수학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습관의 힘'이다. 매일 30분씩 꾸준히 공부하는 작은 습관들이 모여 진정한 실력으로 꽃핀다는 것이다.

아이의 루틴을 아침으로 잡아준 이유도 그것이다. 어떤 습관은 꽤 쉽게 사라진다. 이유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될 다양한 사회변화 때문이다. 아이는 점차 자신만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집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대소사들도 그렇다. 그런 일들은 처음에는 하나 나중에는 둘이 되겠지만 결국에는 습관을 잇지 못하는 역할을 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어서 끝내 놓는 습관은 지속성을 갖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고 있던 수학에 대한 철학이 한층 더 뚜렷해졌다. 모든 것은 '습관'에서 비록한다는 철학 말이다. 수학 공부는 단순히 문제를 푸는 행위가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분명 꾸준한 루틴이 필요하다.

책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의 공부를 지켜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목표를 정하고 아이의 주도성을 길러주는 것을 말한다. 수학을 생활 속 흥미로운 탐구로 만들어 줄 것을 권한다. 나 역시 아이의 생일날 선물대신 현금을 주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는 법을 가르친 적 있다. 책을 읽으며 이 경험이 다시금 떠올랐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모든 부모가 책의 이상적인 제안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분명 있다. 그러나 저자의 방법을 절대적인 정답으로 보기 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는 종종 아이들이 수학적 사고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성적과 등수보다는 아이들의 자신만의 논리와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자신있게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반갑다. 수학 공부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명확한 안내를 제공하며, 아이와 내가 걷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준다. 아이들이 매일 조금씩, 성실하게 걸어간다면 언젠가 수학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더 큰 문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로 성장하리라고 믿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1등급 성적표가 아니라 삶의 태도 속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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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개념어 사전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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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드라마 '허준'을 무지 좋아하는데 벌써 20년도 넘은 이 드라마를 벌써 몇 번이나 정주행 했는지 모른다. 이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하기 위해서 다른 영화나 드라마는 보지 않으면서 웨이브(wavve)를 몇 번이나 구독하고 있다.

처음 '허준'을 볼 때, 그저 이야기의 흐름만 좇았다. 허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극이 그럴 것이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의 맥락이나 사건의 긴장감에만 정신이 팔린다. 하지만 두 번째 볼 때부터는, 귀에 익숙한 명사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령 '어의', '의녀', '탕약', '내의원', '서얼', '유의', '구안와사'. '혜민서' 등이 그렇다. '의녀'만 봐도 그렇다. '의녀'는 조선시대 여성 의료인을 가르키는 말이다. 다만 의녀는 양반출신은 거의 없고 대부분 사회적 지위가 낮고 대부분이 중인이나 천민 출신이었다. 이들은 공식적인 지위가 낮기 때문에 잡역이나 잡무에 자주 동원됐다. 왕실에서 큰 연회나 행사가 있을 때, 허드렛일이나 서빙을 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지식은 차후 다른 역사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을 읽을 때, 종종 사용된다. 즉 어떤 명사든, 그 속에는 역사와 스토리가 숨어있다. 결국 명사는 하나의 세상을 압축한 언어인 셈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어의'나 '침술', '내의원'의 말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말들 각각이 품고 있는 개별적 역사는 깊고 다양한 스토리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생소한 '명사'와 '용어' 때문이다. 나와 같이 역사 드라마나 소설,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면 '내명부'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내명부'는 본래 궁중 여성 관리와 왕족을 말하는 용어다. '왕비, 후궁, 상궁, 궁녀, 의녀' 등을 말한다. 이들의 정치적 권한은 사실상 없지만 조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후계자 결정이나 정보 흐름의 통제 등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내명부'는 정치 참여가 금지된 여성들이 비공식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던 배경이기도 하고 왈실 내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재미가 한껏 더해진다. 실제로 역사책을 펴면 낯선 인물이나 생소한 지명, 처음 듣는 사건명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역사 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과학, 문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결국 명사의 벽을 넘어서야만 한다. 생소한 명사는 진입장벽이다. 다만 이런 진입장벽만 넘어서면 세상은 한층 넓고 깊은 맥락으로 다가온다.

'조선사 개념어 사전'은 바로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존재하는 책이다. 조선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사와 용어, 인물과 사건을 다루며 독자들의 문턱을 넘어 보다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책을 통해 우리는 조선이라는 거대한 세계 속에서 명사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미시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본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드라마 허준'에 등장하는 '침술'이라는 명사도 예시를 들수가 있다. 명사는 그저 치료 행위가 아니다. 한의학에서 침술은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인체와우주의 이해를 압축한 단어다. 이는 드라마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내의원'이라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그저 궁궐 안의 의원이 아니라, 당시 권력과 의학, 그리고 인간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세계를 품고 있다. 이런 명사들이 쌓이고 쌓일후록, 이야기는 더 깊고 풍성해진다. 드라마를 처음 볼 때, 두 번째 볼때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도 이런 명사들이 주는 맥락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무심히 넘겼던 어떤 것들이 어느날 문득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하나의 명사가 삶에 들어오면,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주변의 다른 역사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명사가 만들어낸 세계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의 결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다시보며,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사를 안다는 것은 결국 그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첫걸음이다. '조선사 개념어 사전'을 통해 역사는 더이상 어렵고 낯선 영역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깊은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 삶은 더 깊고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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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03-1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도서를 읽는 기분마저 들어요.
 
초등 3학년부터 시작하는 똑똑한 독서 수업 - 문해력, 창의력,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독서 활동 125
류창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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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學習)'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배울 학(學)’과 ‘익힐 습(習)'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우고 익힌다는 의미다. '배운다'는 것은 일회성 지식 습득 행위다. 새로운 개념이나 기술을 접하는 과정이다. 반면 '익힌다'는 것은 반복을 통한 체득을 의미한다.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둘의 차이는 명확한데, 우리의 '새해다짐'을 보면 알 수 있다.

'운동을 하겠다.' 혹은 '영어 공부를 하겠다', '금연을 하겠다'

우리는 그 것들을 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고로 일을 시작하는데 '배움'은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런 다짐이 실패하는 이유는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學習)'에서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은 '학(學)'이 아니라 '습(習)'에 있다.

과거에는 '학(學)'자체에도 장벽이 있었다. 가령 어떤 배움을 가지느냐가 성과의 핵심이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습(習)'이 훨씬 중요한 시대다. 유튜브만 켜도 대한민국 혹은 세계 최고라는 강의를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컨텐츠 질이 상향평준되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학(學)이 아니라 습(習)이 됐다. 이제는 누가 더 좋은 교육을 받느냐가 아니라 더 잘 익힐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익히다'의 어원은 어디에 있을까.

'익히다'는 의미는 '익다'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익다'의 기본 의미는 열매나 곡식이 자라서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벼가 익는다거나 사과가 익는 것. 더 나아가서 음식이 열을 받아 조리되는 것, 어떤 음식이 발효가 되며 숙성되는 것을 모두 '익는다'고 표현한다. 김치가 익는다거나 고기가 익는다처럼 말이다.

여기에 공통점은 '자연스럽게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즉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완전해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우리는 '익다'라고 표현한다.

지식이나 기술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반복하고 단련되서 '완성의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익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과목은 '학(學)'의 영역이 아직까지 절대적이다. 뉴턴의 말대로 거인의 어깨에 앉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선인들이 미리 쌓아둔 광범위한 지식이 없다면 우리는 지식을 얻을 수 없다. 과거의 지식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과학, 사회, 역사를 비롯해 다른 과목에 모두 적용된다. 물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배움'의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수학과 영어는 조금 다르다. 수학과 영어는 사고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영어는 타문화 사람들의 어순 체계를 익혀야 한다. 다만 수학과 영어 역시 문제에 패턴이 존재하고, 이를 익히고 연습을 하면 일부 단기 상승도 가능하다.

국어는 다르다. 국어도 문법이나 고전부분은 단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비문학 독해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비문학은 논리적 사고력과 어휘력이 필수적이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해석하는 힘 즉, 사고 방법을 바꾸는데 있다. 이 부분은 절대적으로 '배우는 부분'이 아니라 '익히는 부분이다. 반복적으로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다.

배움은 '일회'지만 익힘은 '반복'이 필수다. 자고로 책은 학습자의 이해속도에 맞게 배움을 알려주고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시말해서 '독서'는 완전한 학습 훈련법이다.

류창진 작가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그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채널에서 '다시, 학교 공부'의 운영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의 기초 학습 실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등 저학년 아이를 기르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유튜브 채널'에 초등 교육에 관한 대부분의 영상을 봤다. 그러다보면 비슷한 출연자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류창진 작가'의 얼굴과 목소리는 나에게도 익숙하다. 여러 채널을 보고 책을 읽고 스스로도 생각하기에 '초등 독서'는 거의 완전한 학습법이다.

이 시기를 지나서도 분명 학습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우리의 현실적인 중학, 고등 교육과정을 보면 이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회는 초등, 중등, 고등과정과 대학과정으로 가면서 점차 '교육'에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초등에서는 '교육'이 우선이다. 거기에 모인 아이들 대부분은 거의 100%에 가까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사회는 꽤 현실적으로 사람을 나누기 시작한다.

스펀지처럼 모든 지식을 흡수하는 초등학생들에서 점차 그 흡수력이 떨어지는 중등 그리고 그 능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고등에 이른다. 이후부터는 '교육'보다는 '평가'하고 '분류'하는데 더 힘을 쓴다. 고로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는 점점 빈번해지고 디테일해진다. 즉 성장할 틈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리적인 시간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초등'이다. '초등'에 독서습관을 기르고 중등에 유지하는 정도면 고등에 충분하다고 본다.

초등 교사가 실제 교실 현장에서 가르치며 정립한 공부잘하는 아이들의 40가지 주제별 책읽는 법이 나와 있다. 단순히 책 읽어야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상세한 독서 활동법이 담겨져 있다.

물론 이 또한 '배움'보다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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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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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는 '오쿠다 히데오'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2004년 출간한 '공중그네'나 2005년 '남쪽으로 튀어'로 이미 유명한 작가다. 이 소설 또한 2017년 출판되었던 무코다 이발소의 개정판이다. 다만 이 작품은 전에는 읽은 적이 없어 재미있게 읽었다. 오쿠다 헤데오의 다른 작품은 전에 읽은 바가 있다. 꽤 반갑게 느껴졌다. 그는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작가다.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번 소설은 과거 탄광 사업으로 번영했다 쇠락해가는 '도마자와'를 배경으로 한다. 과거 번영을 누렸던 이 소도시는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어느 날,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탄광촌 시골 이발소를 잇겠다고 돌아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후 여섯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결코 '허구'스럽지 않다.

'일본' 작가의 글임에도 '국적'을 초월하는 공감을 주었다. 특히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입장에서 '시골'을 이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까지하다.

소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는다. 극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내용과 그저 소소한 일상을 닮은 내용이 이어진다.

소설 중 '중국인 신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젊은 여성들이 '시골 생활'을 기피하면서 신부를 찾기 어려워진 남성 중 일부가 중국인 여성과 결혼을 하는 내용이다.

이 짧은 설정은 그저 표면적이다. 이 설정을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 사실적이다. 사실 어린시절부터 시골에 살던 내가 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골에 마음이 편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흔히 말해 작은 마을에서 '사생활'은 거의 보장 받지 못한다.

어린시절 우리은 현관은 여닫이 문이었다. 당연히 잠금장치 같은 것은 있을리가 없고 대문도 없다. 그저 차타고 마당에서 내려서 '드르륵'하고 문을 열면 안방까지 시원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주변 과수원에서 일을 하시던 어른들은 대뜸 문을 '드르륵'하고 열어서 '아버지 계시니?'하고 묻고 '물 한잔만 주라'하셨다.

어른들은 종종 현관문을 열어 먹을 것을 놓고 가시기도 했고 때로는 제집처럼 뭔가를 집어 가시기도 했다. 그런 환경에서 살다보면 역시나 '사생활'같은 것은 없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묻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내가 알고 싶지 않던 친구며, 사촌이며 지이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너무 쉽게 들리는 것을 보면 나의 이야기도 그렇게 퍼지고 와전되고 있을 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이야기에는 침묵하고 좋지 않은 이야기는 확장하는 편이라 항상 어린 시절 그런 환경이 싫었다.

한 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이름'과 '사는 곳'을 물으시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성함도 물으셨다. 그러고는 '혹시 할아버지 존함이 000 아니냐'하셨다. 당황스럽게도 맞았다. 항상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히 해야하는 시골에서의 삶이 문뜩 떠올랐다.

중국인 신부와 혼인을 했다는 청년은 과거의 활발함을 잃은 채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시골 인심'은 당사자가 원치 않은 방식으로 사회로 그를 이끌려고 하고 간섭하기 시작한다. 그 불편함이 소설이지만 뚫고 내 피부로 느껴졌다. 소설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지금의 시골 어딘가이고, 과거의 내 기억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설에서는 이 활기를 잃어가는 동네를 묘사하고 또 이 마을을 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은 마을이 소멸되어가는 현대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를 정말 가감없이 썼다. 그 와중에 유머러스하고 쉽고 간결한 그의 문체는 기술적으로 글을 읽어가는 재미도 한층 덧붙였다. 소설은 2022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고 한다. 소설을 읽고 나닌 이 영화도 나중에 꼭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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