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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음양오행을 디자인하다
최제현.김동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5월
평점 :
'사주'는 '4개의 기둥 혹은 줄기'를 말한다. 한자에서 사주의 '주'에는 나무(목)과 주인(주)가 사용되는데 중심이 되는 나무 즉, 기둥을 말한다. 이는 사람이 태어난 연, 월, 일, 시의 네 가지 간지를 근거로 하여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으로 사람이 태어나면, 그 운명이 난 시에 따라 정해져 있다고 믿는 철학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세계관은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들은 음양(음과 양)과 오행(나무,불, 흑, 쇠, 물)에 기초하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음양오행설이 확산되면서, 12간지와 음양오행설을 합하여 길흉화복을 점치는 명리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했다. 이로 그 사람의 부귀와 빈천, 길흉과 화복을 첨치고 이를 팔자학이라고 한다.
하지만 명리학은 '그 사람의 미래가 정해져 있으며, 그것을 때려 맞추는 학문'은 아니다. 이는 다만, 각 사람마다 특성을 갖고 태어나니, 어떠한 일에 잘 맞고, 어떤한 사람에 잘 맞는지, 어떠한 일에 잘 맞지 않고, 어떠한 사람에 잘 맞지 않는지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으로의 기록이다. 우리가 흔히 '점 집'에 가서 '사주팔자'나 보며 재미로 '낄낄'거리기에는 그 학문의 깊이와 철학이 무겁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모든 생명과 자연은 계절과 시간, 시기에 따라 그 특성을 달리하여 태어난다. 가령, 수박은 여름에 나오는 과일이고, 사과는 겨울에 나오는 과일이다. 알맞은 시절에 나는 과일은 그 시기에 제공되는 충분한 기운을 받고 자라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가장 좋고 최적의 조건(온도와 습도)에 자라기 때문에 억지로 익히려는 노력이 불필요하게 쉽고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우리 사람도 자연과 다르지 않아, 어떤 사람은 어떤 조건에 기회를 만나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조건에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것 처럼, 모든 것에는 이치와 순리가 있다고 믿는다.
책의 초기에는 음양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음양은 동양철학의 근간이 된다. 책에서는 음과 양을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상대의 개념이라고 말한다. 즉,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고, 한쪽만 떼어낼 수도 없다. 멈춤이 있다면, 성장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생명이 있고, 미움이 있으면 사랑이 있고, 수축이 있으면 팽창이 있다. 이처럼 모든 것에는 음과 양이 공존하고 따로 떼어내어 분리할 수 없다.
음과 양은 분리 할수 없고, 섞이지도 않으며, 늘 음직이고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 자연이 변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위치가 바뀌고 있을 뿐,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상만 바뀌고 그 안에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얼음을 냉동실에 놓으면 고체가 되고, 냉장고로 놓으면 액체가 되고, 끓이면 수증기가 된다. 둥근 컵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되고, 네모난 모양의 컵에 담으면 네모난 모양이 되지만, 그 본질은 H2O로 변하지 안흔 것과도 같다.
자석의 한 쪽 끝을 떼어 내도 다시 N과 S의 두 극이 되고, 다시 한쪽 끝을 떼어내도 N극과 S극이 되는 것 처럼, 음과 양은 결코 분리 될 수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오행이라 함은, 앞서 말한대로, 나무, 물, 흙, 쇠, 불을 말하는데, 나무는 성장해나가는 특성이 있고, 물은 흐르는 특성, 흙은 포용성, 쇠는 단절성, 불은 확장성 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이 또한 음과 양의 특성이 있고, 서로 상화 상극되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한다. 때문에 '궁합'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나무는 물을 만나면 성장하고, 불과 불이 만나면 화가 돋아 나는 등 자연과 사람, 상황에 따라 각자의 특성의 조합과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특성에 맞는 날이 있고, 사람이 있고, 직업이 있고, 상황이 존재한다.
단순히 년월일시에 따라 숫자 놀음이나 하며, 그 사람의 미래를 때려 맞추는 '역술'로 규정하기에는 포용하고 있는 철학이 더없이 크다. 나무의 속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물의 속성을 갖고 있는 직업을 만나면 성장하고, 물의 속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쇠의 속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갈등이 생긴다. 이처럼, 단순히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적인 학문이 아니라, 그 근간을 두고 미래를 추론해 볼 수 있는 학문이다.
책의 디자인은 매우 감각적이라 마음에 들다.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뒤로 갈수록 이론 보다는 실전에 사용가능한 정리들이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정독하기 보다, 대략적인 이해를 하고, 상황마다 찾아 보면 재밌을 부분이 많다. 책의 마지막에는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의악은 앞서 말한 음양오행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학문이고, 인간을 자연이나 우주와 같이 음양과 오행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개체로 보며, 어떤 부분이 허하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어떤 부분이 과하면 어떤 부분을 제해야하는지를 통해 신체의 균형을 맞추는 의학이다.
사실 살다보면, 욕심을 부릴 때가 많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많이 갖는 것', '잘하는 것' 이런 것은 욕심이 아니라고 한다. 욕심이랑 상충되는 서로 다른 것을 모두 갖거나, 필연적인 하나의 모습에서 내가 필요한 한 부분만 떼어내어 가지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가령,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하지만,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일은 덜하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다. 성적은 잘 나오고 싶지만 공부는 안하려는 마음이 욕심이다. 자석을 주면 받되, N극만 주세요. 라고 하는 욕심과도 같다.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살거나, 어울릴 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너는 술먹는 것만 빼면 다 좋은데~' 혹은 '너는 뚱뚱한 것만 빼면 다 좋은데~, ', '너는 공부만 잘하면 다 좋은데~' 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 사람을 온전하게 얻기 위해서는 그 부분을 빼어서는 얻을 수 없다.
책은 '한의학'에 대해서 꽤나 많이 할애를 했지만, 나는 최초 음양오행에 대한 설명을 한 부분을 매우 좋게 보았다. 사실, 미래를 맞추는 사주 팔자는 없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나무가 아래에서 위로 자라나 듯, 순리와 이치에 맡게 흘러가는 일들이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내가 자라나는 나무를 보며, '이 나무는 앞으로 위로 자라날 것이야.'라고 말하거나 '이 물은 밑으로 흐를 꺼야'라고 말하는 것이 미신이 아닌 것 처럼, 사주와 명리학은 그 근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예측해보는 용도로 사용되어지기도 할 뿐, 그 용도를 위해 탄생하지도 그 그것에 맞게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자연의 섭리와 순리에 대해 깨닫고, 이를 거스르는 일보다는 순리와 이치에 맞는 삶이 얼마나 스스로를 편하게 하고 성장 시킬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스스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상대를 잘 이해하는 '지피지기'라면 얼마든지 운명을 개척하고 이용하여 자신을 성장하고 사회를 성장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