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대한 분기점 - 8인의 석학이 예측한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
폴 크루그먼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책은 8명의 석학이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8명이란 '폴 크루그먼', 토머스 프리먼', 최배근, '데이비드 그레버', '토마스 세들라체크', '타일러 코헨', '뤼트허르 브레흐만',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이다.
일단 첫 인터뷰를 시작하는 내용은 폴 크루그먼이다. 처음부터 강하게 온다. 그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이다. 사실 책을 읽을 때, 비슷한 경제학 관련 책 등을 많이 읽기 때문에 독서를 많이 하다보면 나만의 관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의 내용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견해를 평가하고 있었다. 다시 떠올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이야기를 평가하다니.' 참 오만에 가까웠던 나의 철없는 감정을 다시 억누르고 읽던 페이지를 돌려 처음으로 갔다.
내가 영어를 공부할 때, 영화를 보는 방법을 선호했다. 아무리 영어 과외를 하더라도 원어민이 나에게 2시간을 떠들어 주지 않는 반면, 영화로하는 영어공부는 원어민이 나를 위해 2시간을 쉴새 없이 떠들어준다. 심지어 밥을 먹을때도 자기 전에도 떠들어주고, 내가 못들으면 천천히 말해주기도 하고, 다시 말해주기도 한다.
영화로 영어 공부하기와 마찮가지로 책은 그런 점이 있다. 영상으로도 접하기 쉽지 않은 세계적인 석학의 이야기를 어떤 감정으로 읽어보다가, 다시 돌이켜 읽을 수도 있고 읽다 멈추고 내 이야기를 적을 수도 있으며 그 이야기를 다름 사람의 견해와 섞어 들어볼 수도 있다. 내가 책을 피고 다시 돌아가서 그의 이야기를 귀길울여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의 인터뷰를 이렇게 심도 있게 들어보다니.' 그렇게 책을 다시 접했다.
그는 첫째로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으며, AI가 인간의 미래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봤다. 나도 공감한다. 내가 그간 했던 공부가 헛되진 않았구나. 적어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을 정도는 됐구나 싶었다. 그런 시작으로 이 책을 접했다.
두 번재로는 토머스 프리먼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다. 그의 첫 이야기는 이렇다.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평생 학습자라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학습 도구를 얻는 힘입니다."
지금 나도, 또한 나의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틀림없다. 나 또한 다양한 관심사로 넓혀가며 호기심을 키워간다. 나의 독후감을 읽는 많은 분들 또한 나와 책의 이야기를 나누고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들 보다 더 낫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지금가지 연결되지 않았던 사람들과 이어지고 접촉하게 된 세계라는 그의 이야기는 많이 공감한다. 우리는 이제 '고녀석 잘생겼네' 라고 하는 동네 어르신의 말에 강한 믿음을 갖고 살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혹은 TV매체의 연예인들을 보면 도저히 비교조차 되지 못할 정도의 미남, 미녀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알고 있다. 외모 뿐만 아니다. 우리는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에 남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동년배 또래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 또래들이 지금 이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어쩌면 그들은 매일 밤을 새며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모를 뿐이다.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뒤쳐져간다. 더 게을러져 간다. 나름의 최선만 다한다. 하지만 블로그나 어떤 매체 등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다시 자극받는다. 우리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세상은 누구나 비슷한 정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렸다. 이제 그의 말대로 평평하고 빠르고 스마트한 세상이 열렸다.
세번째는 데이비드 그레이버이다. 그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필요한 일을 공평한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조차 쓸모 없다고 느끼는 일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케인즈 시대에서는 전체의 25%만이 사무직이었지만 지금은 75%로 늘었다고 한다. 이는 아마 직장인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자리에 앉아 시간만 죽이는 업무를 하면서 돈을 받는 행위는 이제 문화고 일상이다. 노동이 노동이 일이 되었다. 그렇게 아무일도 하지 않으며 월급을 받지만, 누구는 비슷하게도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네번째, 토마스 세들라체크. 그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나보다 낫은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나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자본주의 자체가 성장하지 못하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유보율을 쌓지 않으며 아주 미세하게 흑적자를 맞춘다고 하더라도 위태로운 자본주의는 언젠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경제를 보는 방식이 조금 괴짜스러웠다. 그는 경제학과 실물 경제의 고나계를 조현병이라고 불렀다. 성서와 정신을 이야기하며 경제를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는 직접읽어보고 판단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섯 번째, 타일러 코웬, 그는 테크놀로지가 노동의 격차를 벌린다고 믿고 있었다. 극소수 상위는 전에 없이 부유해 졌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굶지않지만 근근이 생활해간다고 표현했다. 맞다. 우리는 인플레이션도 따라잡지 못하는 임금인상률을 가지고 만족한다. 연봉인상률을 수배나 초월한 부동산 인상률은 우리가 빚없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의 이야기가 일부 공감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하게, 나라 전체가 한강의 기적이나 나일강의 기적처럼 부유해질 세계는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막차를 운좋게 올라탔고 이제 떠나는 막차는 가속을 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그는 디지털 경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질문에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실제로 우울증 복용량이 많은 국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유럽 복지국가들이다. 행복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경제와 연결시킬 수도 없다. 행복은 숫자로 짤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섯 번째, 뤼트허르 브레흐만. 그는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 또한 매우 공감되는 이야기었다. 사실 생산력 증대를 위해서라면 국가는 기본 소득을 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노동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국가는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 질수록 국민에게 더 많은 돈을 뿌린다. 또한 더 많이 놀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그 이유는 이제 공급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다. 소비는 누가 할 것인가. 더 많이 놀아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덜 일하고 더 많이 노는 시대가 올것이다. 그는 그것을 보고 미래의 가장 큰 문제가 지루함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세계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같은 나라는 실제로 '죽고 싶을 만큼 심심하다'하는 나라이다. 그 국가는 거의 기본 소득에 가까울 만큼의 소득 보장이 되는 나라들이다. 어쩌면 이런 지루함이 곧 우리의 미래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어에 있는 '과로사'라는 단어가 네덜란드에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신기한 건, '과로사'라는 단어를 아무 거리낌 없이 번역했고 우리도 이해하고 있고 실제로 많이 쓴다는 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산다.
일곱번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데이터가 부의 원천인 시대를 말한다. 앞으로 대기업이 더큰 성장을 이루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 업보다, 구글, 아마존이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가 더 큰 부를 만들어 줄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이 데이트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미래를 이끌어간다. 영화 레지던트이블을 보면 엄브렐라회사가 나온다. 이런 초대형 기업이 어쩌면 국가 기관만큼의 권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또한 이런 빅데이터 시대는 민주주의의 미국보다는 사회주의의 중국이 더 유리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 대한 걱정이 중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아닐까.
마지막 여덟번째, 최배근, 그는 한국인으로 원서에는 없던 내용이 한국어판 단행본에 추가된 인터뷰이다. 그는 초연결사회와 중심주의 세계관의 파산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많은 서구 선진국들은 코로나 19로인해 중심주의 혹은 권력집단인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중심으로 부터 벗어나 어쩌면 무정부 주의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코로나19는 파급력이 대단하다. 그는 개인주의 사회가 곧 온다고 한다. 앞선 7명이 일본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과는 반대로 마지막 여덟번째는 당연하게 일본의 이야기는 거의 없다. 심지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앞전의 일본 경제에 대해 긍정적을 평가했던 다른 이들의 주장도 반박한다. 나도 그의 이야기에 매우 공감한다. 어쩌면 이글을 정리하는 마지막 글로 한국독자들이 이해하기 가장 좋은 글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있다. 그것은 바로 책의 본서는 '오노 가즈모토'라는 일본인 편저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집필된 원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석학들은 인터뷰할 때 일본에 대상을 잡고 인터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아무래도 출판시장에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이 책을 더 많이 읽는 시장이기 때문에 일본의 번역서들이 많은 편이다. 예전에 영어의 문법도 일본의 영문법 책을 번역해 들어왔다. 우리는 항상 이런 좋은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하고 일본어를 통해 재번역해서 듣게 된다. 그런 점은 참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이 더 활기가 돋아, 좋은 책을 이중 삼중 번역없이 직접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8명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대체할 어떤 사회체제도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자본주의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갈 것을 말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면서, 앞으로의 자본주의가 가져다줄 변화를 기대해본다. 사실 오랜 세월을 산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무엇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 알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번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아주 커다란 변화가 세계와 세계 경제, 문화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는 그런 이유로 한국에 온 것과 아이들이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매우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급변하는 시기, 오늘 우리 문제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실효와 방식에 대해 많은 정치적, 경제적 견해가 나온다.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어쨋건 어떤 정권이 잡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응원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응원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국민이 뽑은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 있는 것이고, 이것이 흐름이다. 만약 응원한다면 더욱 합심하여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면 된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응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