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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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 '맹인모상'에 관한 글이 있다. 맹인들이 코끼리의 서로 다른 부위를 만져보고 코끼리의 생김새를 설명하는 이야기다.


 누구는 다리를 만지고 '기둥 같다'말하고, 누구는 코를 만지고 '뱀 같다' 말한다. 귀를 만진 사람은 '부채 같다' 말하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빗자루 같다' 말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한치 거짓없는 명백한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진실'이라 하여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진리'의 일부분일 뿐 일부만 정확하게 꿰뚫어본다하여 그것이 '본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맹인모상'에 따르면 인간이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더 정확하게 더듬어 볼 것이 아니라 감고 있는 눈을 떠야 한다. 대상을 가만히 지켜보고 옆으로, 앞으로, 뒤로 심지어는 그 속과 외면, 내면, 행동을 포함하여 완전한 해체 상태를 인지하는 것을 두고 '안다'고 할지 모른다.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고 할 때, 그 '앎'이 피상적인지, 본질적인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사과'를 보고 '사과'를 안다, 말할 수 있지만 사과가 어떤 토양에서 자라는지, 어떤 계절을 견뎠는지, 왜 붉은 색을 띄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과의 표면에 튕겨나온 광자가 전달한 피상적 정보를 가지고 '안다'고 말할 뿐이다.


 이것은 눈을 감고 코끼리를 면밀하게 뒤적거리던 여러 맹인 중 하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TV'나 '책', '교과서'에서 보면 '가족'을 그리는 통상적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아버지는 양복을 차려 입으시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넥타이를 고쳐 주신다. 아버지가 출근 할 때, 구두를 신고 '다녀오겠소' 하면, '잘 다녀오세요' 하고 아이와 어머니가 배웅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정답으로 정해둔 정상적 가정의 '형태'가 아닐까,


다른 가족과 달리,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은 두 분 다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셨다. 해가 뜨면 농사일은 진행하기 힘들기에 부모님은 새벽처럼 밭일을 나가셨다. 일을 마치면 땀에 젖은 작업복을 보며 우리집은 '비정상인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어느 가정과 다르지 않게 부모님은 자상하셨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셨다.


 가정의 모습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것을 어린 시절 한번 피상적으로 이해했고 이후 나이를 조금 먹고 다시 알게 됐다. 고등학교로 입학을 하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의 범주가 넓어졌다.

 모든 아버지가 책임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모든 어머니 역시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아이들은 친척에 의해 길러졌고 어떤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자랐다. 서울로 혹은 해외로 일하러 가신 아버지를 수년간 보지 못한 아이도 있었고 지금 생각하기에 '학대'라고 생각이 드는 집도 있었다.


 그닥 헌신적이지 않은 다른 아이들의 '부모'를 보며, 사실 '저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 일거야'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 안에 '가족'이라고 하는 '일반화'가 너무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가족의 보호를 받는 '아이'의 입장에서 또다른 '가족'을 형성하게 된 '성인'이 입장이 됐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 '어린 시기부터 도박을 하던 아이', '굉장히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한 아이'들은 어느 경계도 없이 '어른'이라는 이름표를 갖게 됐다.


 그들에게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정해주지 않은 사회가 제대로 된 '가정'의 이미지를 전달하기란 쉽지 않았다. 각자 자신만의 가치관대로 아이를 기르기 시작했고 역시 우려하는대로 '사회'는 '아동학대', '방임' 등의 문제를 '통계'로 보여주곤 했다.


 '에이먼 돌런'의 '가족해방'은 어느 봄날 오후 자신의 어머니와 절연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머니의 어느 모욕적인 말에 작가는 어머니와 절연을 선언한다.

 저도 모르게 '철 없는 행동'이라, '나중에 깊은 뜻을 알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 것을 봤을 때, 나 역시 눈을 감고 내 몫에 할당된 코끼리의 어느 부분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살았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세상에는 각자의 세계관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모양이 있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럴 것이고, 그들 역시 이쪽을 그렇게 바라 볼 것이다. 그런 모습들은 가끔씩 '사회'를 보여주겠노라, 조사하는 어느 기관에 의해 한번씩 공개 되는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열어 보이며, '아, 저런 패를 들고 있었구나'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 책에서 보건데 이런 말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폭력적인 관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문제로부터 가족을 떠나는 사람을 보면서 가지고 있는 세계가 이렇게 작다는 또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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