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18주년 특별기념판)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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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자존심으로 '사용설명서'를 외면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거나, 약 복용법을 대충하는 경우도 있다.

엑셀 단축키, 함수를 배우지 않고 마우스로만 버티는 경험.

운동 자세를 배우지 않고 몸만 축내는 경험.

스마트폰 설정을 건드리기 싫어서 기본값으로만 몇 년을 쓰는 경험도 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혼자 골똘하게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이미 거기에 적혀 있을 때가 많다.

같은 길을 몇바퀴나 돌다가, '안되겠다, 내비게이션을 켜야겠다'하고 켜고나면 너무 쉽게 길을 안내해서 허무할 때도 있다.

가만보면 세상은 애초에 '모든 사용설명서를 먼저 제공해 주었다. 인류가 쌓아 놓은 집단지성은 세대가 지나고나면 흙이 되어 버리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아래로 옆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고 그렇게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면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인류는 30만년간 5억 제곱킬로미터에 펼쳐진 수많은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들'의 발견을 무시하고 혼자서 스스로 해 보겠다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비효율이자 오만에 가까운 일일지 모른다.

물론 직접 부딪혀 배우는 경험은 중요하다. 실패도 중요하다.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감각도 중요하다. 다만 문제는 이미 수없이 반복된 실패를 다시 처음부터 재현하고자 하는 아집에 있다.


미국의 '희극인' '그로우초 막스'는 이렇게 말했다.

"남들의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 그 실수를 다 직접 겪어보기에는 인생이 짧다."

그렇다면 수많은 현세와 과거의 '사피엔스'들이 남긴 인간관계의 실패와 후회, 갈등, 화해를 다루는 방법을 외면하는 것이 맞을까.

다른 '사용설명서'처럼 인류는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수십만년간 쌓아가면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 중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인 '화법'도 마찬가지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역시 그런 종류의 책이다. 누군가는 평생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고, 누군가는 말 한마디로 관계를 잃는다. 또 누군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만 우리가 겪는 이런 상황이 인류 탄생 이래로 최초, 전세계 모든 인간들 중 나에게 첫번째로 일어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다른 시대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미 비슷한 문제를 고민해 봤으며 친절하게도 그것을 잘 기록하였다. 대부분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해나 감정적 반응, 불필요한 자존심, 상대를 이기려는 태도, 자기 말만 맞다고 생각하는 습관은 시대가 바뀌어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반복되어 일어난다.

이는 다양한 국가와 시대의 '소설'이나 '역사적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샘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는 그들의 기록이 적혀 있다. 또한 흔히 '밥 먹고 그것만 연구한다'라고 하는 '전문가'의 정리도 함께 있다.

'샘혼'은 미국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그녀는 강연이나 워크숍, 다양한 저술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이야기 한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또다시 실전 경험으로 실패를 쌓아가며 인류 역사 만큼의 데이터를 혼자 만들어 가기에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스마트폰에 '최신 기능'이 업데이트 되거나, 더 좋은 카메라 성능을 탑제 하는 것만큼 우리 인간 자체에게 가장 유용하게 쓰일 반영구적 기능은 '말하기'다. 이는 한번 '업데이트'가 되면 퇴보하지 않고 '배터리'도 달지 않으며 '버전'이 오래됐다고 버벅거리는 경우도 없다.

언제나 복리로 그 기술을 쌓아 올릴 수 있으며 '외부 장치'가 아니라 내 신체에 직접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는 '말'이라는 강한 도구를 가지고 살아간다. '말'은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이고 '가족'과 '친구'를 사귀는데 가장 중요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는데 필수불가결한 도구다.

그것을 어제와 오늘, 언제나 불편함을 느끼며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채, 구버전을 고집하는 것은 어찌보면 아둔한 일일 것이다.

가끔 어떤 어른들을 보면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식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기기로는 간단한 '은행 업무'도 힘들다. 약간만 시간을 내면 바로 달라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스마트 기기' 뿐만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는 일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쩌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갈고 닦아야 하는 일인 것 같다.

오늘 나는 '어떤 도구'를 가지고 세상에 나서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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