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행복'도 비슷한 것 같다. 가장 가까이 있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느끼지 못하는 그 심리.
군시절, 선임들과 근무를 서면 멈춰 있는 국방 시계 마냥 근무 시간이 굼벵이처럼 흐른다. 선임 병사들은 그렇게 일대일 상황이되면 평소에는 묻지 못했던 것들을 묻기 시작한다.
'과거에 사회에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여행은 어디를 다녀 왔는지'
대부분 시덥잖은 일상의 이야기지만 '국방부'가 랜덤으로 연결해 놓은 '타인과의 인연'은 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꽤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곤 한다.
당시 스무살에 군입대를 했던터라, 선임과 후임들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게 들었으나 내가 꺼내 놓을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기껏해봐야 상대는 '제주'에서 왔다는 배경 정도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곤 했는데 살면서 '제주도 출신'을 처음 만났다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유학시절에는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제주'에서 왔다고 신기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말은 다했다 볼 수 있다.
어쨌건 '제주'에 살다보니, 사람들은 꽤 많은 걸 궁금해 한다.
'제주도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집은 어디가 있느냐'
'여자친구와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곳 한 곳만 추천해봐라'
'제주도에서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은 어디냐'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입대를 했던 마당에 나에게 '추억'이란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친구들과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았던 추억 밖에는 없다. 그러니 상대에게 꺼내 놓을만한 이야기가 있을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