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 명산 - 나의 기록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산행 일지
김헌준 지음 / 소금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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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도 비슷한 것 같다. 가장 가까이 있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느끼지 못하는 그 심리.

군시절, 선임들과 근무를 서면 멈춰 있는 국방 시계 마냥 근무 시간이 굼벵이처럼 흐른다. 선임 병사들은 그렇게 일대일 상황이되면 평소에는 묻지 못했던 것들을 묻기 시작한다.

'과거에 사회에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여행은 어디를 다녀 왔는지'

대부분 시덥잖은 일상의 이야기지만 '국방부'가 랜덤으로 연결해 놓은 '타인과의 인연'은 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꽤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곤 한다.

당시 스무살에 군입대를 했던터라, 선임과 후임들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게 들었으나 내가 꺼내 놓을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기껏해봐야 상대는 '제주'에서 왔다는 배경 정도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곤 했는데 살면서 '제주도 출신'을 처음 만났다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유학시절에는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제주'에서 왔다고 신기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말은 다했다 볼 수 있다.

어쨌건 '제주'에 살다보니, 사람들은 꽤 많은 걸 궁금해 한다.

'제주도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집은 어디가 있느냐'

'여자친구와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곳 한 곳만 추천해봐라'

'제주도에서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은 어디냐'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입대를 했던 마당에 나에게 '추억'이란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친구들과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았던 추억 밖에는 없다. 그러니 상대에게 꺼내 놓을만한 이야기가 있을리 만무하다.


제주에 살면서 '백록담' 한번 가 본 적 없고, '가파도'나 '마라도'는 TV에서 방송하면 가끔 보여지는 곳일 뿐이었다. 제주에 살면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것들은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기에' 한번도 가지 않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뉴질랜드라는 '지상 낙원'에 10년 간 살면서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했다고 하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바다며 산이며 강 등 볼거리가 많지만 당시의 나는 그곳에서 평생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보장된 그것'에게는 그닥 호기심이 일지 않았고 되려 TV에서 방송되는 '한국'의 길거리가 오히려 더 가보고 싶은 풍경이 될 뿐이었다.

실제로 '제주와 뉴질랜드'를 살면서 여행다운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정말로 바빠서' 혹은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언제나 할 수 있어서'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실제로 언제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하지 않아서 후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깨달음을 한참이 지나고서 알았기에 나는 뒤늦게 이곳 저곳을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경험했다.

'소금나무'에서 출판한 '도전 100 명산'을 보니 과거의 생각이 문뜩 떠오른다. 갚지고 귀한 것은 언제나 먼곳에 있다는 착각 때문에 항상 먼곳에서 '기쁨'을 얻고자하는 착각이 얼마나 많은 주변의 아름다움에 눈을 멀게 했을까

도전 100 명산'은 우리나라에 있는 명산을 하나하나 도전하며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든 '일지'다. 단순히 기록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소개와 가이드, 사진 등이 있으니 산을 좋아 한다면 주변의 명산부터 하나하나 방문하고 배워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책의 오른쪽에는 산이 가지고 있던 이름의 유래라던지, 역사 혹은 다양한 기록과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갓'의 모양이라 '갓뫼'라고 불리던 산이 이후에 '관악'이 됐다는 이야기라던지, '덕망'이 높은 용이 하늘로 승천한 산이라는 전설에서 출발한 '덕룡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산에는 역시 내가 있는 '한라산'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한 두 시간이면 언제든 '산'을 갈 수 있는 굉장히 특별한 나라다. 도시의 끝에서 바로 벗어나면 곧바로 산이다. 해외에서는 '자연을 보러 간다'는 것이 하나의 일정이자 결심이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너무 가깝다'

'너무 당연하다'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우리를 '아름다움'에서 눈멀게 하는 이야기인지 삶을 통해 많이 배웠따.

멀리에 있는 것만 마치가 있다고 착각하는 동안 극한의 '원시'가 되어 가까운 것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언제나 '행복'과 '삶'이 몇 발걸음씩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의도적으로 '가까운 것들을 먼저 선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제주'에 있는 다양한 박물관과 명소를 될 수 있으면 먼저 보고자하고, 아이에게도 '한국'의 명소에 대해서도 많이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요즘 'K-문화'가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면서 굉장히 우리에게 사소하고 익숙한 것들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많이 온다고 한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얻게 되는 짧은 지식이 아니라 실제로 걸어보고 땅을 밟아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으로 경험을 쌓아가는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제주'라는 특수성 때문에 명산 100곳을 다 돌아 다니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도서를 구매하는 다른 이들의 경우에는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방문해 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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