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전대호 지음 / 해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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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선호하는 결의 출판사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해나무' 출판사의 책은 거의 실패해 본 적이 없다. 물론 해당 출판사의 모든 책을 읽어 본 것은 없으나 읽다 보면 '아, 해나무 책이구나' 싶은 책들이 있다.

지금까지 읽은 '해나무'의 책은 이렇다.

'퀀텀의 세계', '공기전쟁', '우리에게 남은 시간', '분자 조각가들', '스몰 윈', 바다의 천재들', '해부학자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어느 하나 거를 만한 책이 없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으로 '과학'과 '인문학'을 오가며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번 책인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도 그렇다.

일상을 살다보면 꽤 '현실'이 주는 무게에 짓눌릴 때가 있다.

오락가락하는 경제 그래프, 주가의 등락이나 환율, 다양한 국제 관계를 비롯해 현실에서 '생업'과 '커리어', '육아',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런 것에서 훨씬 벗어나 '인류'가 그려온는 '과학사'를 듣고 있으면 마치 태양계를 벗어나며 보이저 2호가 찍어 보낸 '창백한 푸른점'처럼 모든 것이 작고 연약하게 느껴진다.

'마리 퀴리'는 자신이 아는 라듐에 대한 모든 지식을 '인류'에게 '공짜'로 공유했다. 금전적 이익이 과학정신에 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녀는 '이 역사상 가장 비싼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특허'를 포기하고 15분 후, 자전거를 타고 클라마르 숲으로 가서 야생화를 땄다.

여기에 앉아 천원과 만원에 예민해져 있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장면이다. 과학사를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온갖 성공과 실패가 등장한다. 또한 '과학'이 주는 '차가움'이 아닌 몹시 인간다운 '장면'들이 있다. 이것들이 그 어떤 소설보다 나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진부하기 그지 없는 '취미생활 : 독서'는 가끔 '무취무색인'임을 보여주는 자기 설명 중 하나다. 이 정적인 취미에서 최근 몇년 간의 고민이라면 '전자책'과 '종이책'의 갈등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 요금에 '밀리의 서재'가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해 '윌라오디오북' 또한 구독중이다. 피치 못하게 '이북'은 내 생활에 침투해 왔다.

개인적으로 '전자책'은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 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종이책이 주는 물성은 단순히 손끝에서 만져지는 '촉감'을 넘어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라는 책은 18년 전, 군대에서 읽었다. 당시 나는 운전병이라 책을 세워 놓고 책을 읽을 시간이 꽤 많았다. 당시 얼마만큼의 페이지를 왼손으로 쥐고 있었고, 얼마만큼의 페이지를 왼손으로 잡고 있었는지. 당시 어느 페이지에서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의 장면. 이런 것들이 지금도 훤한다.

책이란 쉽게 말해서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녹아 나의 삶과 '작가'의 글이 마구 혼합되는 일이다.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책을 덮었을 때의 나와 책속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화자' 중 누가 진짜인지 마구잡이로 섞여지는 일이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내가 그 간접경험을 했는지, 내 직접경험이 어디서 본 간접경험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인류가 쌓아 놓은 방대한 과학사를 읽어가면서 나는 나의 자아를 100년의 시간, 대한민국이라는 장소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독일'과 '네덜란드', '미국'을 뛰어 넘어, 인종과 언어를 초월한 '자아'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기적의 해'라고 일컬어지는 1905년, 다수의 물리학자들이 당시 광양자의 논문에 회의적일 때, 막스 플랑크는 '특허청'에서 일하는 '아인슈타인'의 재능을 초기에 알아보고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플랑크는 학회와 강연에서 이를 옹호했고 이어 아인슈타인은 '베를린'으로 초빙되어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자 베를린 대학 교수로 초빙된다. 여기에는 플랑크의 추천이 있었다.

과학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위대한 업적은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기에는 '사람'이라는 매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그때 플랑크가 침묵했다면, '특허청 직원의 논문'은 그저 외피에 갇혀 사라졌을지 모른다.

이런 것을 볼 때, 과학은 '차갑다'는 시선은 분명 잘못됐다는 생각이든다. 과학은 굉장히 인간적이며 때로는 예술보다 더 많은 온기를 품고 있은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든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꽤 당연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마지막 책장이 넘어갔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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