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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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마리에'는 꽤 유명한 인물로 '일본'에서만 인지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꼭 정리에 관련된 책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정리'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피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본래 정리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리'에 슬슬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이가 마흔 줄에 들어서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점차 '나'에 대해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나'에 대해 뚜렷해진다는 것은 이렇다. 보통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청소년 시기에는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령 부모님이 먹는 '식사'를 그대로 먹게 되고 집에서 보는 TV프로그램을 보게 되며, 사용하는 물품과 씻는 빈도, 수면 시간 등의 영향을 환경으로부터 받는다. 부모님의 경제력이나 철학에 따라 소비패턴도 달라지고 학교나 친구들도 달라진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가면서 '부모님'의 영향력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고 자신의 선택으로 환경을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물건을 버리고, 어떤 곳으로 이사를 가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등. 성인이라면 당연히 스스로 하는 일들로 환경을 채우게 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자랐던 환경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은 꽤 다르다. 과거에 '나'는 꽤 불편하다고 생각해던 것들을 '집' 안에 들이지 않고, '와, 이거 뭐지?'하는 물건은 집안으로 들어온다.

일과를 마치고 '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하는 것을 '행복의 시간'으로 여기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집에 책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이 채워지다보니 '귀'를 시끄럽게 하던 'TV'는 'LG스탠바이미'로 두어 옷장 구석에서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실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소파'이며 반드시 '리클라이너'에 '패브릭'이어야 한다. 책을 받쳐 볼 수 있는 독서 쿠션이 반드시 필요하고 '식탁'이나 '책상'에는 북스탠드가 있어야 한다.

서론이 길었다. 아무튼 이렇게 환경과 주변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꾸밀 수 있는 것은 '성인'의 특권 같다. 다만 본의아니게 내가 좋아하는 이 환경과 공간을 침범하는 물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스티커', '고장난 장난감', '출처를 알지 못하는 충전선', '어떤 제품의 사용설명서', '고지서', '치약뚜껑', '구멍난 양말' 뭐 이런 것들이 꾸준히 나오기 마련인데 정기적으로 의식하고 버리지 않으면 금방 내 공간을 침범하여 갉아먹기 시작한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뇌'속에 정보가 어지러운 상황을 피하고 싶어진다. 온갖 광고, 사용설명서를 포함한 불필요한 정보가 많아지니 피로도가 쌓인다. '귀'와 '눈'이 예민해지다보니 자칫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치고 피로하다. 눈을 어디에 두어도 잡념을 떠올리게 하는 물품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작정하고 거의 모든 걸 버리기 시작했다. 집안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처럼 '하나하나' 버리다보니 '공간'이라는 것이 '신체'나 '머릿속'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신체는 '노폐물'을 배출해야 한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머릿속은 '상념'과 '잡념'이 쌓여간다. 고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여 '리프레쉬'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몸과 머릿속은 노폐물과 잡념으로 가득차게 된다.

탁한 물병을 눈 앞에 두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어지러운 것들을 함께 이고지고 갈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로 정기적으로 '정리'에 관한 책을 꺼내 읽는 편이다. '손웅정' 작가의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는데 그렇다고 그전도의 경지로 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는 집이라 아직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곤도 마리에'의 책을 읽다보니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설레는 것만 남기고 버려라'. 행복은 크게 한방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것이 빈번하게 올 때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영어에서는 '행복'과 '만족'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한다. 만족이라는 단어는 크기가 '꽉차있다'라는 의미로 사실 채울 수 있다면 작은 것을 채우는 것이 더 수월하다.

아무리 좋은 것들에 둘러 쌓여 있더라도 먼지가 자욱하면 그것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고로 '곤도 마리에'의 생각은 이렇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버려라, 그렇게 하면 나는 나를 설레게 하는 물품들에 둘러쌓여 있고 어디에 있거나, 어디에 눈을 돌려도 나는 '행복'이라는 감정, '만족'이라는 감정에 둘러 쌓여 그것에 쉽게 노출되게 된다.

언어를 배우는 가장 중요한 요건중 하나는 '노출'이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고, '한국'에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늘게 된다. 노출이란 '노력' 없이 어떤 것을 얻는 가장 근본적인 요건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집안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있구나, 이것저것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봤더니, '없어도 문제가 없는 것들'이 나의 생활 공간을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버려야 할까,를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를 고민하며 틈틈히 싹, 하고 정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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