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우주 불평등 시대를 항해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긴박한 질문들
최은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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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구 궤도로 발사된 인공위성의 숫자가 대략 2만 2000개 정도다. 개중 미국이 61%, 러시아가 17%, 유럽이 7%, 중국이 6%, 일본이 1.2%, 한국이 0.2%다. 거의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10개국 이하의 선진국에서 발사된 위성들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모두의 것'이라는 담론이 과연 현실적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미국이라고 이미 말은 했지만 미국의 위성 중에는 이미 80%가 민간에서 발사한 위성이다. 그 중에서도 스페이스X가 보유한 위성의 수가 6000기 이상으로 이미 전 세계 인공위성 중 대략 30%를 차지하고 있다.

따지고보면 불평등은 이미 시작됐다. 단순히 생각해 봤을 때, '민간기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 사적 자산에 속해진다.

우주는 모두가 개발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폭력적입니다. 쉽게 말해서, '사자와 새끼 강아지와 함께 있는 우리 속에서 주어지는 먹이는 모두 공공의 것입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과연 그것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일단 21세기가 되면서 '기술'의 격차는 국가별로 압도적으로 커진다. 우리는 심심찮게 우주 과학에 대한 뉴스나 '나로호 발사'와 같은 사건을 보게 된다. 다만 추진체에 '태극기'나 '일장기', '성조기', '오성기'가 붙어 있는 모습에는 크게 거부감이 없지만 '네팔'이나,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가가 붙어 있는 모습은 굉장히 생소할 것이다. 우리 인식에서도 이미 '격차'를 인정하고 '상식'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위성을 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격차가 천지차이로 벌어진다. 위성을 소유한 기업과 그 서비스를 구매해야만 하는 이용자의 격차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이 열렸을 때, 플랫폼 산업을 끝내 따라잡지 못해서 그렇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극심하게 만들었다. 현재 유럽은 미국의 플랫폼에서 소비자로만 역할을 한다.

운영체제나, 앱 생태계, 데이터 흐름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한 채, 규제와 윤리로만 시장에 개입한다. 뒤쳐진 쪽에서 거의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전략이다.

기술적으로 뒤쳐지게 되면 기본적으로 외화반출과 독점시장의 횡포를 막기 위해, 시장 내에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기본적으로 '규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20세기 초에 조선이 선택한 방식과 비슷하다. 이는 극단적인 쇄국정책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수는 있으나 점차 외부 세계와 단절되고 고립되는 결과를 만든다.

우주에서의 격차도 마찬가지다. 우주에 대한 생태계를 설계하고 소유하는 막강한 기업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게 될 것이고 그 데이터와 기술을 가지고 세계의 다양한 소비국의 문을 두드리러 다닐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특정 국가나 계약자에게만 서비스가 독점 제공되는 '식민지화' 문제도 가진다.

우주는 실제로 데이터의 보고다. 정지궤도위성의 경우에는 수십년 간 지구의 기후를 감시하고 예측 모델을 훈련했다. 저궤도위성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천번씩 전세계 주요 도시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위치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는 국가를 초월한다.

당연히 이때 수집된 데이트는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정찰위성은 당연히 비공개이고 상업용 위성의 경우에도 일부에게만 판매된다. 시장을 독점하면 그것은 언제나 무기화 될 수 있따.


예전에 스타링크 위성망이 특정 지정된 국가에만 인터넷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제공하는 일은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볼 수 있었다.

현재 스타링크는 500~600km대 핵심 저궤도에서 신호를 쏘고 있다. 다만 국제적으로 주파수를 등록하고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쏜 쪽이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후발 기업일 수록 '간섭 회피'를 위한 설계가 필요하고 출력 제한을 위한 기술과 복잡한 협상을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 위성은 언제든 올릴 수 있겠으나 후발주자일 수록 운영 난이도와 비용이 급상승한다.

다시말해서 이미 기술력이 좋은 쪽에서 선점을 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더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우주개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애당초 모순이 발생한다. 다시말해서 우주 개발은 최대한 먼저 보낼수록 저비용, 저난이도의 게임이 되는 셈이다.

발사체의 핵심인 엔진과 터보펌프 기술, 초고온 합금 재료와 제조 기술은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2025년 기준 독립적으로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11개의 국가정도다.

고로 우주는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전 세계 국가의 약 95%는 독자적으로 위성을 쏴 올릴 능력이 없다. 이는 남극과도 비슷하다. 남극이 법적으로 소유국이 없는 대륙이지만 그것은 말뿐이다.

남극 연구자 세 명 중 한 사람은 미국인이다. 겨울이 되면 상주인구 1000명중 절반이 미국인이 된다. 연중 가동되는 대형 기지도 미국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연중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활주로,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수송기, 쇄빙선까지 한 나라가 모두 갖춘 경우는 미국 말고는 없다.

고로 만약에 프랑스 연구자가 남극에서 실험을 하려면 미국 비행기를 타고, 미국 기지를 거치고 미국의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는 '다른 국가'의 정책이나 보험 도시 계획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군사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고로 우주는 모두의 것이라는 이상에 속아 공정함을 기대하기 보다는, 가능한 빨리 진입하여 선점하지 않으면 영구적 종속 비용을 지불하는 위치에 남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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