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는
늘리혜 지음 / 늘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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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주인공이 눈을 뜨며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은 잠에 들기 전과 달라진다. 사용하는 일기장의 별자리가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도 달라진다. 하루가 지나면 하나의 챕터가 끝나듯 꿈과 일상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만족 혹은 아쉬워하는 감정이 든다.


 어떤 세계에서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일상이 펼쳐지고 어떤 일상에서는 있음직한 일들이 혹은 꼭 바라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각각의 세계마다 주인공 '아영'은 그 세계에 맞춰 삶을 살아간다.


 '늘리혜' 작가의 인스타그램은 꽤 일관적인 분위기를 가진다. 감성적이고 몽환적이다. 소설 '나의 세계는'도 그렇다. 표지 역시, 소설이 담고 있는 분위기와 잘 맞는다. 그간 '늘리혜 작가'의 피드에 꾸준하게 올라오던 다양한 그림체와도 닮았다. 표지를 보며 그 분위기를 대략 짐작하고 첫장을 넘겼다.

 책의 흐름은 굉장히 빠르고 직관적이다. 300쪽이 조금 안되는 분량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챕터 하나를 나누는 기준인 '몽환적인 꿈'이 다음 세계관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주인공이 다음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챕터 하나가 끝날 때마다 펼쳐지는 '일곱 색깔의 나라'는 어쩐지 예전에 자주 들었던 '몽환의 숲'이 떠오르게 한다.


 한 번의 선택으로 '다른 세계'가 열린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이야기는 오간다. 간질 간질하면서도 끝까지 읽도록 만든다. 이웃이면서 단짝인 세라와 그녀의 짝사랑인 건우의 고백으로 내용은 시작된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에서 작은 선택마다 그 차이로 벌어지는 간극이 꼭 '나비효과'를 보는 듯 하다.


 소설의 주제와 별개로 예전, '늘리혜' 작가의 시 중에 매우 공감되어 기록해 둔 시가 하나 있다.  '모든 모습의 나에게로'라는 시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해

각 시절의 나를 한 곳으로 모으면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눌까

어떤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까.


<모든 모습의 나에게로>_늘리혜

*


 그 글이 5년도 넘었는데 글의 분위기는 여전히 일관적이다.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고자 하는 '매개'로 '나'라는 자아가 있고 그들은 서로 같은 '나'이면서 때로는 완전히 다른 '나'이기도 하다. 소설이 주는 분위기와 비슷해서 얼른 생각이 났다.


 기억이 어렴풋해지는 매우 철지난 시절의 '나'로 배경이 설정되어 있다.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소설을 읽으며 잊혀졌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게 된다. 어쩌면 페이지를 넘기며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독서'라는 매력이 '늘리혜 작가'의 소설과 같은 매력인듯 하다.


 그간 해왔던 작은 선택으로 주변이 달라지고 '나' 자체도 달라진다. 소통할 수 없는 여러 순간의 나는 과연 모여서 어떤 대화를 나눌까, 그런 생각도 잠시 해봤다.


 소설의 세계관에는 '일곱 색깔 나라'가 있다. 각 나라는 서로 차원 달라 현실에서는 이어지지 못한다. 이런한 설정은 판타지 혹은 공상과학스럽지만 누구나 한번쯤 해 봄직한 '감정'과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일상을 닮았다. '빛'으


 결과적으로 수많은 세계를 지나도 결국 남는 것은, '매 순간'선택해온 '나'라는 사실뿐이다. '빛'을 고정했더니 '시공간이 왜곡된다는 상대성 이론처럼 나를 한점에 고정하자, 시간도 관계도 휘어지며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협찬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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