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서점에서 수필이 있는 곳을 서성이는데 꽤 괜찮은 문체를 발견했다.
'작가'의 글에 의하면 '시간'이라는 것은 사람의 형태를 빚어내는 조각칼 같다고 한다. 무슨말인고 하니, 매일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깎여나간단다.
'캬... 표현 좋다'
맛있는 음식을 한점 먹은 것처럼 소리를 내어 감탄을 한뒤에 표지를 손가락으로 '툭툭'하고 두드렸다.
수필은 크게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의 느낌은 아니다. 수필이라는 것은 독서 중에 굉장히 소비적인 역할을 한다. 읽고나서 남는게 있다거나, 특별한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의 생각이 작은 주제별로 두서없이 쓰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필을 적지 않게 사게 된다. 부담없이 읽히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독서'가 남겨야 하는 '생산적인 활동'이라면 나는 애초에 이 '취미'를 '취미'로 두지 않았을 것이다. 꼭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 자기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독서는 충분히 다른 가치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서점에서 수필을 훑어보다가 아이의 부름에 따라갔다. 아이는 디퓨저를 사달라고 도른다. '디퓨저'만 한병 사고 돌아왔다. 아이가 고른 향을 집의 가장 가운데 즈음 비치해놨다. 그러고보니 서점에서 뒤적거리며 보던 '이정훈 작가'의 산문집을 구매하지 못했다.
아뿔사, 책의 이름이 아른 거렸으나 운좋게도 얼마 뒤에 '출판사'에서 '협찬요청'이 들어왔다. 도서협찬이라면 많이 받는 편이다. 예전처럼 들어오는 모든 것을 응하진 않는다. 워낙 요청이 많다보니 개중 괜찮은 것만 선별해서 받기로 했다.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원하는 도서 제안이 들어 온 것은 오랫만이다.
'안 할 이유가 있을까'
기쁜마음으로 이에 응했다. 며칠 뒤, 도서가 도착했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는 직관적인 제목은 이정훈 작가가 첫번째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그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무언가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알려주는 '계발서'와 다르다. 서툴지만 진정성을 알아 줬으면 하는 굉장히 인간적인 '바람'이 들어간 제목과 글들이다.
"깊은 위로는 시간이 만들어 준다. 당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세월이 흘러 그의 삶이 안정되고나면 비로소 건넬 수 있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