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 -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김현철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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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교수'는 '이론물리학자'다. '이론물리학'이란 자연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말한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장이론', '끈이론', '통계물리' 등.

눈에 보이는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구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러한 '추상적인 존재'들. 그것들은 '수학'을 통해 존재가 증명된다. 비가시적인 존재들을 가시적 결과'로 가져오기까지 그 '갑갑함', '두려움'같은 감정이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인생이라는 것이 이론 물리학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여타 동물과 다르게 우리는 '추상적 개념'을 많이 정의한다. 언어에서 가장 많은 명사는 '보통 명사'지만 정치, 철학, 심리학 등으로 관심사를 넓히면 '추상명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 보이지 않는 것을 공부하는 것은 그처럼 조금더 차원이 높은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추상명사'는 가끔 '가시적인 현상'으로 우리 세계에 불쑥 튀어 나올 때가 있다. '사랑', '우정', '노력'이라는 것들이 그렇다. 그런 것은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어느순간, 법칙처럼 '툭'하니 가시성을 띄고 우리 앞에 내보여지곤 한다.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의 사랑이나 꾸준한 공부와 연구, 운동 이런 것들이 그렇다. 그런 것들은 그날의 행동이 즉각적으로 가시성을 띄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전자구름처럼 몽실몽실거리다가 어느 순간에 '짠'하고 입자성을 갖는다.

'김현철 교수'의 '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이 그렇다. 어느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특정분야의 전문가'의 특성이다. 그들은 사실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타이틀을 얻기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실패하고 좌절한다. '과학 관련 도서'를 좋아하는 1인으로써 책을 읽을 때 그들이 발견한 세상에 놀랄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이미 완전한 것을 소개하는 '전지의 능력을 가진 인물이 전문가'처럼 보여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김현철 교수'의 '에세이'를 보며 다시 한번 느낀다.


'김현철 교수'는 '학력'에 관해 말한다.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학력'에 관한 집착에 대해 말이다. 학력이 그 인간의 '가치'나 '능력'과 동일시하려는 사회적 관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의 시선'에서 '학력'은 완성의 증거가 아니다. 이것이야 말로 완전한 과학자의 자세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학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비과학자적 자세'다. '과학자'의 자세로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학력' 또한 그저 이동과정의 흔적과 같다. 어떤 의미에서 그가 말한 '학력 컴플렉스'는 시행착오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실험과 다를바 없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김현철 교수는 자신이 공부하는 과정, 전문가가 되는 과정, 후학을 양성하는 과정까지 가감없는 솔직한 표현을 도서에 담았다. 책을 한 권 읽는다는 것은 다른 하나의 인생을 통째로 경험하는 일에 가깝다. 우리는 자기가 살아보지 않는 인생을 책을 통해 대신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그가 했던 고민과 실패, 선택을 타인의 언어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이론물리학자'의 '삶'과 '생각'을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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