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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이토 미쓰코 지음, 이현욱 옮김, 김아람 감수 / 더난출판사 / 2025년 10월
평점 :
최근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부모 먼저'라고 하는 생각이다.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 본의아니게 생겨난다. 그 바람대로 아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의 어린 시절을 상기해보면 알 수 있다.
어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가 부모의 바람대로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부모'의 바람이 대체로 '불가능'에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불가능'을 말한다.
눈이 내린다는 것은 분명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겠지만 두바이나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사람이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에 있다. 실제로 두바이 시내에서는 기록된 자연 강설량이 0이다. 즉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평생 단 한번의 눈도 본 적 없는 경우가 많다.
'환경'이란 그런 것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처럼 인간의 경험이 '지정학적 위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개개인의 경험 또한 '가정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이에게 '환경'은 '부모'가 된다. 즉 눈이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지역에 있으면 '눈'이라는 것은 존재 여부를 가려 낼 수 조차 없는 개념이 되어 버린다.
프랑스에서는 '나방'이 없다. 나방이 없는 이유는 프랑스어에서 '나비'와 '나방'을 따로 구분하는 명사가 없기 때문이다. 빠삐용은 날개가 부드럽게 퍼지는 곤충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낮에 활동하면 '낮의 나비', 밤에 활동하면 '밤의 나비'라고 구분하여 '나방'을 '밤의 나비'라고 부른다.
정의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들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일주일 용돈은 500원이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 때, 용돈이 1000원으로 인상됐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를 올라갔을 때, 친구들이 피씨방을 가는 것을 보았다. 농촌지역에서 살았던터라 당시 '피씨방'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생소했다. 친구들이 한창 다니기에, 거기는 금액이 얼마가 되느냐고 묻자, 한시간에 1000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 그 이야기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일주일에 1000원을 받았을 때, 문방구에서 간식과 딱지, 오락 한번 정도를 해도 충분히 돈이 있었다. 문방구에서 집어드는 간식은 대체로 50원에서 200원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0원이라니...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어린시절에는 '가정'의 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후 중학교를 가면서 '친구'들과 교류를 시작하며 주변의 상황에 점차 눈을 뜨게 된다. 환경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건 어린 시절에 가졌던 기본적인 삶의 패턴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워낙 내가 단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의 식사가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는 달달한 시리얼을 먹고 저녁에는 배달음식을 먹는 식습관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아이는 유독 '초콜렛'과 '사탕'을 좋아하는데 그 모습에서 '나'를 보게 됐다. 물론 좋은 점이란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겠다. 다만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몇 달 전부터 운동을 시작한다.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몇시에 취침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도 매일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냥 생각없이 스쳐 지나온 많은 시간이 비수가 되어 꽂히는 듯하다. 정제된 음식과 단백질 식품을 찾으며 나를 관리하다보니 아이의 식단에서도 '위험요소'가 너무 많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맛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나의 식단에 변화가 생겼다. 부모가 먹는 식단이 변화하자 역시 아이의 식단도 바뀔 수 밖에 없다. 식습관은 절대적으로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그 책임을 매번 통감하며 최근 '식단'과 '운동'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가장 먼저 '라면'과 같은 음식을 끊었더니 피부에 올라오던 것들이 많이 사라졌다. 함께 식사를 해오던 '아이'도 '내'가 가졌던 염증 만큼이나 나쁜 독소가 쌓여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지킬 수는 없겠으나, 식단에 대한 의식을 놓고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최근 아이가 '비염'이 심해지면서 아침에 코피를 쏟는 경우가 많아졌다. 약국에 갔더니 '지르텍' 하나를 먹으라고 알려 주었다. 약사 선생님 말로는 큰 부작용이 있거나 내성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는데, 그래도 양약이 어린 아이 입으로 삼켜지는 것에 약간의 불안감이 생겼다.
식사와 수면을 잘 챙기고, 피부, 건강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긍정적이고 유해진 기분이 든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건강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히 잡혔다.
병은 생기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 아이의 비염을 보고 먹는 것, 자는 것, 기타 생활 하는 것을 모두 점검하며 다양한 반성을 하게 된다.
해당 책은 챕터로 나눠져 있어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내용이 간결하고 쉬워 집에 두고서 간간히 꺼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