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을 감은 채, 탁구공을 ‘툭’ 던졌더니, 멀리 있는 컵 속으로 ‘쏙’ 들어간다. 아무렇게 던진 농구공이 깔끔하게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텐츠 영상이다. 이를 ‘트릭샷’이라고 부른단다. 수천 번 도전 중 성공 장면만 골라 편집하는 것이다. 영상 속 도전자는 너무 쉽게 도전을 해낸다.

현실에서도 성공이 그리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부, 사업, 다이어트... 그러나 현실은 실패와 지루함으로 가득차 있다. 트리샷 뒤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 컵에 들어가지 못한 탁구공을 쭈구려앉아 줍고, 빗나간 농구공을 몇 번이나 허리굽혀 가지고 와야한다. ‘30초’짜리 트릭샷 하나를 찍기 위해 도전자는 수 시간, 수 일간 도전을 반복한다.


완성으로 향하는 최적의 재료는 ‘시간’이다. 편집으로 시간을 걷어낸 결과물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간의 특성이 지루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밴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인생은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을 걷어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싶다. 식사를 준비하는 일, 짧은 대화를 주고 받는 일처럼 일상 대부분은 지루한 빈공간이다. 그것을 견뎌내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살짜리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 ‘학습’은 매번 다른 의미다. 단순 교과과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예절, 대화매너,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 그런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다.

고깃집에서는 고기 냄새가 배고 카페에서는 커피 냄새가 밴다. 무언가에 시간을 함께 하면 그것은 몸에 밴다. ‘배울 학’의 ‘배우다’는 ‘냄새가 배다’의 ‘배다’와 어원을 함께한다. 김치가 익거나 과일이 익는 것처럼 ‘익히다’ 또한 ‘익다’와 어원을 함께한다. 몸에 배고 익히는 것이 학습이다. 배고 익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시간’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이은경 작가’의 ‘도파민 가족’은 시간이라는 재료를 걷어낸 결과가 어떻게 우리를 중독으로 이끄는지를 설명한다. 아이를 기르는 아빠로서 ‘이은경 작가’의 글과 영상은 언제나 도움을 주는 길잡이가 되준다. 오늘날 어느 가족도 피할 수 없는 도파민의 유혹 앞에서, 이 책은 어떻게 우리가 ‘시간’이라는 삶의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말한다. 지루함을 견디는 힘, 실패를 인정하는 힘, 그 속에서 진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