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으로 향하는 최적의 재료는 ‘시간’이다. 편집으로 시간을 걷어낸 결과물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간의 특성이 지루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밴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인생은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을 걷어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싶다. 식사를 준비하는 일, 짧은 대화를 주고 받는 일처럼 일상 대부분은 지루한 빈공간이다. 그것을 견뎌내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살짜리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 ‘학습’은 매번 다른 의미다. 단순 교과과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예절, 대화매너,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 그런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다.
고깃집에서는 고기 냄새가 배고 카페에서는 커피 냄새가 밴다. 무언가에 시간을 함께 하면 그것은 몸에 밴다. ‘배울 학’의 ‘배우다’는 ‘냄새가 배다’의 ‘배다’와 어원을 함께한다. 김치가 익거나 과일이 익는 것처럼 ‘익히다’ 또한 ‘익다’와 어원을 함께한다. 몸에 배고 익히는 것이 학습이다. 배고 익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시간’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