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INFP 외계인의 인간 행복 보고서 (개정판)
서윤 / 더스트스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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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네 글자로 성향을 분류하는데 INFP는 세상을 이상적으로 바라보고 현실보다 감정을 좇는 성향이다. 서윤 작가는 그런 INFP의 감성을 외계인의 시선과 결합하여 '인간의 행복'을 관찰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비인'이다. '비인'은 외계인이다. 그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비둘기의 모습으로 지구에 온다. 그가 갖고 있는 임무는 단 하나, 인간의 행복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다만 인간의 행복은 논리로 정의 되지 않는다. 행복은 수치나 지표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며 관찰하려는 순간 이미 흩어지는 존재다. 마치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 처럼 관찰하는 순간 그 성향이 파동에서 입자로 변해 버리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비인은 점차 인간의 감정에 동화된다. 그 과정에서 '행복을 분석하는 자'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로 변해간다.


'행복'은 소유와 물질의 개념으로 정의 할 수 있을까. 더 깊게 나아가, '정의'를 할 수 있는가.

대개 사람들은 '행복'을 '성과', '소유'와 같이 '증명'해 낼 수 있는 무언가로 바꾸고자 한다. 행복을 증명해내기 위해 SNS에 사진을 올리고 감정과 감각을 '문자'로 표현하고자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행복'이란 '인증'과 '증명'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식'의 개념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을 증명하고 인증할 수 없는 그런 굉장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양자역학'에는 '관찰자 효과'가 있다. 관찰자 효과란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대상의 상태를 바꾼다는 개념이다. '전자'는 누군가가 보기 전까지 파동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관찰이 이루어지는 순간 '입자'로 고정된다. 행복도 이와 같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려는 순간, 그 본래의 자유로운 파동성이 사라지고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변한다. 그 결과 행복은 더이상 '감정'이 아니라 '결과'가 되어 버린다. '행복'이 가지던 '감정'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이 상실된 '행복'이라는 '증거'만 남는 것이다.

비인이 인간의 행복을 관찰할수록 그가 본것은 '행복 자체'가 아니라 '행복을 포착하려는 인간의 시선'이었음을 느낀다. 사람들은 행복을 붙잡기 위해 스스로 분석하고 비교하고 증명하고자 한다. 다만 그 행위 자체가 행복의 흐름을 멈추게 한다.


아무 짧은 순간이라도 파동은 관찰자의 '관찰'하려는 행위만으로 입자로 완전히 성격을 바꿔 버린다. 이미 사라진 파동은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마치 파도를 연구하기 위해서 물결을 네모난 상자 안에 가둬 현미경을 들여다 보는 일과 같다.

행복이란 잡으려는 순간 형태를 잃는다. 출렁거리는 파도는 그 자체로 완전하며 그것을 포찰하려는 순간 형태를 완전하게 잃어 버린다. 비인은 결국 그 사실을 깨닫는다. 행복은 분석할 수도 없고, 보고서로 완결할 수도 없는 그런 영역이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관찰할 때는 사라지고 오롯하게 그 존재 자체가 되어 느낄 때만 존재하는 것이다. 측정된 상태가 아니라 진행하는 과정이다.

비인의 보고서는 결국 미완이다.

이유는 단 하나.

행복이란 보고서로 기록될 수 없는 생의 파동이기 때문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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