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일을 꽤함은 사람에게 있고 이루어짐은 하늘에 있다. 이 말은 조조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삼국지 '위서'에서 조조는 군사 행동을 앞두고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이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진인사대천명'과 닮았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때'가 있는 법이다. '때'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기에 정확하게 그것을 맞춰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러한 '때'를 '운'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가수 '신해철'은 성공의 비법을 '운'이라고 했다. 참 가혹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렇다.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대부분의 것은 시기를 알 수 없이 움직이는 '운'이라는 것에 작용된다. 고로 미래를 미리 재단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

삼국지를 처음 읽었을 때, 자연스럽게 '유비'로 이입을 하게 된다. 무언가 평범하지만 비범한 인물이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덕'이라는 것은 저렇게 사람을 '모종의 힘'을 통해 길러내는 구나, 하고 배우게 한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읽었을 때, 삼국지의 첫인상은 그랬다. '유비'는 좋은 사람, '조조'는 나쁜 사람.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깨진 것은 머리가 더 성장한 이후였다. 살아보니 삶은 실제유비만큼이나 '조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녕아부천하인, 무천하인부아'

조조의 대표적인 어록 중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천하를 저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저버리게 하지 않겠다."

그 독함을 '악'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어쩌면 어린시절부터 읽어왔던, '혹부리 영감'이나 '흥부 놀부'와 같은 '욕심을 버려라'하고 가르치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된다는 느낌으로 '조조'는 틀림없이 '벌'을 받아 마땅했다.

다만 살아가면서 '욕심'이 꼭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지나친 과욕'이 아니라면 사람에게 '욕'이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조가 '관우'를 대할 때의 태도에서도 복잡한 그의 인간상이 들어난다. 그는 단순히 관우를 적군의 장수로만 보지 않았따. 인재로서의 가치를 알아보고 예를 다해 대접한다. 동시에 그가 언제든 자신을 떠날 수 있따는 사실 또한 꿰뚫고 있다. 그 두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던 조조의 태도에서 냉철함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덕'을 중요시하는 '유비'의 답답함이 보이고,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가진 조조를 전략가, 현실주의자로의 유능함이 보이면서 '조조'를 다시 평가하게 됐다.

사실 삶에서 '유비'와 '조조' 어느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유비가 이상을 좇는 인간이라면 조조는 실리를 좇는 인간이다. 세상은 소설과 다르기에 '유비'와 같은 태도로는 버티기 어렵다. 또한 '조조'와 같은 실리만으로도 외로워진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말은 앞서 말한 '조조'의 인간다움과 스토아철학의 정신을 닮았다. 스토아철학에서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고 가르친다. 우리의 의지와 판단, 노력은 인간의 영역이지만 결과와 외부의 상황은 '하늘'의 영역에 속한다.


여기서 '조조'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이 문장을 '유비'가 했다면 현대 우리가 받아 들이기는 꽤 어려운 수동적인 표현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다면 이 말을 한 사람이 '조조'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스스로의 영역에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삼국지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상황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와 상황의 다른 모습들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가며 다시금 삶을 인생을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어떤 이의 말에 따라, 역사서는 과거 인간들의 오답노트 같은 것이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