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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재밌는 괴물 그림책 - 그림으로 배우는 신기한 지식 백과 ㅣ 진짜 진짜 재밌는 그림책
게리 맥콜.크리스 맥냅 지음, 케런 해러건 그림, 김맑아.김경덕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부모 입장에서 '역사책', '과학책', '상식책' 이런 것들을 꺼내 읽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이 꺼내 보는 책 중 하나는 '괴물책'이다.
이 책을 어떻게 발견했는가,하면 아이와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구경을 할 때 였다. 아이가 보는 동화책은 너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잔뜩 있는데, 개인적으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자극적인 그림이 있는 책을 뽑아 보여줬더니 그 책이 이 책이다. 그때가 대략 7살인가 8살이었던 것 같다. 그뒤로 몇번을 이 책을 빌려보다가, 나중에는 아이가 사달라고 이야기해서 사두었다.
사회에서도 불법이거나 음지에 있던 활동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제도권으로 안전하게 끌어 들이는 일들이 있다. 가령 노점상을 양성화 한다거나, 사채 시정을 법정 금융권으로 유도하거나 그런 일들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식 중 하나는 '강원랜드'다. 강원랜드는 대표적인 제도화 된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음지로 두면 더 음습해지고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일부를 양성화하여 이를 차라리 잘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동의한다.
아이에게 '괴물'이 있고, '비극'이 있고, '실패'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애당초 모르게 키울 수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숨길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는 편이 낫다.
초등학교 시절 꽤 비싼 대학노트를 산 적 있다. 거기에 무엇을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노트를 아주 예쁘게 관리하고 싶었던 마음은 확실히 남아 있다.
첫 페이지에 무언가를 기록했고 두 번째 페이지에 다른 무언가를 기록하기 전에 나는 첫 번째 페이지를 찢어 버렸다.
삐뚤빼뚤하게 글씨가 써졌다거나, 앞장에 비해 뒷장에 눌린 연필자국이 불쾌해 보여서 그렇다. 그렇게 완벽하게 유지하고 싶던 그 노트는 정말로 실패를 할 때마다 찢어내면서 완전해졌다. 단 한장도 쓰여지지 않은 '새것'의 상태로 어딘가 뒹굴다가 사라졌다.
그것이 내가 본 '완벽'의 모습이다. 가장 완벽한 성공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전'하지 않으면 된다. 쉽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최고의 완벽주의자가 때로는 엉망의 결과를 내어 놓는 이유는 나의 '최선'을 발견하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무언가 100%를 발휘하지 않는 실패하지 않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런 도전과 실패도 하지 않는 '실패자'보다 차라리 '게으른 천재'로 남고 싶은 그 바람은 언제나 이루어진다.
이유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후반에 다다르면 모든 갈등이 마법처럼 풀려지는 '디즈니'같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일찍 깨우쳐야 하고, 어차피 느껴야 하는 공포나 실패 같은 거라면, '그거 원래 있는거야, 당연한거야,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인식을 어린 시절부터 학습하고 사회로 나가는 편이 낫다.
살다보니 어린 시절에는 무시무시하던 '괴물'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 이유는 세상에는 '괴물'보다 훨씬 무서운 것들이 많으며 대체로 그런 것에는 '사람'과 '세상'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렇다.
어디서 듣기에 '귀신'이 나오는 영화가 무섭지 않은 이유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서 그렇단다. 실제로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 차라리 '살인자'라던지, '배신자'가 등장하여 실질적인 위협을 끼치는 영화에서 더 소름이 끼치곤 한다.
인간은 '공포'가 제도권에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것을 '여가'로 즐기기도 한다.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즐겨보고 어떤 경우에는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한다. 그것이 허상이고 감정만 남기고 실질 위협은 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삶이 안정적일수록 그런 믿음이 더 강하고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포를 '유희'하고자 한다. 어쩌면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 아이가 되려 올바른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리가 불안하면 공포영화던 추리소설이던 즐겨 보지 못한다. 이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인데, 꽤 확실한 결과를 내려 두었다.
책장에는 '살인'이나 '범죄'에 관한 추리소설이 가득하다. 아빠도 이런 공포를 즐긴다. 아이가 좋아하는 '괴물책'에 그런 의미를 부여해 본다.
책은 그냥 괴물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설화에 나오는 괴물들이다. 여기에는 꽤 많은 국가들이 나오고, 꽤 많은 문화와 문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방에 문을 닫고 한참을 떠들던 아이들이 가끔 문을 열어보면 둘이서 머리를 박고 이 책을 들여다보며 한참 이야기 한다.
'그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알려주지 않고 조용히 방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