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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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자면 나도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여행을 취미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여행을 다닌다'라는 의식도 없던 편이지만 대략 생각해보니 그것들이 다 여행이더라... 싶다.

아마 첫 해외 여행이라면 일본 '큐슈' 지역이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갔던 곳이다.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을 갔던 기억이 있는데 느낀 바라면, '일본차들은 왜 그렇게 작고 깨끗한가' 또한 질서를 지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좁았던 좁은 길 정도의 인식이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질랜드'를 갔다. 목적은 여행은 아니다. 유학으로 갔던 곳에서 '오클랜드'의 구석구석을 다녀왔고 3년을 거기서 거주했다. 이후 뉴질랜드 북섬의 '화카타네' 지역과 네이피어지역에서 수 년을 더 살았고 로토루아 지역에을 방문하여 여행을 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서 1~2년을 거주하다가 '랑기오라'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얼마 간 지냈다. 귀국 직전에는 퀸스타운, 시드니, 싱가포르 등지를 여행이나 사업차 다녀왔다.

시간을 더 보내고 베트남, 태국을 다녀왔고 얼마 뒤에는 중국 상하이를 다녀 왔으니, '저는 여행을 잘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체로 '저는 여행을 잘 다니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사는 타입이었다.

돌이켜보니, 그 밖에 국내여행도 적잖게 다녔던 것 같은데...

사실 그 목적을 '여행'이라고 두지 않아서 뭔가 '여행'의 흥분되는 감정을 갖지 못했을 수 있다. 아이와 다녔던 여행에서는 '아이에게 좋은 걸 보여주자'가 대부분이었고 유학하던 시기에는 그게 그냥 삶이었다. 수출을 위해 바이어를 만나러 갔을 때도 그냥 사업차 갔던 것들이다.

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들이 다 여행이었다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분명 멀리멀리 떠나지만 최종 목적지가 결국 집이라는 점이다. 최종 목적지가 집이 아닌 여행은 거의 없다. 항상 돌고 돌아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도착하지 않는 여행은 흔히 '이민'이나 '이사'라고 부르니, 결국 내가 돌고돌아, 제주 이곳에서 일상을 살고 있어서 그 모든 것이 여행이 되어 버린 셈이다.

김영희 작가는 칭찬합시다, 느낌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자다. 그 역시 삶에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지역을 돌아 다녔을 것이다. 나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그런 외부 경험을 쌓은 사람은 과연 '삶'을 무엇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그의 에세이를 살펴보자니, 그에게 '삶'은 곧 여행인 듯 하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누군가는 수백만원을 들여 큰맘 먹고 찾오는 여행지에서 나는 그들을 마주했다. 나의 머릿속에는 짧은 주말 뒤에 있을 주간 일상의 일정이 있었고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한 다양한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삶을 '일상'으로 정의하는 순간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지겠느가. 내가 지금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정만 되어 있더라도 나는 내가 나가 있던 모든 순간을 즐기고자 했을 것이다. 내가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이 '제주'도 누군가에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지'일 것이다. 내가 오늘 그들의 기분을 이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과 이순간이 나에게는 그저 일상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만 마음속에 갖고 있더라도 나는 오늘 아침을 특별하게 맞이 하지 않았을까.

뉴질랜드에서 '소매품 매장 점장'을 하고 있었을 때, 당시에는 참 당연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낭만적인 것이 하나 있다. 그들이 구매하는 목록이다. 다양한 일상 용품중에서 꾸준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 중 하나는 '엽서'다.

축하 카드라던지 기념일 카드 같은 것들이 종류별로 있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매일같이 사고 손편지를 주고 받았다. 어떤 이들은 카운터에 엽서를 놓고 빠르게 글을 써서 가짜 꽃과 함께 구매하고 나갔다.

그 당시에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있었고 카카오톡이나 다양한 메신저들이 있었다. 그러나 10대부터 90대 할 것 없이 그 사람들은 그 카드를 사러 매장을 방문했고 '카톡 보내면 되지, 왜 저런 걸 사지?'하던 낭만 없던 청년은 지금에 와서 그들의 낭만을 부러워하고 있다.

삶이란 그런 듯 하다. 효율이나 득실만 따지고보자니 돌이켜봐서 남는게 하나가 없다. 사실 다시보건데 가장 많이 남는 것이라면 '당시' 참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여행지'에서 잃어버린 스마트폰이라던지, 바가지를 썼던 기억, 상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

해외에서 다양한 업종에서 일했고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그것이 지금 내게 무엇을 남겼는가, 떠올려봤더니 그닥 크지 않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유익한 것은 어쩌면 비효율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여유로움과 낭만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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